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일 국회 본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결과가 담긴 종이가 우원식 국회의장에게 전달되고 있다. 2024.12.14 ⓒ 연합뉴스
드디어 국회가 윤석열 대통령을 탄핵했다. 12월 3일, 아무도 상상하지 않았던 비상계엄이라는 망상을 현실로 불러낸 그의 폭주에 대한 일차적인 제동 장치가 마련된 셈이다.
그의 직무를 정지시키는 데 11일이나 걸린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동안 우리는 국민의힘을 중심으로 한 한국 정당 시스템의 오작동을 불안하게 지켜봐야 했다.
이제는 탄핵 이후의 정국을 잘 관리하면서, 이 사태의 근본 원인에 대해 성찰할 때다. 정신 감정이 필요해 보이는 한 개인이 대통령까지 오르게 된 우리 정치 시스템과 정치 문화의 결함을 점검하는 것이 급선무다.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습니다"라는 칼잡이의 등장

▲국정원 직원 체포 보고 경위 밝힌 윤석열 전 특별수사팀장2013년 10월 21일, 국가정보원의 대선개입 사건 수사를 지휘하다 '상부보고' 논란으로 업무에서 배제된 윤석열 전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장(여주지청장)이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참철 대회의실에서 열린 서울고검, 서울중앙지검 등 검찰에 대한 국정감사에 참석한 뒤 자리를 나서고 있다. ⓒ 유성호
윤석열이 대중에게 처음으로 깊은 인상을 남긴 것은 2013년 박근혜 정부 시절이다. 당시 그는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을 수사하는 특별수사팀장으로서, 국가정보원 여론 조작 사건 의혹을 수사했다. 그는 상부의 압력에도 굴하지 않고 독립적인 수사를 벌였고, 이는 검찰 내 상부와의 갈등으로 이어져 수사팀에서 배제되는 결과를 낳았다.
2013년 10월 21일 국정감사장에서 그는 당시 여당(새누리당) 의원들로부터 조직에 대한 충성심 부족을 비판받았다. 이때 윤석열은 '저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습니다'라는 취지로 발언했다.
이 말은 당시 대중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고, 그의 원칙주의적 이미지를 부각시켰다. 이는 훗날 윤석열이 대중적 지지를 얻고 대통령직에 도전할 수 있는 발판이 되었다. 한편으로 이것은 오늘날 대중민주주의가 이미지 정치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칼잡이에서 대통령으로
윤석열은 문재인 정부 시절 적폐 청산 수사의 선봉에 서면서 조선 최고의 검객처럼 활약했다. 그는 강직하고 단호한 이미지로 국민들에게 인정받았고, 결국 검찰총장의 자리에까지 올랐다. 그러나 그는 거기에서 멈추지 않았다. 그는 칼잡이에 만족하지 않고 그 이상을 꿈꿨다. 여기서 그의 불행과 우리 사회의 비극이 시작됐다.
사회학의 '피터의 법칙(The Peter Principle)'은 이를 잘 설명한다. 이 법칙은 사람이 자신의 능력과 관계없이 계속해서 승진하게 되면, 결국에는 자신이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는 무능의 상태에 도달하게 된다는 이론이다.
윤석열은 이 법칙의 전형적 사례다. 대통령에게는 정치적 타협과 대화 같은 협력적 리더십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수사 능력 하나로 검찰총장 자리까지 오른 그는 대통령의 역할과 능력을 검사의 역할로 혼동했다. 정치적 타협과 합의가 중요한 대통령의 자리에서 그는 끝없이 칼을 휘둘렀다. 그 결말은 국가적 위기의 초래였다.
고장 난 시스템과 대립의 정치 문화

▲ 윤석열 대통령이 6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중장 진급·보직 신고 및 삼정검 수치 수여식에서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에게 삼정검 수치를 수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윤석열 같은 사람이 대통령이 된 것은 개인의 잘못만이 아니다. 그것은 고장 난 정치 시스템과 적대적 정치 문화가 함께 만들어낸 결과다. 정치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각 개인이 적재적소에 배치돼야 한다. 칼잡이는 그 자리에 있을 때만 빛난다. 그러나 우리 정치 시스템은 상대를 제압하려는 대립과 복수의 욕망에 사로잡혀 적절치 못한 사람을 지도자로 끌어올렸다.
문재인 정부는 검찰 개혁을 가장 중요한 국정 과제로 내세우며 공수처 설치 등 개혁에 진전을 보였다. 그러나 동시에 적폐 청산이라는 대의명분 아래 윤석열 같은 강골 검사를 중용하는 이율배반적인 선택을 했다. 그는 민주적 덕목보다는 단호한 수사 능력으로 검찰총장에 올랐고, 허황된 욕망을 추구하다가 자신도 나라도 망쳤다.
윤석열을 검찰총장에 임명한 것은 적잖은 실수였다. 그를 대통령으로 만든 것은 더 큰 실수였다. 자유민주주의를 입버릇처럼 외치는 국민의힘은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조차 이해하지 못한 윤석열을 대통령으로 만드는 데 앞장섰다. 정치 지도자를 선발하는 시스템 전체가 오작동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그것은 또한 반대쪽이 무조건 싫으니 상대 진영을 제압해 줄 장수가 필요하다는 대중의 욕구와 결합돼 있다.
성찰 없는 정치 문화의 반복을 넘어서

▲윤석열 탄핵 투표 가결, 기뻐하는 시민들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주최로 1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열린 '내란수괴 윤석열 즉각 탄핵 범국민 촛불 대행진'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표결에서 탄핵 투표가 가결된 뒤 응원봉을 흔들며 노래를 합창하고 있다. ⓒ 이정민
우리는 개인의 욕망, 정당 시스템의 실패 그리고 대립과 복수에 집착하는 정치 문화를 통해 칼잡이를 대통령으로 만드는 국가적 실수를 저질렀다. 그리고 그 대가를 혹독히 치르고 있다. 탄핵 절차가 마무리되고 새로운 전환의 길이 열리려면 이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한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 그런데 과연 거대 양당은 이런 문제를 해결할 능력과 의지를 가지고 있을까?
이번에는 탄핵이 단순한 거대 정당의 권력 게임을 넘어 우리 사회의 전환을 향한 발판이 돼야 한다. 차가운 거리에서 연대와 협력으로 탄핵을 이끌어 낸 모든 시민들의 노고에 깊이 감사한다. 이제는 이처럼 엄청난 민중의 힘을 바탕으로 시대의 전환이라는 새로운 길을 힘차게 열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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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가 12.3 윤석열 내란사태와 관련한 제보를 받습니다. 내란 계획과 실행을 목격한 분들의 증언을 기다립니다.(https://omn.kr/jebo) 제보자의 신원은 철저히 보호되며, 제보 내용은 내란사태의 진실을 밝히는 데만 사용됩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이혁규씨는 전 청주교대 총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