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3.29 06:53최종 업데이트 23.03.29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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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재의 인사이트>(https://chungjae.com)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오마이뉴스>를 통해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이충재 기자는 1987년 한국일보에 입사해 사회부장, 편집국장, 수석논설위원, 주필을 역임했습니다. 오랜 기자 경험을 토대로 객관적이고 균형잡힌 시각으로 우리 사회 현안을 들여다봅니다. 독자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편집자말]

지난 16일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윤석열 대한민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마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공동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윤 대통령을 보고 있다. ⓒ AFP=연합뉴스

 
일본 정부가 28일 초등학교 교과서에서 독도와 과거사 기술을 강화했지만 우리 정부가 미온적으로 대응해 저자세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정부 대응이라고는 주한일본대사관 총괄공사를 소환해 유감을 표명한 게 고작이었습니다. 대통령실은 별도의 공식입장을 내지도 않았습니다. 이전에 대응했던 전례를 그대로 따랐다는 게 정부 설명이지만, 우리 정부가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 전향적인 태도를 보인 직후라는 점에서 뒤통수를 맞았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앞으로 이런 모습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일본의 교과서 기술 강화 움직임에 대해 우리 정부도 이미 파악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일본 문부과학성이 매년 3월 초·중·고 교과서에 대한 검정 결과를 주기적으로 발표하는 데, 올해 초등학교 교과서 검정 결과가 발표될 것으로 예상했다는 겁니다. 하지만 정부는 한일 정상회담에서 좋은 성과를 낼 것으로 보고 교과서가 별 문제가 안 될 것으로 생각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때문에 별도의 대응 수단을 강구해 놓지도 않았다고 합니다.  


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일본 초등 교과서의 기술 정도가 예상보다 더 강한 수위라는 건 정상회담 이후 확인된 것으로 전해집니다. 우리 정부가 일본 측 발표에 앞서 항의의 뜻을 전달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지만 속수무책이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국무회의에서 "일본을 기다리지 말고 우리가 할 건 하자"며 통 큰 양보를 강조했던 터라 스스로 발목을 잡은 측면이 큽니다.  

교과서 사태, 시작에 불과할 수도 

대통령실은 일본 교과서 사태가 여론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합니다. 가뜩이나 한일 정상회담에 대한 국민 반응이 부정적인 상황에서 일본의 역사 인식 후퇴가 확인된다면 대일여론이 더 악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교과서 검정은 10여 년 전부터 되풀이된 '상수' 성격도 있다는 점에서 현재 한일관계 흐름에 중요한 변수는 되기 어렵다는 전망도 한다고 합니다.  

문제는 이번 교과서 사태가 시작에 불과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일본에선 우익을 중심으로 이번 기회에 독도 영유권 주장, 위안부 합의 이행, 초계기 레이더 조사 문제 등도 일본의 입장을 한국에 확실하게 관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조만간 닥칠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문제도 일본의 집요한 요구가 확실시되는 상황입니다.

한국에 추가적인 양보를 원하는 일본의 분위기는 여론조사에서도 확인됩니다. 지난 27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발표한 조사에서 일본인 68%는 한국측이 내놓은 강제징용 해법으로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습니다. '해결될 것'이라는 응답은 21%에 불과했습니다. '앞으로 한일 관계가 변하지 않는다'는 응답에 56%가 답했고 '좋아질 것'이라는 답은 35%에 그쳤습니다. 우리가 물 컵에 반을 채우면 일본이 나머지를 채울 거라는 생각은 착각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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