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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구 달성공원의 향나무. 해안 바윗틈의 거친 환경과 다른 곳에서 자란 향나무는 이렇게 크고 우람하게 자라난다.
대구 달성공원의 향나무. 해안 바윗틈의 거친 환경과 다른 곳에서 자란 향나무는 이렇게 크고 우람하게 자라난다. ⓒ 정수근
 김종원 교수가 지난해 6월 대구 달성공원 식생 현장 탐사에 나선 이들에게 향나무의 특징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김종원 교수가 지난해 6월 대구 달성공원 식생 현장 탐사에 나선 이들에게 향나무의 특징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 정수근

"생태학은 서식처를 바탕으로 하는 현장 과학이다. '생물종이 왜 그곳에 존재(분포)하는가?'라는 원초적 질문에 답을 구하는 학문이다. 공원에 심긴 사철나무와 해안 절벽에 자생(야생)하는 사철나무의 생태적 의미 곧 생명의 본질이 전혀 다르다. 결국 생태학은 서식처 개념으로부터 그 시작과 끝을 갈무리한다."

야생 동식물과 같은 생물의 종 보전을 위해서는 그 종 자체보다는 그 생물의 서식처가 보전되어야 함이 마땅하고 더 중요할 것이다. 그래야 지속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환경운동에 있어서 서식처 개념을 중심으로 삼는 생태학이 더욱 주목을 받는 이유다. 그것은 동식물을 넘어, 우리 인간의 생존과도 밀접히 연결되어 있기에.

소금기의 거친 삶터, 바닷가에서 살아남은 식물들

식물사회로부터 인문 지리와 철학, 역사 같은 인간사를 읽어내는 생태학자로서 일찍이 그 서식처에 주목하고 국내에 '숨은서식처'(cryptic habitat) 개념(멸종위기종 같은 희귀 생물종들의 마지막 최후의 보루로서의 서석처)을 널리 소개한 김종원 박사(전 계명대 교수)가 최근(1월 15일 초판 발행) 그의 필생의 역자 시리즈인 <학국식물생태보감> 3권을 들고 다시 돌아왔다.

그의 말대로 "2권(풀밭에 사는 식물)이 나온 지 7년 만이고, 1권(주변에서 만나는 식물)이 나온 지 10년 만에" 3권으로 다시 돌아온 것이다. 3권은 '한국 자연사와 문명사를 전하는 소금기 해안식물사회'를 들여다보는 '바닷가식물' 편이다. 제1부 해안 모바위-절벽 서식처와 제2부 해안사구 서식처 그리고 마지막 제3부 해안습지 서식처에서 살아가는 해안식물들을 다루었다.

 해안식물 사회의 모든 것을 다른 <한국식물생태보감> 3권
해안식물 사회의 모든 것을 다른 <한국식물생태보감> 3권 ⓒ 자연과생태 / 알라딘

소금기 많은 바닷가에는 식물이 살 수 없을 것 같지만 그곳에서도 식물이 살아간다. 소금은 필수 영양물질이지만 식물에게는 독이다. 땅에 뿌리박고 사는 식물은 소금으로 인한 삼투현상으로 수분을 쉽게 빼앗겨 말라 죽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금기를 참고 살아내야(내염성(耐鹽性)) 바닷가에서도 잘 생장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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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바닷가라는 소금기 많고 거칠고, 녹록지 않은 삶터에서도 다양한 식물들이 살아가는데 이 책에서는 해안절벽에서 44종류, 모래언덕에서 32종류, 염습지에서 28종류를 뽑아 해안식물 104종류를 소개한다.

그 해안식물 104종류에 관한 정보는 형태분류, 생태분류, 이름사전으로 나눠 간추렸고, 이 책만의 독특한 특징인 '에코노트'에서는 관련 내용을 형태학, 생태학, 지리학, 인문학, 역사학 등의 정말 다양한 관점에서 더욱 충실하게 전개해간다. 그 안에는 식물사회의 스토리텔링도 들어 있다. 더욱 흥미진진하게 읽히는 이유다.

그는 책 머리말에서 "앞선 2권 '풀밭에서 사는 식물' 편에서는 한국인의 나물문화 시원을 드러냈다"면 이번 3권 "바닷가 식물에서는 흥미롭게도 우리 문명사 연원을 더듬게 되었다"면서 "우리나라 해안식물의 현주소는 구석기와 신석기 시대의 문명 축 전환을 낳은 빙하기의 극성과 소멸이라는 자연사를 고스란히 품고 있었다."며 빙하기까지 거슬러 올라가 한반도 해안식물의 그 시원과 현주소를 짚어준다.

그야말로 방대한 작업인 셈이다. 그래서 그는 말한다.

"2000만 년 전 동해안 해식 절벽은 향나무의 '숨은서식처'였고, 남해안 리아스식 절벽은 분재 식물의 우듬지 산서어나무(소사나무)의 무대였으며, 서해안 모래 해변은 애기갯보리(갯그렁), 갯벌은 칠면초의 고향이었다. 그뿐인가. 한국의 갈라파고스라 일컫는 화산섬 울릉도와 독도는 섬괴불나무, 갯제비쑥, 왕호장근 따위를 품었고, 제주도는 한반도로 들어오는 남방분자들의 징검다리였다. 남방석기인은 해안 모래땅에서 갯무를 얻고, 검은 용암지대에 사는 갯대추와 황근을 만났을 것이다."

그는 이러한 방대한 문헌 조사와 현지 조사를 통해서 이 책에서 메마른 해안절벽에서 나고 죽는 향나무부터 은빛 모래언덕을 수놓는 해당화, 민물 터에서 소금기가 비치는 물터로 재진출한 바다말까지 다양한 해안 환경에서 살아가는 식물들을 선정해 심층 분석해 내놓은 것이다.

분류에 도움이 되는 형태 형질, 행동 양식을 이해하는 수단인 생태 정보도 면밀하게 정리했으며, 한반도 해안식물이 품은 자연사와 문화사도 소상하게 다뤘다. 1, 2권에 이어 한방명, 중국명, 일본명, 영어명 등 다양한 명칭 유례 분석을 통해서 한글명의 기원과 우리 식물의 고유 이름을 추적하는 데에도 한결같이 공을 들였다.

이러한 방대한 작업을 통해 해안식물의 특장을 전하면서도 그는 이들 식물들이 자리잡고 있는 해안 생태계의 현주소를 심각하게 우려한다.

위기의 해안식물... 한반도 해안식물 시국선언문

"지금 우리나라 해안선 사정이 형편없다. 주야장천 염치없는 인간 간섭 때문이다, 제주도에는 본디대로 남은 해안선이 거의 없다. 온갖 낯선 식물이 해안 여기저기에도 어지럽게 출몰하여, 선인장이 천연기념물로 둔갑하는 어이없는 일도 벌어진다. 한반도 해안선도 다를 바 없다.

여기에다가 지구온난화는 육지의 맨 가장자리를 몹시 사납게 할퀸다. 손쓸 형편이 못되는 해안 모래밭이 수두룩하다. 곳곳이 만신창이다. 여태껏 눈길 한번 주지 않았던 해식 절벽 끝 '숨은서식처'에까지 유행처럼 탐방로를 낸다. 공룡 멸종의 시대에도 결정적인 피난처가 되었던 야생 동식물의 최후 서식처마저 무참스레 짓밟히고 있다."

개발바람이 해안을 넘어 각종 멸종위기종들의 최후의 보루인 해식애 절벽까지 할퀴고 있는 현실을 개탄한다. 그래서 그는 "모름지기 국가 정책은 가이아의 지구처럼 해안생태계를 한 덩어리 생명으로 보는 단단한 철학 위에 세워져야 한다. 그러려면 해안 원생태계의 구조와 기능을 바르게 진단하는 자료부터 모아야 하므로, 서식처 개념을 주춧돌로 삼은 '해안식생지'를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강변한다.

 죽곡산의 한 식물의 특징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는 김종원 박사
죽곡산의 한 식물의 특징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는 김종원 박사 ⓒ 정수근

그는 위기에 처한 다음과 같은 친구들을 특히 강조한다.

"향나무의 고향은 강원도 동해 정동진 절벽이고, 경북 포항 하선대 끄트머리 가파른 벼랑은 섬향나무의 서식처이다. 그런데 당장이라도 명줄이 끊어질 판이다. 해안생태계 보전과 복원 그리고 생태탐방에서도 나무랄 데 없는 마음의 생태학이 간절하다."
"경북 울릉도 통구미 지역 중심 남서쪽과 강원 삼척에서부터 경북 영덕 남부까지 해안선을 따라 향나무 자생 개체군이 집중적으로 분포한다. 현존하는 우리나라 최대 군락지는 정동진을 중심으로 하는 해안선 약 5㎞ 구간(정동진-금진항)과 울릉도 남부 통구미 해안선이다."

그는 그의 제자와 함께 향나무 국내 최대 군락지를 정동진 해식애(海蝕崖)에서 발견한 바 있다. 그런데 그런 곳조차도 탐방로가 놓여 있어 위태로워 보호 관리가 시급하다며 "정동진-심국 구간의 천연기념물 해안단구 지형을 이제는 향나무 자생지로서 천연기념물로 한 번 더 지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왜냐하면 "강원도 정동진-심곡 해안은 향나무의 고향으로서 최대 최고 수준"이기 때문이란 것이다. 그는 "종보존등급 1등급의 절대감시대상종으로서 향나무와 자생지에 대한 최고 수준의 서식처 보호가 절실하다" 강조한다.

즉 국보로 지정된 해인사 비로자나 쌍불을 만든 그 향나무의 자생지가 중국도 일본도 아닌 바로 한반도로 그 최대 군락지가 정동진 일대라는 말이다. 지금의 유행처럼 번지는 해식애와 하식애 앞 탐방로에 대한 우려가 큰 이유인 것이다.

 섬향나무의 국내 최대 서식처인 경북 포항의 하선대
섬향나무의 국내 최대 서식처인 경북 포항의 하선대 ⓒ 한국식물생태보감

그가 더 크게 우려하며 주목하고 있는 것은, 험준한 바닷가 절벽 바위에 납작 엎드려 사는 수목인, 섬향나무다. 같은 측백나무과나 향나무와 다른 이 섬향나무의 우리나라 최대 군락지는 경북 포항의 하선대로 이곳 역시 무분별하게 놓인 탐방로 인한 훼손 우려가 크다면서 시급한 보호를 요청한다.

그는 "섬향나무와 눈향나무는 모두 종보존등급 1등급으로 최고 수준의 절대감시대상종이다. 사실상 이 둘은 생태적 절멸로 내몰리고 있는 형편이다"며 심각히 우려한다. 그래서 "포항시 차원에서라도 시급한 보호와 보전 대책이 즉시 수립되어야 할 것"이라 강조했다.

또 이 책은 그동안 잘못 기록된 오기를 바로잡기도 한다. '문주(文珠)란'의 본명은 '문수보살의 향기로운 란(蘭)'이라는 뜻의 '문수(文殊)란'이라는 사실을 중국에는 문주란이라는 이름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에서 일본의 도감과 중국의 사전 등을 통한 철저한 고증을 통해서 밝혀낸다. 또한 우리 국화(國化)인 무궁화가 실은 우리나라에 자생하지 않고, 한국 땅에 자생하는 무궁화는 제주도에 자생하는 '황근'뿐이란 사실도 밝혀낸다. 국내 식물학계가 이 책을 불편하게 여기는 이유다.

 제주도 성산읍 오조리 해안습지의 화산암 지대에 자라고 있는 제주 자생 황근
제주도 성산읍 오조리 해안습지의 화산암 지대에 자라고 있는 제주 자생 황근 ⓒ 정수근
 황근은 7~8월이면 이렇게 아름다운 꽃을 피운다. 꽃이 무궁화꽃과 똑 닮았다.
황근은 7~8월이면 이렇게 아름다운 꽃을 피운다. 꽃이 무궁화꽃과 똑 닮았다. ⓒ 한국식물생태보감

아울러 이 책은 황근과 문주란이 자생하는 "제주도가 한국의 자연사와 문화사의 큰 교두보라는 점"을 밝히면서 제주도 동부지역 개발의 난맥상 또한 짚으면서 다음과 같은 우려와 당부를 보탠다.

"제주도가 제주도다운 섬이 되려면 동부지역에 대한 생태적 건강성과 지속가능성을 담보해야 한다. 그래서 제주신공항 건설, 비자림로 확장, 천미천 공사 따위를 반대하는 시민사회의 목소리는 생태평화와 생태윤리에 부합하는 작지만 큰 울림이다."

이밖에도 이 책은 매우 독특한 식물사회를 이루는 섬향나무, 빙하기 유존식물 눈양지꽃, 고니들의 훌륭한 먹이자원으로서 생태학적 필수자원인 좀매자기 등 수많은 우리나라 해안식물들의 앞날이 위태롭다고 진단하고 있다.

그것은 "각종 난개발, 막무가내식 외래 화훼식물 도입 같은 인간 간섭이 끊임없는 데다 기후변화에 따른 기온 상승, 해수면 변동으로 서식처가 사라지거나 망가지고 있기 때문"이라 진단하며 "이에 서식처 개념을 주춧돌로 삼은 보전과 복원이 시급한 점을 알리고자 풍전등화인 해안식물 현황을 조목조목 짚고" 있는 것이다.

 해안가 바윗틈에 자라는 개질경이
해안가 바윗틈에 자라는 개질경이 ⓒ 한국식물생태보감

말하자면 '한반도 해안식물 시국선언문'이라 해도 좋을 것이다. 따라서 이 책을 통해서 한반도 해안식물을 실태를 제대로 탐사하고 그들이 처한 위기를 진단하는 동시에 그들의 서식처를 지켜내는 것이 중요하고 그것이 곧 우리들의 삶터를 지키는 길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그들 해안식물과 우리는 밀접히 연결된 존재이기 때문에.

그것이 생태학이 일러주는 현주소이고, 이것이 이 책이 전하는 또 다른 미덕일 것이다. 이밖에도 해안습지에 살아가는 종으로 새만금신공항 부지로 지정돼 논란의 한가운데 있는 새만금 '수라갯벌'의 깃대종인 퉁퉁마디와 해홍나물 그리고 칠면초 같은 해안습지 식물에 대해서도 유용하고도 재미나게 기술돼 있다.

총 688페이지에 이르는 다소 방대한 책이나 해안식물의 모든 것을 다룬 '해안식물 백과사전'으로 봐도 좋을 것이다. 그러나 백과사전에서 다루지 않는 우리 식물 사회의 현실 진단과 그 대책까지 아우르고 있기에 이 책이야말로 지식 전달의 매개로서 책이 가져야 할 품성을 제대로 갖췄다 할 것이다. 그래서 이 책 이름이 '보감'일 터.

덧붙이는 글 |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의 활동가로 지난 15년 이상 낙동강을 비롯 우리강의 자연성 회복을 위해 노력해오고 있습니다. 그간 오마이뉴스에 연재한 글들을 갈무리해 최근 <강 죽이는 사회>(2024, 흠영)를 펴냈습니다.


#한국식물생태보감#김종원#향나무#서식처#정동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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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간의 기사를 엮은 책 <강 죽이는 사회>(2024, 흠영)를 출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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