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국회에 들어서면서 내게 사회서비스원 문제로 가장 큰 이슈를 묻는다면 당연히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의 해산"이라고 답했을 것이다.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은 2019년 사회서비스원 시범사업부터 참여해왔으며 다수의 돌봄노동자를 직접 고용하며 서비스를 제공해온 사회서비스원 초기 취지와도 부합한 운영을 해왔던 기관이었다.
서울시사회서비스원 해산 이후 김선민(조국혁신당)·남인순(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로 사회서비스원 설립과 운영을 의무화하는 사회서비스원법 개정안이 각각 발의되었다. 법률개정을 통해 사회서비스원의 설립과 운영을 의무화하는 것도 반드시 중요하다.
하지만 공적 돌봄기관으로서 사회서비스원이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 필요한 지점들을 언급해보고자 한다.
사회서비스원법상 '사회서비스원' 정의부터 확실히 해야
사회서비스원법을 보면 특이한 점이 있다. 바로 '사회서비스원'에 대한 정의가 없는 것이다.
사회서비스원의 역할과 정의는 정부마다 변해왔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였던 "정부 주도의 사회서비스관리주체 설립으로 양질의 일자리 확충"에 따라서 사회서비스원 설립이 추진되었지만 윤석열 정부 들어서 성격이 변질되었다.
설립 당시 사회서비스원의 주요 역할 및 기능으로 ▲ 국공립 시설을 위탁받아 운영하고 서비스 종사자들을 직접 고용 ▲ 종합재가센터를 설치하여 재가서비스를 직접 제공 등이었으나 윤석열 정부의 사회서비스원에 대한 설명은 "민간의 사회서비스 제공기능을 보완·지원하고, 사회서비스 품질 향상을 견인하기 위해 시·도지사가 설립하는 특수법인(지방출연기관)"으로 아예 정의까지 내려버렸다.
2022년 시·도사회서비스원 표준운영지침을 보면 기본방향에는 "서비스원은 사회서비스 공공성 향상을 위하여 사회서비스 제공기관을 운영하고 서비스 종사자를 직접 고용하여 서비스를 제공함"으로 되어 있었다. 하지만 2023년에서는 "서비스원을 통해 민간협업을 활성화하고 사회서비스 혁신지원을 강화, 민간 사회서비스 지원 기능 확대"로 변경되었다. 공공성 향상이나 서비스 종사자 직접 고용, 서비스 제공 등에 대한 기본방향은 실종되고 민간 지원 기능이 강조되는 방식으로 변질된 것이다.
물론 아직도 지침 상에는 "정규직 고용", "사회서비스의 공공성"이라는 내용들은 들어있지만 기본방향의 변질은 우리가 우려할 만한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지침을 변경하거나 보도자료에서 사회서비스원에 대한 정의를 내려버리는 등 정부차원에서 사회서비스원에 대한 내용을 변질시키고 있지만 사회서비스원이 어떤 기관인지에 대한 법적인 '정의'가 없다는 것 자체는 뼈 아프게 다가온다.
사회복지사업법 2조에 보면 "사회복지관"에 대한 정의가 나온다. 법에서는 사회복지관을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일정한 시설과 전문인력을 갖추고 지역주민의 참여와 협력을 통하여 지역사회의 복지문제를 예방하고 해결하기 위하여 종합적인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설을 말한다"라고 정의하고 있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설로서의 성격이 명확하게 법적으로도 확보되어 있는 것이다.
지역마다 있는 사회복지관도 어떤 곳인지 정의가 내려져있는데 사회서비스원은 구체적인 정의가 없다는 게 이상하다. 사회서비스원의 정체성 변질을 막으려면 법에서 사회서비스원이 어떤 곳인지 정해야 한다. ▲ 사회서비스 공공성 향상 ▲ 사회서비스 제공기관 운영 및 서비스 제공 ▲ 종사자 직접 고용 등의 내용을 법적으로도 명시할 필요가 있다.
위의 내용을 참고해서 사회서비스원에 대한 정의를 내려보자면 "'사회서비스원'이란 사회서비스 공공성 향상을 목적으로 서비스 종사자를 직접 고용하고 사회서비스 제공기관을 운영하며 서비스를 직접 제공하기 위해 시·도지사가 설립하는 특수법인(지방출연기관)" 정도로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사회서비스원의 공공위탁, 보호가 필요하다
2023년 시·도사회서비스원 표준운영지침에 신설된 내용들을 보자면 눈에 띄는 내용이 있다. "국・공립 시설 등 위탁 운영"에서 "서비스원은 사회서비스원법 제11조에 따라 우선 위탁이 필요한 민간 제공 곤란 및 기피 분야 중심으로 국·공립 시설(사업) 수탁하는 것이 원칙이며, 시설 운영이 정상화된 경우 수탁기간 종료 후 민간에 이관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함"이라고 나와있다. 이 지침 자체에 큰 문제가 있다.
"국공립"이라는 단어는 국립과 공립을 아우른 단어로 국립은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나라의 예산으로 세우고 관리함"이라는 뜻이 있고, 공립은 "지방 자치 단체가 세워서 운영함. 또는 그런 시설"을 의미한다.
국공립이라는 단어 그 자체로 공공성 확보의 성격이 명확하다. 하지만 정부 지침에서 오히려 국공립 시설에 대해서 사회서비스원이 민간 이관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다소 의아하다.
사회복지 현장에서 민간위탁이 만연하지만 이것은 '기본'이라고 할 수 없다. 공공이 세웠다면 운영과 서비스 제공의 책임까지 공공이 지는 것이 기본이다. 공공위탁된 시설을 민간에 넘기는 방안을 마련하라는 현행 사회서비스원의 운영지침은 그 자체로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것이다.
현재 사회서비스원들은 여러 사회서비스 제공시설들을 운영하고 있지만 정부 지침대로라면 공공위탁의 연속성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다. 법적으로 공공위탁에 대한 지향과 구체적인 내용까지 담는 것이 공공성 확보에 도움이 될 것이다.
2023년 공공운수노조가 외부업체를 통해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던 "서울시사회서비스원 및 사회서비스 공공성 관련 설문조사"에서는 "돌봄서비스와 같은 사회서비스 기관의 운영을 어느 부문이 주체가 되어 맡아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91.3%가 공공부문이라고 답해 민간부문(개인, 민간법인 등) 8.7%를 크게 압도했다.
또한 "돌봄서비스의 공공성 강화를 위해 직영 및 공공위탁 운영 사회복지시설을 확충해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도 공감이 92.7%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사회서비스원의 사업, 선택에서 의무화로
현행 사회서비스원법 제10조를 보면 사회서비스원이 할 수 있는 사업들이 열거되어 있다. 사회서비스 제공기관을 운영하거나 재가서비스 제공을 위한 사업을 할 수 있다고는 되어 있지만 이것이 의무는 아니다. 결국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사업인 것이다.
사회서비스원법이 개정돼서 의무화가 된다고 한들 사회서비스원의 정체성에 대한 확보는 사회서비스원이 '어떤 사업을 수행하냐'가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사회서비스원법을 보면 상당히 부족한 지점, 개선해야 할 지점들이 많지만 사회서비스원의 사업에 있어서 의무화가 이뤄지지 않은 부분 역시 뼈아프다고 할 수 있다.
서비스 제공기관으로서의 성격을 분명히 하고자 한다면 법에 있는 ▲ 긴급돌봄서비스 ▲ 국공립 사회서비스 제공기관 운영 ▲ 종합재가서비스 제공을 위한 사업 등 최소한 이러한 내용들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의무화해서 사회서비스원이 시민들에게 공적돌봄서비스를 제공하는 보루로서 역할을 하게 해야 한다.
또한 현행법 밖으로 시야를 넓혀보면 전국장애인부모연대에서 요구하는 발달장애인 24시간지원체계 구축 등 발달장애 국가책임 등의 요구도 사회서비스원이 적극 수행하는 것도 사회서비스원 공공성 강화에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해당 사업들이 사회서비스원이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사업이 될 수 있도록 법 개정 등이 필요할 것이다.
※ 참고 문헌
-보건복지부. 2019. "보건복지부, 사회서비스원 설립 본격 추진". 보건복지부 보도자료(2019.1.9.) 국정과제 17-2
-보건복지부. 2019 "사회서비스원, 서울·대구·경기·경남에서 최초 설립·운영"(2019.3.6.)
-보건복지부. 2024. "주민등록번호 이용이 곤란한 대상자라도 복지급여를 받을 수 있습니다". 보건복지부 보도자료(2024.6.25.)
-보건복지부. 2022. 「2022년 시·도사회서비스원 표준운영지침Ⅱ」
-보건복지부. 2023. 「2023년 시·도사회서비스원 표준운영지침」
-보건복지부. 2023. 「2023년 시·도사회서비스원 표준운영지침Ⅱ」
-사회복지사업법
-공공운수노조. 2023 "서울시사회서비스원 및 사회서비스 공공성 관련 설문조사" (서던포스트에서 조사수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