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9일 오후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항공기 폭발사고 현장에 경찰이 투입되고 있다. 2024.12.29 ⓒ 연합뉴스
전남 무안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로 승객 대다수가 목숨을 잃은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한국 사회에서 대형참사를 겪은 피해자들이 29일 정부 및 제주항공 등 관계기관과 언론을 향해 함께 목소리를 냈다. 이번 항공기 추락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들이 함께 정확하고 투명한 정보를 제공 받도록 '피해자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요청이다.
2.18대구지하철화재참사, 4.16세월호참사, 6.9광주학동참사, 7.18공주사대부고병영체험학습참사, 가습기살균제참사, 삼풍백화점붕괴참사, 스텔라데이지호침몰참사, 씨랜드청소년수련원화재참사, 인천인현동 화재참사 등 재난참사피해자연대 및 재난피해자권리센터 '우리함께'의 촉구다. 10.29이태원참사유가족협의회를 비롯해 안전사회를 위한 시민단체인 생명안전시민넷도 각 성명을 통해 '피해자 권리 보장'에 함께 목소리를 보탰다.
재난피해자연대는 "과거 여러 재난의 사례에서 피해자의 권리가 제대로 보장받지 못해 2차 피해와 고통이 가중된 사례를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면서 "관계 기관과 언론사가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경청해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촉구했다.
"주관적 견해, 불확실한 답변 자제해야"

▲29일 오전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착륙 중이던 항공기가 활주로를 이탈해 울타리 외벽을 충돌했다. 사진은 사고 현장에서 소방 당국이 인명 구조를 하는 모습. 2024.12.29 ⓒ 연합뉴스
이들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과 제주항공 등 관계기관에 신속한 수습과 구조를 당부하는 한편, "정확하고 신속한" 정보 제공을 재차 강조했다.
이들은 "사고 소식을 듣고 현장에 도착한 피해자들은 극심한 충격 속에서 무엇을 누구에게 문의하고 요구해야 하는지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관계 기관들은 피해자들에게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일관적인 정보를 실시간으로 투명하게 제공해야 하며, 주관적 견해 및 불확실한 답변 등은 자제해 주길 부탁드린다"고 짚었다.
이들은 이어 "안치소 및 병원 이송 정보를 취합하고 관계 기관 간 연락 체계를 구축해 피해자 가족들에게 적절히 제공해 주시길 바란다"면서 "피해자 가족들이 비통한 심경으로 가족을 찾아 모든 병원과 기관을 헤매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 주시길 요청 드린다"고 촉구했다.
재난참사피해자들은 특히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들이 함께 대응하고 정보를 취합할 수 있는 '안정적인 공간' 확보를 당부했다. 재난참사피해자연대는 "가족들이 모이는 공간은 언론인 및 일반인 등의 출입이 제한돼야 하며, 피해자와 가족들의 심리적 안정과 개인정보 보호 및 사생활 보장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언론 향해 "많은 피해자, 보도로 정보 얻어... 정확성이 최우선"
이들은 또한 "관계 기관이 피해 가족 대기실, 장례식장, 병원 등에서 피해자들이 서로 교류하고 교감할 수 있는 자리와 기회를 마련해주길 요청한다"면서 "이러한 공간은 피해자들이 고립되지 않고 상호 지지를 통한 심리적 안정 및 정보 획득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조언했다. 당장 자리 마련이 어렵다면 "피해자 간 연락처를 수집해 희망하는 피해자들 간에 공유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이태원참사 유가족들의 입장과도 닿아 있었다. 이태원참사유가족협의회는 같은 날 성명에서 "희생자 유가족들과 부상자 등 피해자 가족들이 참사 관련 정보를 충분히 접하고 필요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외국인 피해자가 있다면 통역 등 필요한 지원도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생명안전시민넷 또한 "피해자 권리 보장 중심의 피해자 지원 시스템이 신속히 구축돼야 한다"면서 "중앙사고수습 본부는 현장 인근에 유가족 및 부상자들의 가족들이 모이고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는 공간을 즉시 마련해야 한다"고 짚었다.
언론을 향해선 '재난보도준칙'에 따른 정확한 보도를 요청했다. 재난참사피해자연대는 "재난 보도의 목적은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 제공을 통해 재난 피해를 최소화하고, 재난 피해자들의 안전과 안녕을 도모하는 데 있다"면서 "많은 피해자들이 재난 보도를 통해 정보를 획득하는 만큼 보도의 정확성과 신뢰성을 최우선으로 삼아주시길 요청 드린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