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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4월 14일 세종에서 개최되는 기후정의파업을 앞두고 대정부 순회 연설회가 시작됐다.
 오는 4월 14일 세종에서 개최되는 기후정의파업을 앞두고 대정부 순회 연설회가 시작됐다.
ⓒ 김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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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번 겨울 생계비의 15%를 난방비로 사용했습니다. 하지만 정부나 지자체로부터 어떤 안내나 연락도 받지 못했고 어떤 요금할인 혜택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국내 전력소비의 55%가 산업용이지만 최근 5년 동안 국내 10대 대기업들은 4조 2천억 원의 전기요금 할인혜택을 받았습니다. 대기업들이 돈이 없습니까? 경제성장이라는 명분으로 대기업들이 받는 혜택이 과연 모든 시민들에게 제대로 배분되고 있는 겁니까?"

28일 오전 11시 40분경, 세종시 산업통상자원부 청사 앞. 정미진 충북 녹색당 사무처장은 다부지고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산자부 공무원들에게 따지듯이 외쳤다. 점심시간에 건물을 나서는 공무원들은 신호등 앞에 멈춰 서서 정 사무처장과 피켓을 든 시위대를 쳐다보거나, 흘낏 한 번 시선을 주고 제 갈 길을 갔다.

오는 4월 14일 세종에서 개최되는 기후정의파업을 앞두고 대정부 순회 연설회가 시작됐다. 이들이 첫 번째 연설 장소로 택한 곳은 산자부와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탄녹위) 앞이었다. 소위 '기후 악당 부처'로 이들이 꼽은 곳이다. 9명의 연사가 돌아가면서, 산자부 정문과 탄녹위 앞으로 장소를 옮기면서 게릴라전을 하듯 2시간여 동안 길거리 연설을 진행했다.

산자부 정문 앞에서 맨 처음 마이크를 잡은 최재순 발전노조 부위원장은 "대한민국의 전력시장은 2011년 민영화 비중이 15.6%이었지만 11년이 지난 2022년 말 기준 40%가 되었고, 머지않아 전력시장의 민영화 규모가 50%를 넘어설지 모른다"면서 그 폐해를 다음과 같이 성토했다.

"지난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국제유가 폭등으로 한전은 지난해에 32조 원이 넘는 영업적자를 기록했습니다. 발전공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7개 민자 발전사의 지난해 3분기까지 영업이익은 1조 5천억 원이 넘는 최대 수익을 올렸습니다. 7개 민자 발전사는 전체 발전거래량은 8% 정도밖에 미치지 않는데도 말입니다. 이렇게 민자 발전사는 발전공기업과 한전이 적자를 보더라도 최대의 영업이익을 챙기는 것이 바로 민영화의 본질입니다."

최 부위원장은 이어 "국민은 전기요금 폭등에 고통을 받고 있지만, 기업은 막대한 전기요금 보조를 받고 있다"면서 "대한민국의 산업용 전기 비중은 55%에 달하고, 가정용 비중은 15%에 지나지 않는데, 작년 한 해 국민의 고혈을 빨아, 기업들에 전력 요금으로 17조 5천억 원을 지원해준 꼴"이라고 성토했다.
오는 4월 14일 세종에서 개최되는 기후정의파업을 앞두고 대정부 순회 연설회가 시작됐다.
 오는 4월 14일 세종에서 개최되는 기후정의파업을 앞두고 대정부 순회 연설회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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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미진 사무처장은 에너지 기본권에 대한 연설을 이어갔다. 정 처장은 "우리가 공공재라고 말하는 것들의 요금인상은 그 목적이 무엇이든 필연적으로 불평등과 부정의를 강화하는 것으로 이어진다"면서 "내 삶에 꼭 필요한 '필수재'의 가격이 올라갔을 때 고통 받는 사람들은 누구인가"라고 반문했다.

정 사무처장은 이어 "경제적으로 부유한 사람들에게는 비용적 부담이 조금 늘고 마는 일이겠지만 최저임금으로 빠듯한 삶을 유지하는 이들에게는 인간으로서 마땅히 누려야 하는 권리를 하나씩 포기해야하는 일"이라며 "의료시설을 정기적으로 이용해야하는 환자, 노인들, 자가용 없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들, 난방이 취약한 노후 주택, 공공요금 인상의 활은 정확이 이들을 향하고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근형 기후정의동맹 집행위원은 "산업혁명 이전 대비 지구 온도 상승을 1.5도 이내로 낮춰야만 파국적인 상황 면할 수 있다고 하는데 지난주에 공개된 IPCC 6차 보고서에서는 이 상태라면 아마도 2030년 되기 전에 파국이 올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면서 이같이 성토했다.

"대한민국정부도 이 보고서를 알았을 것 같은데, 거의 같은 날 발표된 탄녹위의 '제1차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을 보면 이 사람들이 진짜 나와 같은 행성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맞는지, 윤석열은 지구인이 맞는지 의심마저 들게 한다. 탄녹위가 이번에 발표한 국가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보면 산업계에서는 2021년 발표한 것보다 810만 톤을 덜 감축해야 한다고 면죄부를 줬다. 그런데 재생에너지 비중은 21%로 낮췄고, 그 와중에 핵발전을 치켜세우고 있다."

이밖에도 이날 순회연설회에서 송상표 공공운수노조 금회PSC지부장, 김성민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 지회장, 에너지정의행동 이영경 씨 등이 참석해 대정부 연설을 했다. 이들은 연설을 통해 탄녹위가 발표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 폐기와 에너지 기본권과 주거권 보장 등의 주장을 펼쳤다.

최소영 414기후정의파업 공동집행위원장은 "이번 순회 연설회는 세종에서 4월 14일 기후정의파업을 하기 전에 전국에서 투쟁하는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각 부처별로 우리들의 정당한 요구를 전달하고, 투쟁의 결의를 다지는 차원에서 기획됐다"면서 "29일에는 환경부와 국토부 앞에서, 오는 4월 3일에는 기획재정부 앞에서 각각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태그:#기후정의파업, #기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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