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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한 버거킹 매장.
 미국의 한 버거킹 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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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거킹의 놀라운 역사, 왜 우린 이걸 못 배울까?

위는 2016년 필자가 시민기자 자격으로 <오마이뉴스>에 올린 기사 제목이다(기사 보기). 1991년 미국 버거킹의 '가맹점주-본사 상생 시스템'을 다룬 기사였다. 그런데 지난 19일 <한겨레>에 이런 제목의 기사가 올라왔다.

버거킹 본사, 224원 내고 '2400원 할인' 생색... 점주에 갑질

도대체 우리나라에 들어온 '버거킹'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글로벌 브랜드의 '세상에 이런 일이?'

필자는 가맹점주 단체에서 활동하며 우리 프랜차이즈 기업의 온갖 '갑질' 행태를 봐왔지만, 버거킹 점주들이 겪고 있는 고통은 TV 예능프로그램 제목 '세상에 이런 일이'와 같았다. 은퇴 후 노후를 위해 투자형으로 수억 원의 거액을 들여 가맹했다는 점주 A씨의 경우 월에 6000만~7000만 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수익은커녕 매월 1000여만 원에 이르는 적자를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점주 B씨는 월 매출이 1억 원가량에 달하지만 거의 본전이라고 했다.

처음엔 이 주장이 믿기지 않았다. 월 매출이 6000만~7000만 원을 넘어 심지어 1억 원이라는 규모는 대다수 자영업자에게는 꿈의 매출이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2021년 가맹사업현황통계자료에 따르면 2020년 외식 자영업자 연평균 매출이 2억8000만 원이었다. 월 매출로 바꾸면 2300만 원 꼴이다.

이런 현실에서 버거킹 점주들의 적자 주장에 '혹시 자신들의 피해를 과장하기 위한 엄살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었다. 이번 버거킹 분쟁 사건은 이미 <한겨레>가 두 번에 걸쳐 자세히 보도했다. 이를 간단하게 정리하면 본사가 파격적인 할인 행사로 발생한 비용과 2016년 5월 일부 가맹점을 시작으로 도입한 배달 서비스와 관련해 발생한 비용 또한 점주에게 떠넘겼다는 것이다. 그 결과, 정상적 상황이라면 고소득으로 콧노래를 불러야 할 점주들이 피눈물을 흘리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렇게 표면에 드러난 사실만 보면 전형적인 K-프랜차이즈의 갑질 행태다. 그런데 이상하다. 버거킹은 K-프랜차이즈 기업이 아닌 프랜차이즈 종주국 미국이 만든 글로벌 브랜드였기 때문이다. 그것도 70년의 역사 속에서 현재 우리 K-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이 그렇게나 목 놓아 바라는 '공동구매협동조합'을 도입한 선구자다.

1억을 팔아도 안 남는 이유

"1+1이라는 이벤트를 진행하면 몇천 원짜리 햄버거 하나를 소비자에게 그냥 주는 겁니다. 문제는 본사의 지원이라고는 몇백 원이 전부입니다. 더 문제는 배달비를 점주가 몽땅 부담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점주 A씨는 이같은 말로 분통을 터뜨렸다. 이미 보도됐듯 현재 버거킹 본사는 수년 동안 파격적인 할인 이벤트를 진행하면서도 점주에 대한 비용 지원은 '원가 상승률의 50%'라는 이해하기 어려운 방법으로 겨우 생색만 내고 있었다.

특히 배달 비용은 버거킹 점주들에게 큰 타격을 입혔다. 버거킹은 원래 배달 서비스가 없는 접객 및 포장 전문점이었다. 즉 버거킹 제품 판매가에는 배달 비용(배달 기사를 고용하거나 대행을 사용하는 비용)이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그런데 배달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배달비를 따로 받지 않은 것이다. 현재 점주들의 계산에 의하면 배달비가 매출에 8~12%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직관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배달 서비스 이전에 점주의 평균 수익이 20%였다고 가정하면, 지금은 그 절반이 배달비로 사라졌다는 말이 된다.

그뿐만이 아니다. '배달의민족'과 같은 배달 플랫폼에 입점하면 그 수수료도 부담해야 한다. 그러니까 배달 서비스 이후 전에 없던 각종 부대 비용 대부분을 점주가 떠안은 것이다. 물론 본사가 배달비를 아예 고려하지 않은 건 아니라고 한다. 배달용 메뉴가 매장용 메뉴보다 1000원 정도 비싸게 설계됐지만, 실제 배달 비용은 3000~4000원을 훌쩍 넘기 때문에 차액을 오롯이 점주가 부담하는 것이다.

한국 버거킹 점주들이 특별히 문제 삼은 다른 한 가지는 바로 식자재비였다. 미국처럼 로열티도 받으면서 한국처럼 식자재비에 본사 수익을 붙이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 시중에 흔한 베이컨을 본사가 시중가보다 훨씬 비싼 값으로 납품하고 있었고, 식기 세제와 하다못해 빗자루까지 가성비 좋은 한국 제품을 두고 글로벌 표준이라는 명분으로 특정 모델의 외국 제품을 비싼 값에 납품해 갈등을 빚고 있었다.  

보도에 따르면, 한국 버거킹 본사는 "3월부터 20여 개 가맹점이 자율적으로 배달팁을 도입해 운영하도록 제도 개편에 나서고 있다"면서 "권장제품 미사용시 감점제도는 아시아태평양 가맹본부 점검사항으로 항목 자체를 수정할 권한은 없지만, 불이익이나 제재가 없도록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또한 본사 측은 ▲할인프로모션 참여는 가맹점 자율 선택 ▲2018년 공정위 분쟁조정합의 준수 등의 입장도 덧붙였다. 

투명한 미국과 불투명한 한국
 
지난 8일 서울 시내 한 버거킹 매장의 모습.
 지난 8일 서울 시내 한 버거킹 매장의 모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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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급격한 물가 상승과 코로나 이후 구인난으로 인한 인건비 상승, 각종 공공요금 인상은 위기에 빠진 버거킹 점주들에게 더 큰 시련이 되고 있다. 그런데 이 현상은 현재 지구촌 대부분의 나라가 겪고 있고 미국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그렇다면 미국 버거킹 가맹점들도 우리나라와 같은 상황일까? 아니라면 미국과 우리는 어떤 부분의 차이로 다른 상황에 놓여 있을까?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최근 미국 내 버거킹 분쟁을 검색해 봤지만 없었다. 있다고 해도 가맹점간 문제였다. 그래서 직접 비교는 어려웠다. 하지만 미국 버거킹의 성장 역사를 통한 추론은 가능했다. 미국 버거킹은 1980년부터 '버거킹' 가맹점주들은 본사의 유통 독점과 그로 인한 폭리에 대해 격렬히 저항했다. 그 결과 1991년 결국 버거킹 본사는 점주들의 의견을 전격 수용하고 '구매협동조합'을 만들었다. 모든 재료와 인테리어 업체 선정 시 본사는 물론 모든 점주가 한 표를 행사하는 민주적 의사결정과 경쟁시스템을 도입해 관련 비용을 절감했다고 한다.

이로써 알 수 있는 사실은 미국 가맹점주들은 원·부자재 유통과 할인 행사과정을 투명하게 들여다보고 참여할 수 있지만, 한국은 이 부분이 빠져있다는 점이다. 즉 가맹점 관리 시스템은 미국 것을 그대로 도입했다. 그래서 빗자루까지 통제를 받는다. 실제 미국 본사의 자회사인 'RBI Asia Pacific'이 이를 관리하고 있다. 그런데 정작 공동구매협동조합 시스템은 빠져있는 것이다.

더군다나 한국버거킹은 사모펀드 운용사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아래 AEP)가 2016년에 인수했다. 통상 사모펀드는 매출을 올려 기업가치를 높인 뒤 웃돈을 받고 되판다. 한마디로 최악이다. 상생과 소통의 핵심인 공동구매협동조합이 없으니 일방적 통제와 압박만 남은 것이다. 이 때문인지 본사에 지급하는 로열티와 광고비조차 한국이 미국보다 높았다(로열티 : 미국 4.5%-한국 6%, 광고비 : 미국 4%-한국 4.5%) . 이것이 미국과 우리의 차이점이었다.

사모펀드의 태생적 한계

앞서 기술했지만, 현재 우리나라 자영업계의 영업 환경은 최악이다. 이런 상황을 모를 리 없는 한국 버거킹 본사는 왜 가맹점주의 경영수지 개선을 위한 정책이 아닌 악화를 선택한 것일까? 이 의문에 답을 주는 듯한 기사가 하나 있었다.

'버거킹, 1조 가치 있을까?'(TopDaily, 2022-03-25)

이 기사엔 사모펀드 운용사 AEP가 한국 버거킹을 매물로 내놨는데 몸값이 1조 원 안팎으로 거론된다고 전했다. 특히 이 몸값을 받기 위해 AEP는 매출 확대 정책을 공격적으로 시행하며 직영점을 확대하고 있다고 써놨다. 실제 버거킹은 360개가 직영점이고 가맹점은 125개라고 하니 직영점 수가 압도적이다.

현재 버거킹은 할인 행사 참여를 점주가 선택할 수가 있다. 문제는 이처럼 다수의 직영점이 가맹점을 포위한 상태에서 가맹점만 행사에 빠진다면 매출이 어떻게 될지 불 보듯 뻔하다는 점이다. 그러니 일부 가맹점들이 제 살 깎아 먹는 걸 알면서도 행사에 참여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특히 기사에서 2019년도 매출이 2016년에 비해 3.5배나 증가했다는 내용이 눈에 들어왔다. 이와 관련된 기억 하나가 떠올라 배달 대행 사업을 하는 지인과 통화를 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버거킹, 맥도날드가 경쟁적으로 할인을 했잖아요. 그때가 2019년도였던가. 그때 버거킹 할인 행사가 절정에 달했던 것 같은데... 어느 정도였냐 하면 버거킹 할인하는 날에는 떡볶이도 안 팔린다고 주변 상인들이 한숨을 쉴 정도였어요. 햄버거 할인 행사가 다른 외식 시장까지 흔든 거죠."

태그:#버거킹, #갑질, #프랜차이즈, #공정거래위원회, #버거킹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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