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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4일 대전 유성구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제8회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서해수호 55용사의 이름을 부르고 있다. 2023.3.24
▲ 서해수호 55용사 이름 부르는 윤석열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4일 대전 유성구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제8회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서해수호 55용사의 이름을 부르고 있다. 2023.3.24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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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수호의 날 행사에서도 유가족이 '일본에게는 사과하라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사람들이 우리 자식 죽인 북한에 대해서는 왜 사과하라고 안 하느냐' 하소연했는데 이런 시각이 보편적으로 확산해야 한다."

28일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이 전한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이다. 윤 대통령이 인용한 발언은 지난 24일 열린 제8회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서해 용사 유가족들로부터 들은 하소연이라고 한다.

윤 대통령이 인용한 발언엔 문제가 있다. 일본의 사과를 요구하는 이들이 북한의 사과를 요구하지 않는다고 단정지었기 때문이다. 일제강점기 당시 일제가 식민지 조선 민중에게 저지른 만행에 대한 사과와 한국전쟁을 비롯해 북한의 무력행위로 인해 수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은 데에 대한 사과는 결코 상반된 것이 아니다.

물론 일본의 사과를 요구하면서 북한의 사과는 요구하지 않는 이들이 아예 없진 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북한의 공격으로 인해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유가족 입장에서는 그런 사람들이 미워보일 수 있고, 그러니 대통령에게라도 하소연을 했을 것이다. 여기까지는 발언의 문제성을 감안하더라도 이해가 간다.

국민이 일본의 사과를 원하는데... 엉뚱한 북한 언급하며 폄하하는 윤 대통령

난해한 대목은 바로 윤 대통령이 이 발언을 인용하며 "보편적으로 확산해야 할 시각"이라고 평가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21일 국무회의에서도 한일정상회담 비판론에 대해 "배타적 민족주의와 반일을 외치면서 정치적 이득을 취하려는 세력"으로 폄하한 적이 있다.

필자가 이 발언에 문제가 있다고 보는 이유는 대통령이 국민을 폄하했기 때문이다. 21일의 발언은 적어도 '정치적 이득을 취하려는 세력'으로 대상을 특정하면서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등 야권을 향한 폄하로 해석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발언은 그런 특정성이 없다. 이에 따르면 일본의 사과를 원하는 이들이 '북한의 잘못에는 침묵하는 이들'로 일반화됐다. 유가족이 그런 얘길하면, 국민통합에 나서야 할 대통령으로서 유가족의 오해를 풀어줘야 하는 게 통념적으로 주어지는 의무일 것이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이러한 시각이 확산돼야 한다'고 대변인의 입을 통해 공개했다.

지난 9일 KBS 여론조사에 따르면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해결 방안 중 가장 중요한 것으로 '일본 전범기업과 일본 정부의 진솔한 사과'를 꼽은 비율이 61.4%였다. 10명 중 최소 6명 국민은 일본의 사과가 과거사 문제 해결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판국에, 대통령은 이들을 '북한에는 침묵하며 일본에만 목소리를 드높이는 이들'로 규정한 셈이다.

갈라치기와 낙인찍기

윤 대통령의 이런 화법은 전형적인 갈라치기 시도이자, 나아가 북한을 고리로 한 '빨갱이' 낙인찍기로도 읽힌다. 세월호 참사를 추모하는 이들에게 '왜 천안함 폭침은 추모하지 않느냐'는 프레임을 씌웠던 과거 극우 온라인커뮤니티 회원들의 방식과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하겠다.

세월호 참사와 천안함 폭침이 그러했듯, 일본의 과거 만행과 북한의 무력도발 역시 둘은 각기 전혀 다른 차원의 사안이다. 그러나 이를 동일한 선상에 두고 '이런 시각이 확산돼야 한다'고 언급하는 건, 국민분열 행위로 읽힐 수 있다. 

1년 전 윤석열 대통령은 당선 소감으로 자신의 당선이 "국민을 편 가르지 말고, 통합의 정치를 하라는 국민의 간절한 호소"라고 자평했다. 지난해 12월엔 "국민을 하나로 통합해 나가는 것이 국가 발전과 위기 극복에 매우 중요한 일이 아닐 수 없다"고도 했다(2022년 12월 21일 국민통합 추진전략 및 성과 보고회).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 현재 윤 대통령의 발언은 "국민을 하나로 통합"해 "국가 발전과 위기 극복"을 하는 데 어떠한 기여를 하는가. 스스로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태그:#윤석열, #갈라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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