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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와 한몸이 되어 밭을 일군다(2023.5.21) ⓒ 진재중

"워~ 워, 이랴~ 이랴."

아련히 떠오르는 추억의 소리가 있다. 밭갈이 하는 농부와 소의 향연이다. 농촌에 아기 울음소리가 사라진 것처럼 소 밭갈이 소리도 사라진 지가 오래 되었지만 해발 1100m 안반덕(강릉시 왕산면 대기리)은 아직도 소와 농부가 밭을 일군다.

안반덕은 지금이 농사 준비로 가장 바쁜 철이다. 밭이랑을 만드는 작업이 한창이다. 일반 평야지대와는 다르게 포클레인과 소를 이용해 밭갈이를 한다. 안반덕은 개간전에는 6가구 정도가 구황작물을 심으며 생활하다가 마을이 형성되었다.

개간이 합법화되면서 1965년에는 안반덕이를, 다음 해엔 고루포기에 화전민이 들어와 농지로 개간했다. 그 결과, 총 65만 평 밭에 30여 농가가 농사를 짓고 있는 전국 최고의 고랭지 채소 산지다. 지난 21일 이곳을 찾았다. 

소를 이용한 밭갈이를 하는 이유 
    
급경사지대이면서 자갈과 돌이 그대로 남아있다.(2023.5.21) ⓒ 진재중
     
안반덕은 험한 산을 개간하여 일군 밭이라서 아직도 거친 땅이 많다. 일부는 평원이지만 40~50도를 오르내리는 급경사 지역이 많다. 고르고 골라냈지만 자갈이며 돌들이 쌓여 있는 밭도 수두룩하다. 이런 거친 땅이 20% 정도는 된다.

농부와 소는 땅을 갈 때마다 발걸음을 조심스럽게 내딛으며, 균형을 잘 유지해야 한다. 넘어지기라도 하면 대형 참사로 이어진다. 쟁기보습은 평야지대에서 사용하는 것과는 다르다. 거친 밭을 일궈야 하기 때문에 날이 뾰족하고 폭이 좁아야 한다. 트랙터가 접근하지 못하고 소를 이용해 밭갈이를 해야 하는 이유다.  
 
가파르고 험난한 지대 ⓒ 진재중
   
밭이랑을 만드는 소를 찾는 것은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다. 안반덕에는 없고 20여km 떨어진 평창에서 소 자가용을 이용, 모셔와야 한다. 쟁기질은 송아지 때부터 어미소를 따라 훈련이 되어 있어야 할 수가 있다. 소몰이 하는 농부와 손발이 맞아야 제대로 된 밭갈이가 가능하다. "워-워, 이-랴" 이 두 마디만 있으면 밭갈이는 마칠 수 있다. 소와 농부의 친근한 대화다.

소와 함께 밭갈이를 해온 이병연씨는 "저와 20년을 함께한 소입니다. 서로 눈빛만봐도 알 수가 있어요, 소와 손발이 맞아야 제대로 된 밭갈이가 됩니다. 이런 소는 제 가족입니다. 이 소가 사라지면 밭갈이는 볼 수 없을 겁니다"라고 일소의 소중함을 말한다.
 
눈 높이를 맞춘 소몰이. (2023.5.21) ⓒ 진재중
 
안반덕은 소와 함께 일할 수 있는 날이 많지가 않다. 안개와 비와 바람이 심하기로 유명한 지역이라서 일주일에 하루 이틀 정도 밖에 허락해 주지 않는다. 비용도 포클레인을 이용하는 것보다 몇 배가 더 든다. 소가 하루에 갈 수 있는 땅은 기계에 비해 1/10도 안 된다. 여기에 소 대여료와 소몰이 하는 농부 인건비를 포함하면 기계를 이용하는 게 효과적이다. 

안반덕에서 40여 년 농사를 짓고 있는 한 농부(78)는 "이곳에서 쟁기질 하는 것은 운이 좋아야 합니다. 소는 비를 맞거나 바람이 불면 작업을 할 수 없기 때문에 하늘에 맡겨야 합니다"라고 어려움을 말한다.
 
스스로 알아서 갈길을 찾아가는 소(2023.5.21) ⓒ 진재중
 
완만한 경사지에서 작업하는 포크레인92023.5.21) ⓒ 진재중

과거 농촌에서 소는 재산목록 1호였다. 지금으로 치면 자가용 이상이었다. 지역마다 차이는 있지만 소 한 마리의 품삯은 두 사람 혹은 두 사람 반을 쳤다. 소 밭갈이는 기계로 대체되면서 자연스럽게 역사의 뒤안길로 그 모습을 감추게 될 것이다. 추억으로 남게 될 소와 농부의 향연이 그리워지는 현장이다. 

소몰이를 촬영하러 온 김광석(67)씨는 "소몰이 모습을 담기 위해서 매년 이때면 이곳에 옵니다. 5월 첫 주부터 오늘까지 와서 네 번째 만에 이 모습을 담았는데, 밭갈이가 사라지지 않았나 해서 염려를 했습니다.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소 밭갈이는 농촌문화유산으로 남겨야 된다고 봅니다" 하고 아쉬워했다.  
 
"이랴" 소리와 "워워" 소리만 있어도 소와 농부는 한몸이 된다. (2023.5.21) ⓒ 진재중
   
씨앗을 뿌릴 날을 기다리는 안반덕(2023.5.21) ⓒ 진재중
태그:#소밭갈이, #안반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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