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대덕구의회가 의장 연임을 놓고 둘로 쪼개져 파행을 계속하고 있다. 후반기 시작이 한 달 가까이 지나고 있지만 원구성의 첫 발도 떼지 못하고 있다.
대덕구의회는 현재 국민의힘 4명, 더불어민주당 2명, 무소속 2명 등 모두 8명으로 구성돼 있다. 국민의힘은 의원총회를 통해 전반기 의장을 역임한 김홍태 의원을 후반기 의장으로 선출키로 뜻을 모았다. 다만 국민의힘 소속 4명 중 양영자(비례) 의원은 이에 반대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4일 대덕구의회는 제277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를 열어 단독으로 의장 후보에 등록한 김 의원을 놓고 찬반투표를 실시했다.
1차 투표는 정족수 미달로 실패했고, 2차 투표에서는 찬성과 반대가 각각 4대 4로 나와 과반수인 5표를 채우지 못해 의장 선출은 무산됐다.
현재 김 의원의 연임을 공개적으로 찬성하는 의원은 김 의원을 비롯한 국민의힘 조대웅·이준규 의원이다. 반대하는 의원은 민주당 소속 김기흥·박효서 의원과 무소속 전석광 의원이다. 지난 의장 선거 투표에서 무소속 유승연 의원은 찬성, 국민의힘 양영자 의원은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분석된다.
이렇게 김홍태 의원의 의장 연임을 놓고 4대 4로 의견이 갈리면서 대덕구의회는 파행이 지속되고 있다. 대덕구의회는 곧 재선거를 위한 후보 등록 공고에 나설 예정이지만, 양 측의 입장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갈등의 골만 깊어지고 있는 상황.
국힘 의원들 "연임사례 다수... 이재명 연임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런 가운데 국민의힘 김홍태·조대웅·이준규 의원은 26일 대전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 의원들이 얼토당토않은 궤변으로 의회를 파행으로 이끌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들은 우선 반대파 의원들이 주장하는 '연임금지'와 관련, "대덕구의회는 과거 1·2·3대, 가장 최근에는 2008년에도 의장 연임 사례가 있었다"며 "단 한 번도 연임금지라는 불문율이 깨지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민주당 의원들의 주장에 기가 찰 노릇"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아울러 계룡시, 금산군, 서천군, 예산시, 대구, 부산, 동두천, 상주시 등에서도 연임 사례가 있었다고 소개한 뒤 "연임에 그렇게 반대한다면 이재명 대표의 민주당 대표 연임 도전에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고 싶다"고 비꼬았다.
그러면서 이들은 "김홍태 의원을 의장으로 다시 추대하자고 한 것은 국민의힘 의원들의 의원 총회를 통해 결정한 것으로 개인의 욕심이 아니"라고 강조하고 "더 이상 민주당 의원들을 비롯한 무소속 의원은 자신들의 사리사욕을 위해 의사일정 보이콧과 과도한 언론플레이를 중단하고 협상에 나와 달라"고 촉구했다.
민주당+무소속 의원들 "유례없는 의장 연임, 민주주의 합의 정신 위협"
반면, 김 의원의 연임을 반대하는 민주당 김기흥·박효서 의원과 무소속 전석광 의원은 지난 24일 발표한 성명을 통해 "대덕구의회 김홍태 의장의 후반기 의장 연임 시도는 유례없는 초유의 사태로, 지방자치가 시작된 1991년 이래 대덕구의회에서는 단 한 번도 연임금지의 불문율이 깨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어 "그동안 9대를 지나온 구의회 역사를 보더라도 정치세력 불균형 상태에서조차도 비민주적 절차에 의해 부당하게 의회 본질을 흔드는 권력 독식은 없었다"며 "그러나 현재 대덕구의회는 김홍태 의장을 비롯한 일부 의원들이 유례없는 의장 연임을 추진하고 있어 그동안 지켜온 민주주의 합의 정신이 크게 위협받고 있다"고 연임 찬성파들을 맹비난했다.
그러면서 "전국 수많은 지방 의회에서 연임금지가 명문화돼 있지 않음에도 30여 년간 관습법처럼 지키며 존중해왔다"며 "만일 연임이 실현된다면 후반기 2년간 주어진 의회 대표자로서의 의장의 공적인 권한은 구민을 위한 자리가 아니라 자신의 사적인 욕망을 채우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끝으로 "후반기 연임이라는 개인 욕심이 현실화되고 이에 따라 다시 의회를 운영하게 된다면 의원 상호 간의 민주적 절차에 따른 합의가 아닌 의장 중심으로 권력집중 현상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우려하면서 "나쁜 전례를 만들지 말고, 의장 연임 시도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대덕구의회는 지난 2022년 민선 8기 전반기 의장 선거에서도 민주당과 국민의힘 의원들이 각각 4명씩으로 갈려 맞서면서 의장 선출을 하지 못한 채 파행을 겪다 한 달을 넘긴 8월 12일에야 의장을 선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