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창호 국가인권위원장이 13일 오후 '계엄 선포로 야기된 국가적 위기 극복 대책 권고의 건' 의결에 반대하는 직원들과 시민단체 관계자들에 막혀 전원위원회 회의실로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 소중한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12·3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해 '헌법을 위반하면 인권침해가 발생한다'라는 원론적 입장만 낸 채 계엄 포고령 1호의 인권침해 여부는 판단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인권침해로부터 시민을 보호해야 하는 인권위가 포고령의 인권침해 여부는 외면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의 방어권 보장 안건에 대해서만 강행 의지를 보이고 있어 사실상 계엄을 두둔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포고령 인권침해 여부에 "그렇다, 그렇지 않다 말씀드리지 않아"
15일 <오마이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인권위는 '포고령 1호에 대한 인권위 입장'을 묻는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질의에 포고령 1호의 내용과 관련 헌법 조항 등을 언급할 뿐 인권침해 여부에 대한 구체적 판단은 내놓지 않았다.
인권위는 의원실에 제출한 답변서에서 "2024년 12월 3일 계엄 선포 후 발표된 포고령 1호는 국회를 포함한 일체의 정치활동 금지, 가짜뉴스 및 여론조작 금지, 모든 언론 출판의 계엄사 통제, 집회행위 금지, 전공의 등 의료인 복귀, 영장 없는 체포 및 구금·압수수색 등의 내용을 포함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헌법 제77조는 '대통령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있어 병력으로써 군사상의 필요에 응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이를 위반할 경우 인권침해가 발생한다"라며 "조속한 사회 안정과 국민 화합을 위해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절차에 따라 계엄 선포 전후 모든 과정에서의 인권침해에 관한 사항을 철저하고 투명하게 조사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인권위는 지난해 12월 11일 안창호 인권위원장 명의로 발표된 성명을 언급하기도 했다. 인권위는 "해당 성명을 통해 '모든 국가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것이므로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절차에 따라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방식으로 공정하고 정의롭게 행사돼야 한다'라는 입장을 발표한 바 있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해당 성명에서도 인권위는 "12·3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한 현 상황에 대해 엄중하게 바라보고 있다"라는 입장을 밝혔을 뿐 포고령의 인권침해 여부에 대한 판단을 내리진 않았다.
인권위 관계자는 이날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의원실에 제출한) 답변서에 기재된 내용만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다. (답변서에) 적힌 게 (인권위의) 입장이라고 생각해 주시면 될 것 같다"라고 답했다. 포고령 1호가 헌법 제77조를 위반해 인권침해가 발생했다고 보는지 묻는 질의에는 "인권침해성, 위헌·위법성에 대해 '그렇다', '그렇지 않다'를 말씀드리지 않는 게 입장"이라며 "문구 그대로 생각해 주시면 될 것 같다"라고 했다.
계엄사령부 포고령 1호는 지난해 12월 3일 밤 11시를 기해 박안수 계엄사령관 명의로 발동됐다. 국회·정당 등 정치활동을 금지한 포고령 1호는 위헌이자 위법이며, 그에 기반한 무장 계엄군의 국회 진입은 매우 심각한 불법 행위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관련 기사: 계엄포고령 1호부터 심각... 위헌·불법 따져보니 https://omn.kr/2b92m).
인권위는 지난 13일 '계엄 선포로 야기된 국가의 위기 극복 대책 권고의 건'을 전원위원회에 상정할 예정이었으나 인권위 직원들과 인권·시민단체 활동가들의 회의장 저지로 중단된 바 있다. 이 안건에는 윤 대통령 체포·구속 자제,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 절차 정지 등 내란 수괴 혐의로 체포된 윤석열 대통령을 노골적으로 옹호하는 내용이 담겨 큰 반발을 샀다.
그럼에도 안창호 인권위원장은 당일 전원위원회를 열지 않고 추후 개최 날짜를 다시 잡기로 했다(
관련 기사: "내란수괴도 인권"... 가까스로 미뤄진 인권위 '치욕의 날' https://omn.kr/2bumx)
서미화 민주당 의원은 "인권위는 계엄 포고령에 대한 성명을 발표하고서 이제는 내란수괴 윤석열 방어 안건을 전원위에 상정시키려 한다"라며 "정치가 아닌 인권을 지켜야 할 인권위의 책무를 져버린 안창호 위원장과 인권위 을사오적은 즉각 사퇴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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