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A <금쪽같은 내새끼>의 한 장면.

채널A <금쪽같은 내새끼>의 한 장면. ⓒ 채널A

 
9세 딸(금쪽이), 7세 아들을 키우고 있는 부모가 지난 24일 방송된 채널 A <금쪽같은 내새끼>를 찾았다. 관찰 영상 속의 금쪽이는 겁에 잔뜩 질려 있었다. 손사래를 치며 사시나무처럼 떨었고, "무서워!"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연신 무섭다고 외치며 두려움에 잠식되어 있는 모습이 안타까워 지켜보기 힘들 정도였다. 도대체 무슨 까닭일까. 금쪽이는 무엇이 겁나는 걸까. 

엄마는 7개월 전부터 금쪽이의 증상이 발현됐다고 운을 뗐다. 어느 날 학원을 빼먹은 금쪽이에게 이유를 물어보니 공터에서 고양이가 튀어나와 학원에 갈 수 없었다고 한 것이 시작이었다. 원래 동물을 무서워하기는 했지만, 지금은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수준이었다. 오은영 박사의 도움이 절실해 보였다. 정확한 분석을 위해 관찰 영상을 좀더 지켜볼 필요가 있어 보였다.

동생의 등원을 위해 엄마가 잠시 자리를 비우자, 혼자 남은 금쪽이는 불안을 느꼈다. 긴장 상태에서 아파트 관리사무소 안내 방송이 스피커를 통해 나왔고, 금쪽이는 그 소리에 화들짝 놀라며 무서워 했다. 급기야 귀를 틀어 막으며 울음을 터뜨렸다. 금쪽이는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오열했고, 엄마는 서둘러 집으로 돌아와야 했다. 금쪽이의 손은 땀으로 흥건했다. 

"일단, 아이의 하루가 너무 힘들 것 같아요." (오은영) 

그뿐만이 아니었다. 아빠는 금쪽이가 화장실 환풍기도 소음이 나서 무서워한다며, 그 때문에 화장실도 들어가지 못해 환풍기 선을 끊어뒀다고 설명했다. 신애라는 그동안 특정 소리에 공포를 느끼는 금쪽이가 출연한 경우는 있었지만, 모든 종류의 일상 소음에 반응하는 건 처음이라 걱정스러워했다. 오은영도 아이의 성장을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솔루션 의지를 불태웠다. 

그렇다면 금쪽이가 무서워하는 생활 소음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①핸드 드라이어(손 건조기) ②자동차 경적 소리 ③자동차 경고음 ④모깃소리 등이었다. 만약 금쪽이가 3~4세 아동이었자면 소리 경험이 부족해 놀라는 게 당연하겠지만, 9세라는 나이는 일상에서 자주 접하는 소음은 편하게 받아들여야 할 나이이다. 연령을 보나 증상을 보아 시급한 해결이 요구됐다. 

한편, 미용실에 간 금쪽이는 헤어 드라이기 소리에는 불편한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강력한 모터 소리는 괜찮은 걸까. 또, 귓가를 스치는 가윗소리에도 편안한 반응을 보였다. 이처럼 금쪽이의 소리 취향은 좀처럼 파악하기 힘들었다. 엄마는 금쪽이가 식당 주문 벨이나 TV소리에는 겁을 먹지 않는다면서, 평소에 싫어하는 소음이 TV에서 나와도 반응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소리가 무서워 땀까지 흘리는 금쪽이
 
 채널A <금쪽같은 내새끼>의 한 장면.

채널A <금쪽같은 내새끼>의 한 장면. ⓒ 채널A

 
오은영은 금쪽이가 공포를 느끼는 소리의 특징을 파악했다며, '갑작스러운 소리', '실체 없는 기계음'을 두려워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금쪽이는 작동 원리를 이해해야 했다. 아파트 안내 방송의 경우에도 과정 자체가 머릿속에 그려지지 않으니 두려운 것이다. 청각과 시각의 통합적 사고가 어려운 금쪽이에게 메커니즘을 직접 파악하는 일은 매우 중요해 보였다. 

저녁 시간, 금쪽이는 전기밥솥에서 소리가 난다며 겁에 질려 있었다. 이미 패닉 상태에 빠져 아빠의 품에 안겨 울먹였다. 부모의 입장에선 쉽게 이해하기 힘든 상황이리라. 결국 아빠는 밥솥을 꺼야 했다. 금쪽이는 왜 밥솥 소리마저 두려워 하는 걸까. 집과 밖 어디에서도 좀처럼 경계를 늦출 수 없었다. 금쪽이도 힘들겠지만, 부모의 입장에서도 버거운 일이었다. 

"금쪽이는 소리 공포증이에요." (오은영)

소리 공포증은 주위의 소리나 소음에 대하여 병적으로 두려워하는 증상인데, 유발 원인으로는 ①트라우마가 있을 때 ②청각이 과민할 때 ③자폐 스펙트럼 등 특정 질환이 있을 때 등이 있다.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분석할 필요가 있었다. 금쪽이는 이비인후과를 방문해 청력 검사 결과 기능적 이상이 없다는 진단을 받았다. 결국 불안 등 심리적인 이유일 것으로 추측됐다. 

다음 날, 엄마는 금쪽이에게 먼저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내려가 있으라고 했고, 금쪽이는 그럴 수 있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정작 엘리베이터 앞에 서자 겁에 질려 발을 동동 굴렸다. 두려움이 한계까지 치솟았는지 머리와 몸을 퍽퍽 때리기 시작했다. 금쪽이의 불안은 견딜 수 없이 커졌고, 울음소리를 듣고 이웃 주민들이 문을 열어볼 정도였다. 결국 엄마가 급히 달려와 진정시켰다. 

이제 좀 안정됐나 싶었는데,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금쪽이는 또 다시 공포에 질렸다. 주민이 강아지를 안고 있는 것을 본 것이다. 금쪽이는 귀를 막고 엄마 품에 안겨 두려워했다. 아파트 밖에서는 비둘기를 보더니 기겁하고 도망쳤다. 오은영은 중요한 포인트를 발견했다며, 금쪽이의 공포가 소리에 국한되어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소리를 넘어 소리를 내는 대상에 대한 공포였다. 

오은영이 ADHD 약 당분간 끊으라고 한 이유
 
 채널A <금쪽같은 내새끼>의 한 장면.

채널A <금쪽같은 내새끼>의 한 장면. ⓒ 채널A

 
오은영은 시간이 지날수록 공포 요소가 늘어날 것이기에 하루빨리 도와줘야 한다며 몇 가지 질문을 건넸다. 엄마는 지난해부터 금쪽이가 소통이 힘들 정도로 집중을 못해 여름부터 ADHD 약을 복용 중이라고 대답했다. 오은영이 눈이 번뜩였다. 그는 ADHD 약을 먹으니 금쪽이의 집중력이 향상되었을 것이고, 집중력이 높아져 머리에 무수히 많은 정보들이 입력됐을 거라고 설명했다. 

오은영은 공포에 지배당한 금쪽이가 주의력 약을 먹으니 감당하지 못할 양의 자극 정보가 몰아쳐 패닉 상태에 빠지게 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따라서 당분간 ADHD 약을 끊기를 권유했다. 엄마는 금쪽이의 자폐 스펙스럼 가능성을 염려했지만, 오은영은 그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현재 금쪽이는 한정된 에너지를 성장과 발전에 쓰지 못하고 공포에 쏟고 있어 항상 에너지가 바닥나 있었다. 

오히려 오은영은 아이를 좌절시키는 엄마의 양육 태도를 지적했다. 엄마는 금쪽이의 감정을 잘 다뤄주지 않았고, 금쪽이가 마음처럼 잘 따라주지 않으면 조급해 했다. 그러다보니 겁에 질린 금쪽이를 자신도 모르게 부정적인 언어로 혼냈다. 오은영은 엄마가 감정을 잘 다루지 못하는 이유를 두 가지로 분석했다. 금쪽이에 대한 걱정이 너무 많았고, 책임감이 너무 강했다. 

금쪽이도 하루빨리 공포를 이겨내고 가족들과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싶어하는 만큼 엄마의 변화도 필요했다. 오은영은 사랑하는 마음만큼 아이의 감정을 읽어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오은영의 금쪽처방은 '호러 다이어트 솔루션'이었다. 당장 관리사무소로 달려가서 안내 방송의 메커니즘을 이해시키도록 권했다. 금쪽이가 상황을 이해한다면 두려움도 조금씩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관리사무소에 방문한 금쪽이는 청각의 시각화 훈련을 했다. 무서웠던 소리의 원리를 직접 체험했고, 마이크를 잡고 방송을 하며 두려움을 떨쳐냈다. 또, 아빠는 환풍기의 원리를 이해시켜 소리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게 도왔다. 엄마는 생활 소음과 친해지기 위해 금쪽이와 함께 소리 수집에 나섰다. 집 주변을 다니며 소리의 정체들을 찾아 귀를 기울었다. 

공포감 공감 훈련을 위해 엄마는 번지점프대 위에 올랐다. 겁에 질린 엄마는 그제야 금쪽이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금쪽이에게 "뭐가 무서운데?"라고 입버릇처럼 했던 말이 얼마나 무심한 것이었는지 깨달았다. 이어서 가족들은 금쪽이와 등굣길을 함께 걸었다. 혼자서는 무서웠던 등굣길의 두려움이 사라졌다. 바깥세상이 무섭지 않은 그날까지 연습을 거듭하기로 했다. 

금쪽이는 무전기를 지니고 다니며 엄마와 소통했고, 엘리베이터도 혼자 타고 나홀로 등원에도 성공했다. 여전히 낯선 소음에 바짝 긴장했지만, 그럴 때마다 엄마는 소리의 근원지를 차분히 설명하며 금쪽이를 안심시켰다. 드디어 최종 미션, 금쪽이는 혼자 귀가하기에 성공했다. 엄마는 혼자 돌아온 금쪽이를 와락 안아주었다. 금쪽이의 홀로서기를 응원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버락킴, 너의 길을 가라'(https://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금쪽같은 내새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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