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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 '리드 독서동아리 회원'들의 독서토론회(가운데 중절모를 쓴 이 필자)
 원주 '리드 독서동아리 회원'들의 독서토론회(가운데 중절모를 쓴 이 필자)
ⓒ 곽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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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문인들의 수난시대다. 얼마 전 전해 오는 소식에 따르면 글발이 좋았던 춘천의 한 후배 작가는 인세 수입으로는 더 이상 생활이 되지 않아 절필을 하고 식당의 점주가 됐다 하고, 또 다른 후배는 카페를 차렸다고 한다. 그래도 그들은 가게를 차릴 만큼 아직은 여유가 있나 보다.

내가 잘 아는 한 후배 소설가는 독거노인으로 지내다가 오랜만에 소설집을 냈으나 인세 한 푼 받지 못한 좌절감과 우울증으로 홀로 숨을 거뒀다는 소식을 접했다. 남의 일 같이 들리지 않았다.

독서동아리에서 읽었다는 책 

내 책을 내준 한 출판사 대표의 푸념이다. 그는 속주머니 지갑을 꺼내더니 그 속에 든 문화상품권을 보여주면서 '매일 출퇴근을 지하철로 하는데, 자기가 펴낸 책을 읽는 독자를 만나면 사례로 주려고 석 달 째 소지하고 눈을 씻으며 다녀도 아직 찾지 못했다'는 푸념이었다. 서울 나들이로 지하철을 타면 승객 대부분 손전화기를 꺼내 보고 있다. 요즘 대중교통 승객들이 독서삼매경에 빠져든 경우는 좀처럼 볼 수 없다.

이와 같은 출판 및 독서 삭풍시대에 이달 초, 이웃 평창고등학교 김호현 교장선생님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당신은 원주 출신인 바, 지역에서 독서동아리 활동을 하는데 이달에는 나의 장편소설 <전쟁과 사랑>으로 책을 정했단다. 마지막 일요일인 26일 원주시립중앙도서관 3층 동아리실에 참석해 달라는 정중한 초대였다.

그분이 후배 교육자라는데, 이 독서 불황시대에 내 작품을 두 번이나 정독, 감동을 받아 채택했단다. 그 말에 나도 감동하여 즉석에서 수락했다. 약속한 날 굳이 당신 승용차로 내 집 앞까지 와서 도서관까지 데려다 줬다.

원주시립 도서관 3층 동아리실에 가자 독서동아리 '리드 미(Read me, or Lead me)' 회원 가운데 여섯 분이 선착, 박수로서 맞아 주었다. 모두 <전쟁과 사랑> 책을 내밀며 사인을 요청하는데 책을 구하기가 매우 힘들었다는 아우성이었다. 나는 그 아우성에 반가움과 미안함이 겹쳐 그 자리에서 책을 내준 출판사 대표에게 전화를 하자 초판이 연초에 이미 다 매진돼 지금 한참 2쇄를 제작 중이라는 작가로서는 가장 반가운 소식을 전했다.
  
<전쟁과 사랑> 표지
 <전쟁과 사랑> 표지
ⓒ 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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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진실을 알리고자

경북 안동의 임청각, 광주광역시 광주제일고, 등 여러 북콘서트 행사에 초청을 받아 갔다. 그때마다 대부분 참석자들이 책을 읽지 않은 채 오시기 마련이었다. 아마도 그날 현장에서 책을 구입하고자 그러신 모양이었다. 하지만 이번 모임은 회원들이 이미 책을 모두 읽은 뒤 저자에게 질의했기에 일방의 강연이 아니라 저자와 독자의 주고받는 대화로 매우 진지했다.

"책을 읽고 한국전쟁의 시작과 끝까지의 전 과정을 알았습니다."
"작품 배경과 일시, 그리고 전투장면, 피난, 민간인 학살 등을 사실자료에 입각한  세밀한 서술이 매우 돋보였어요."
"학창시절 맥아더 장군을 구국의 영웅으로 배웠는데 다시 생각하게 했어요."


저자 앞 탓인지 모두들 한국전쟁을 제대로 진지하게 그린 작품이라고 호평을 했다. 하지만 나는 선배들이 한국전쟁의 실상을 제대로 작품화하지 못한 것은 "그동안 반공 이데올로기에 갇혀 마음껏 창작의 자유를 누리지 못한데 그 원인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행히 이제는 민주화도 많이 됐고, 이즈음 나는 인생의 종착역에 이른 사람으로, 역사의 진실을 알리고 후세에 한국전쟁의 참상을 바로 전하기 위해서 겁 없이 썼다는 심중의 말을 뱉었다.

그날 회원들은 이구동성으로 젊은 사람들이 꼭 읽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저자로서는 감히 청할 수 없지만 바라던 말이라 모처럼 움츠렸던 어깨를 활짝 폈던 기분 좋은 하루였다.

회원들은 장소를 치악산 밑 한 밥집으로 옮겨 산채 나물밥을 나누면서도 저자의 창작과정(영업비밀)을 꼬치꼬치 물었다. '고객은 왕'인 시대가 아닌가. 나는 밥값으로 성실히 답을 하고 헤어지는데 집까지 데려다 주는 평창고 교장선생님이 적절할 때 당신 학교 재학생들에게 특강을 부탁하기에 감사히 받아들였다.

한반도에 또 다시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 또한 한반도를 국제 무기 상들의 시장터로 내줘서는 아니 될 것이다. 한반도 통일에 앞서 우선 남북지도자들이 한데 모여 '종전선언'이라도 하자! 

전쟁과 사랑

박도 (지은이), 눈빛(2021)


태그:#<전쟁과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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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은퇴 후 강원 산골에서 지내고 있다. 저서; 소설<허형식 장군><전쟁과 사랑> <용서>. 산문 <항일유적답사기><영웅 안중근>, <대한민국 대통령> 사진집<지울 수 없는 이미지><한국전쟁 Ⅱ><일제강점기><개화기와 대한제국><미군정3년사>, 어린이도서 <대한민국의 시작은 임시정부입니다><김구, 독립운동의 끝은 통일><청년 안중근>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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