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권병길 배우
 권병길 배우
ⓒ 권병길

관련사진보기

    
원로 연극배우로 사회 민주화와 통일을 위한 활동에도 적극 나섰던 권병길 배우가 12일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77세.

1946년 충청남도 청양에서 태어난 권병길 배우는 1968년 차범석 작 〈불모지〉에 출연하면서 극단 신협에 입단하고, 명동예술극장에서 〈윤지경전〉을 공연한 후 극단 자유에 입단해 지금까지 활동해 왔다. 2018년에는 경기 문화의전당 이사장을 맡기도 했다.

연극은 <거꾸로 사는 세상>, 〈따라지의 향연〉, 〈돈키호테〉, 〈바람 부는 대로 꽃은 피고〉, 〈햄릿〉, 〈대머리 여가수〉, 〈별의 노래〉 외 130여 편의 무대에 섰다.

영화는 장산곶매의 16mm 장편영화 <닫힌 교문을 열며>, 강우석 감독 〈누가 용의 발톱을 보았는가?〉(1991), 임상수 감독 〈그때 그 사람들〉(2005), 〈돈의 맛〉(2012), 봉준호 감독 〈살인의 추억〉 등 30여 편에 출연했다.

대한민국연극제 신인상, 동아연극상, 서울연극제 연기상, 영희연극상, 최우수예술가상, 평론가가 뽑은 최우수 배우 등을 수상했다.

일본 동경·나고야·오사카·히로시마·오키나와·삿포로·아사히카와, 프랑스 렌느 연극제·낭시 세계연극제·에피날·메츠·칼카존 세계연극제, 독일 본 샤우슈빌 극장, 스페인 시저스 연극제·바로셀로나 연극제·말라가 연극제, 튀니지 하마마트 연극제 등에서 공연했다.

깨어 있는 예술인이자 행동하는 배우
     
권병길 배우는 사회 민주화를 위한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깨어 있는 예술인이었다. 1987년 전두환 정권 말기 4.13 호헌조치에 반대하는 연극인 시국선언을 주도했고, 시위에 참여했다가 경찰에 연행되기도 했다.

1989년 영화운동단체 장산곶매가 당시 결성된 전교조를 소재로 제작한 <닫힌 교문을 열며>에서 교감 선생님 역을 맡아 열연을 보였고, 한국영화의 스크린쿼터폐지반대운동에도 참여했다.

박근혜 정권 탄핵 촛불 시위와 최근의 윤석열 정권 규탄 집회, 지난해 국립극단 자리에 민간자본으로 복합문화시설을 조성하는 정부 방안에 반대하는 연극인들의 시위 등에 함께하며 행동하는 삶을 멈추지 않았다.

지난 3월 1일에는 검찰독재민생파탄전쟁위기를 막기 위한 비상시국회의 추진위원회 주최로 종로 탑골공원에서 열린 대한국민 주권선언 선포식에 참여했고, 이후 임진각으로 향해 '민족 통일을 염원하는 원탁회의'를 주창하고 걸어서 평화누리까지 향했는데, 이게 권병길 배우의 마지막 발걸음이었다.

권병길 배우는 지난해 자신의 인생을 돌아본 <배우 권병길, 빛을 따라간 소년>을 펴내, 우리 현대사를 관통해 온 격동의 시기에 연극배우로서의 꿈과 좌절, 기쁨, 한 극단의 집단 창조에 참여해 온 소중한 경험과 연극계 전반에 걸친 생생한 이야기를 글로 남겼다.

그간 어느 배우도 자신이 걸어온 연극의 행로를 소상하게 기록해 놓은 경우가 없기에, 깨어 있는 이 땅의 한 지식인이 그동안 겪어 온 굴곡진 우리 현대사를 드러난 책은 공연사의 소중한 사료로 평가된다.

한편, 권병길 선생의 빈소는 중앙보훈병원 장례식장 2층 2호에 마련됐고, 발인은 14일 오전 7시, 장지는 서울 양재동 서울추모공원이다.
 
지난 3.1절 행사에 참석한 권병길 배우
 지난 3.1절 행사에 참석한 권병길 배우
ⓒ 권병길 배우

관련사진보기


태그:#권병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