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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가에 정착해 올해로 19년째 제초제와 농약 그리고 화학비료를 논에 살포하지 않고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미실란 품종 논의 벼와 개인적으로 재배하고 있는 벼는 올해도 병해충 피해를 보지 않았습니다. 올해도 지난해와 같이 낫으로 베고 소형 탈곡기로 탈곡을 해서 볕에 말려 보관하고, 겨울에 각 품종별로 연구용 소형 도정기로 도정을 한 뒤, 발아현미를 만들어 볼것입니다.

▲콤바인이 추수하는 모습콤바인이 추수하는 모습 ⓒ 이동현

▲벼 품종 수확 중에 시민기자와 아들19년째 친환경생태농업을 지향하며 건강에 좋은 기능성 발아현미 쌀을 연구하는 논에서 낫으로 벼를 수확하는 중에 잠시 휴식중인 아버지와 아들 ⓒ 이동현

▲품종별로 낫으로 수확해 놓은 논 풍경손으로 하나 하나 심었던 품종들을 낫으로 하나하나 다시 베어 놓고 품종이 섞이지 않게 탈곡을한다. ⓒ 이동현

▲탈곡하는 농부연구한 품종들을 정성스럽게 섞이지 않게 탈곡을 한다. ⓒ 이동현
'생태책방 들녘의 마음'을 찾아주신 분들이 제일 좋아하는 것 중 하나가 책방에서 마음에 드는 책을 구입해 바로 옆에 있는 '밥카페반하다' 카페에서 들녘을 바라보며 맛있는 차와 함께 책 읽는 낭만을 즐기는 시간이라 하시더군요.
올해는 그동안 컨테이너 건물로 작게 운영했던 카페 공간을 새롭게 신축하면서 훨씬 넉넉한 공간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답니다. 실내도 넓어졌지만, 외부 공간도 깨끗하게 정리하면서 카페 옆에 작은 공터가 생겼습니다. 공사하면서 쌓인 흙이라 지력은 아직 약하지만 새로운 작물을 심어보고 싶다는 생각에, 난생처음 겨울 작물인 우리밀을 심기로 결심했습니다.

▲니나의밀밭 하연님이 보내 준 밀 종자카페 옆 빈 공터에 겨울작물을 심어보고 싶다고 하니 보내 준 '니나의 밀밭'의 하연님이 보내 준 밀 종자와 호밀 ⓒ 이동현
사실 미실란은 우리밀을 더 많이 알리고 농가를 살리기 위해 천주교 광주대교구(재)생태환경농업연구소와 협약을 맺고 건조된 새싹밀을 활용한 제품인 새싹밀쉐이크를 작년에 개발해 선보이고 있었기에, 밀을 직접 생산해 보진 않았어도 친밀감이 무척 큰 작물이었지요.
가까운 순창에서 밀 농사를 지으며 빵을 만들고 있는 오랜 인연인 '니나의 밀밭' 하연 농부를 만나 우리밀 씨앗을 얻었습니다. 크지 않은 공간에 심을 예정이라 읍내에서 미니 트렉터를 빌려오면 금방 심을 수 있겠거니 했는데, 쌀 품종 연구를 하고 있는 저를 위해 우리밀도 함께 연구해 보라며 다섯 품종이나 건네주더라구요. 일복이 많은 저는 운명처럼 다섯 품종을 받아들고 종자별로 간격을 두고 심느라 며칠간 비지 땀을 흠뻑 흘렸습니다.
척박한 땅에 잘 숙성된 양질의 퇴비를 골고루 뿌리고 밀 씨앗을 파종했습니다. 파종 후 곡성읍사무소에서 관리기를 빌려와 퇴비와 밀 씨앗 그리고 흙을 잘 섞어줬습니다.

▲퇴비살포척박한 땅에 양질의 퇴비를 뿌리는 모습 ⓒ 이동현

▲밀 씨앗 파종마을소설가 김탁환작가와 함께 밀 씨앗을 퇴비를 살포한 곳에 파종을 했다 ⓒ 이동현

▲관리기로 밀 씨앗과 퇴비 그리고 흙과 섞어주기밀 씨앗과 퇴비 그리고 흙을 잘 섞어주었습니다. ⓒ 이동현
이후 글갱이로 밀밭 고랑과 이랑을 만들다 보면 중간중간 너무 힘들어 나무 밑에서 잠시 숨을 고르기도 했습니다. 물 한 모금 마시고 멍하게 밀밭을 바라보다 보니 변변한 농기구도 없는 산 밭을 개간하고 곡식을 가꾸셨던 울 엄마 생각이 나더라고요.어떻게 그 긴 세월 동안 홀로 척박한 땅을 개간하고 콩, 참깨, 들깨, 고구마, 옥수수, 수수, 조 등 다양한 작물을 가꾸며 자식을 먹여 살렸을까?! 하는 생각에 한없이 고맙고 존경스러운 마음이 벅차오르더군요. 그렇게 엄마 생각을 하면서 다시 힘을 내어 밀 파종을 잘 마무리했습니다.

▲글갱이로 이랑과 고랑을 만들 때 가장 힘이 들었다이랑과 고랑을 만들 때 가장 힘이 들었다. 온몸에 비지땀이 흘렀고 잠시 쉬는 동안 엄마 생각이 났다. 산비탈 척박한 땅을 밭으로 개간하고 농사지으시며 얼마나 힘드셨을까! ⓒ 이동현
밭을 일구는 동안 책방과 카페를 방문한 여러 사람들이 반갑게 인사를 건네시며 왜 이렇게 힘든 일만 골라서 하냐고 물으셨습니다. 저는 '긍께요...' 라고 웃으며 답하고선 아마 부지런하셨던 울 엄마 아들이라 부지런히 살 운명이 아닐까 생각해봤답니다.

▲고랑을 타고 이랑을 만들다배수를 위해 고랑을 타고 이랑은 밀 씨앗과 흙과 잘 섞이게 글갱이로 잘 섞어줬다 ⓒ 이동현
12월에는 올해 수확한 유기농 벼를 도정해 숙성시킨 현미로 면역력과 우리의 건강을 지켜줄 햅쌀 발아현미를 만나보실 수 있겠네요. 밀 밭 곁에서 고른 책을 읽으며 행복해하실 여러분들을 상상하며 찬찬히 겨울 준비를 해나가도록 하겠습니다. 한겨울 파릇파릇 언 땅을 박차고 나올 밀을 위해서도 뜨거운 응원 부탁드립니다.
2024년 11월 미실란 들녘에서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개인 페이스북과 블러그, 생태책방들녘의마음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