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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 제20전투비행단 소속 KF-16 전투기가 지난 14일 오후 8시경 야간 출격에 앞서 활주로에 진입하기 전 비행 가능 상태를 최종적으로 판단하고 이상 발견 시 초동대처를 취하는 과정인 최종기회점검(LCI, Last Chance Inspection)을 수행하고 있다. 공군은 ‘자유의 방패(Freedom Shield·FS)’ 연습과 연계해 14일부터 15일까지 공군의 주요 전투비행부대에서 전시 작전지속능력 강화를 위한 ‘주·야간 지속 출격훈련’을 실시했다
 공군 제20전투비행단 소속 KF-16 전투기가 지난 14일 오후 8시경 야간 출격에 앞서 활주로에 진입하기 전 비행 가능 상태를 최종적으로 판단하고 이상 발견 시 초동대처를 취하는 과정인 최종기회점검(LCI, Last Chance Inspection)을 수행하고 있다. 공군은 ‘자유의 방패(Freedom Shield·FS)’ 연습과 연계해 14일부터 15일까지 공군의 주요 전투비행부대에서 전시 작전지속능력 강화를 위한 ‘주·야간 지속 출격훈련’을 실시했다
ⓒ 공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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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연합군사연습이 한창이다. 지난 13일부터 시작된 '자유의 방패'(FS, Freedom Shield) 기간 동안 북한 역시 뒤질세라 ICBM을 포함한 일곱차례의 미사일을 발사하며 총력 대응 중이다. 한미는 아랑곳 없이 FS의 다음 수순으로 지난 20일부터 대규모 상륙훈련인 쌍룡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우려스러운 마음으로 기사를 읽다 관련 사설의 한 문장이 눈에 들어왔다.

"이번 FS 연습은 한미가 기존 '작전계획 5015'를 대체한 새 연합작계를 본격 적용한 사실상 첫 훈련이었다" - <동아일보> 3월 25일 사설 중

한미 군당국이 한미공동 작전계획 5015의 수정 논의를 본격화한 것은 2021년 11월 제53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다. 이 회의에서 한미 국방장관은 새로운 '전략기획지침'(SPG, 새로운 작전계획을 수립하거나 기존의 작전계획을 수정보완할 경우 SCM의 하위 기구인 한미군사위원회에 하달하는 일종의 가이드라인)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2022년 3월 한미군사위원회(MCM)의 수장인 한미 합참의장은 미국 하와이에서 회의를 열고 SPG에 기초한 '전략기획지시'(SPD, SPG를 보다 구체화한 내용)에 서명했다.

하지만 이후 한미의 새로운 작전계획이 어떤 내용인지에 대한 보도는 찾아보기 어려웠고 지난해 SCM 공동성명에서는 관련 내용 자체가 언급되지 않았다. 물론 작전계획 자체는 군사기밀이고 지금까지의 작전계획 역시 그 내용 전문이 공개된 바는 없다.

하지만 대략적인 내용들은 확인돼왔던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더구나 MCM은 매년 SCM에 주요한 논의내용을 보고하게 돼 있고, 이를 SCM 공동성명의 내용에 간략하게라도 담기게 돼 있는 구조를 감안하면 의구심은 더 커졌다. 그런데 이번 한미연합군사연습이 "새로운 연합작계를 본격 적용한 훈련"이라니?

이번 한미연합군사연습에 새로운 작전계획 첫 적용?
 
22일 경기 포천 로드리게스 훈련장에서 가진 '한미 연합 제병합동사격 훈련'에 참가한 육군수도기계화보병사단 K1A2 전차가 발진 준비를 하고 있다.
 22일 경기 포천 로드리게스 훈련장에서 가진 '한미 연합 제병합동사격 훈련'에 참가한 육군수도기계화보병사단 K1A2 전차가 발진 준비를 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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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작계 5015의 내용은 많이 알려져 있다. 유사시 북한의 핵심시설에 대한 선제타격 내용이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 북한의 700여 곳을 합동요격지점(JDPI, Joint Designated Point of Impact)을 설정하고 있으며 여기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집무실, 영변핵시설, 주요 북한군 지휘부 시설 등이 포함된다고 한다. 북한에 급변사태가 발생했을 경우에는 한미연합군을 투입하고 수복지역에 대한 치안질서 유지와 안정화 군사작전까지 포함된다.

한마디로 작계 5015는 이전의 한반도 전면전 발발시 적용됐던 작계 5027과 북 급변사태시를 대비한 작계 5029를 통합해 보다 선제 공격을 중심에 둔 점령 목적의 작전계획인 셈이다.

행여 '새로운 작전계획'과 관련한 내용을 찾을 수 있을까 싶어 관련 기사들을 스크린 하던 중 유심히 보지 못했던 내용들을 확인하게 됐다. 2021년 한미연례안보회의에서 새로운 작계의 수립과 관련해 한미 국방장관이 합의한 직후 전직 미 고위 관료들의 인터뷰 기사들이 그것이었다.

53차 한미연례안보회의가 끝난 뒤인 2021년 12월 24일(현지 시각) 로버트 에이브럼스 전 한미연합사령관은 <미국의소리(VOA)>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3년간 중국의 한국방공식별구역 침범 사례가 300% 늘었으며 불법조업을 하는 중국 어선들도 증가하고 있다"며 "이 모든 것을 작계에서 다뤄야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그는 본인이 "2019년 부임하면서부터 새로운 작전계획의 필요성을 한국 국방부에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2022년 1월 2일(현지시각) 데이비드 스틸웰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미의 새로운 작계와 관련한 질문에 "중국의 공세는 일본뿐 아니라 한국에도 영향을 미친다"라며 "중국에 의해 초래되는 장기적인 안보문제에도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대만문제를 거론하며 "왜 (대만 방어에) 한국이 기여하지 않아야 하는가?"라고 반문하며 "한미동맹의 역량은 한반도에서 (일어날) 한 가지 급변사태에만 국한될 수 없다"고 말했다(향후 쓸 기회가 있겠지만, 미국은 추구하고자 하는 군사안보정책을 전직 관료의 입을 통해 운을 띄우고 결국에는 현실화하는 수법을 자주 이용한다).

한미 작계가 '중국'까지 겨냥해야 한다는 주장
 
22일 오후 경기도 포천시 로드리게스 훈련장에서 열린 한미 연합 제병협동사격 훈련에서 육군 수도기계화보병사단 소속 K1A2 전차가 표적을 향해 사격하고 있다.
 22일 오후 경기도 포천시 로드리게스 훈련장에서 열린 한미 연합 제병협동사격 훈련에서 육군 수도기계화보병사단 소속 K1A2 전차가 표적을 향해 사격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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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추측의 영역이긴 하지만 두 가지 추론이 가능하다. 하나는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여 중국까지 겨냥한 한미의 새로운 작계가 완성됐거나, 둘은 중국까지 겨냥한 작계에 부담을 느낀 국방부가 미국의 요구에 저항하고 있거나.

한미동맹 강화를 안보의 최고 가치이자 방안으로 신봉하는 윤석열 정부라면, 또 미국이 요구하는 한미일 군사협력을 위해 굴욕외교를 자처하는 윤석열 정부라면 첫 번째 내용의 작계가 선택되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추측하는 것은 필자만의 생각일까.

한미 군당국은 이번 한미연합군사연습을 두고 으레 그래왔듯 "순수한 방어적 훈련"이며 "북에 대한 적대적 의도를 갖고 있지 않다"고 말한다. '오래된 거짓말'이다. 어떤 방어적 훈련에 선제공격의 내용이 들어가며 상대 영토의 점령을 목적으로 하는 상륙훈련이 포함된단 말인가.

지금 진행되는 한미군사연습이 필자가 추측하는 내용의 작계로 진행되는 것이라면 새로운 작계와 관련한 '새로운 거짓말'이 준비돼야 할 것이다. '중국을 겨냥하고 있지만 중국을 적대하는 것은 아니라는'라는 식의 거짓말 말이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박석진씨는 열린군대를위한시민연대 상임활동가입니다.


태그:#한미연합군사연습, #한미공동 작전계획 , #작전계획 5015, #쌍룡훈련, #열린군대를위한시민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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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에 대한 감시와 비판적 제언' 열린군대를위한시민연대(Civilian Military Watch) 상임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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