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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3월 22일 416세월호가족협의회와 4월16일의약속국민연대가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세월호 참사 7주기를 앞두고 기억과 약속의 달 선포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2021년 3월 22일 416세월호가족협의회와 4월16일의약속국민연대가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세월호 참사 7주기를 앞두고 기억과 약속의 달 선포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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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은 어김없이 피어 봄을 알린다. 노란꽃이 필 무렵이면 다시 가슴 한구석이 아린 사람들이 있다. 꽃이 진 이유도 알지 못한 9년의 세월,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다시 핀 꽃을 보는 일은 쇠철판에서 싹을 틔우는 것만큼 무거우리라.

아직까지 세월호 참사 재판은 이어지고 있지만 세월호참사와 관련한 재판에서 처벌받은 국가공무원은 목포해양경찰청 123정장뿐이다. 말단 공무원만 처벌받았다는 것은 말단 공무원에게 재난 발생시 구조의 의무가 모두 맡겨졌다는 뜻인가? 세월호참사가 말단 공무원의 판단 미숙 또는 의무 위반으로 발생한 것인가? 아니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진실이 모두 규명된 것은 아니지만 두 가지는 분명하다. 불법 개축된 선박에 과적과 과승을 한 세월호가 어떤 이유로 침몰했고, 침몰한 배에 탑승한 사람들을 구조하지 않았기에 대형참사가 발생했다는 사실이다. 만약 제대로 국가가 관리·감독했더라면 침몰되지 않았을 것이고, 침몰했더라도 구조활동을 즉시 폈다면 304명이 목숨을 잃지 않았을 것이다. 불법으로 배를 개조하고 과적과 과승을 한 세월호 선장과 청해진해운 대표이사는 처벌받았다. 그러나 수많은 사람을 구조하지 않았던 국가의 책임자에 대한 처벌은 아직 없다.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유가족들과 4월16일의약속국민연대 회원들이 지난 2월 22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세월호참사 및 그 이후 발생한 국가폭력 책임 인정·공식사과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유가족들과 4월16일의약속국민연대 회원들이 지난 2월 22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세월호참사 및 그 이후 발생한 국가폭력 책임 인정·공식사과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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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서울고등법원은 1심과 동일하게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 최상환 전 해경 차장, 김수현 전 서해해경청장, 이춘재 전 해경 경비안전국장 등 해경 구조 관련 책임자 9명의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세월호 침몰 소식을 듣고 출동한 해경은 침몰이 임박한 상황인데도 승객들에게 밖으로 나오라는 말조차 전하지 않고 선장과 선원들만 데리고 나왔다. 만약 해경이 퇴선조치를 했다면 승객들은 침몰하는 배에서 나와서 살았을 것이다. 안으로 들어가 나오라고 한마디만 했더라면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죽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도 모두 무죄를 받았다. 국가의 지휘, 명령체계에 따라 움직이는 국가공무원체계, 행정권력의 작동을 생각해본다면 이는 말이 안 되는 판결이다. 불처벌이다.

공무원으로서 특정 지위와 명예를 누리고 권한을 행사하면서도 의무는 지키지 않겠다는 것은 국가의 부재를 반증한다(정확히 하면 서민들에게 국가는 없다). 헌법34조에 명시된 구조의 의무, 재난안전관리법상의 의무, 공무원법7조의 의무를 이행하고 이를 위반할 시 받아야 하는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러나 2014년 마우나리조트 체육관 붕괴 참사에선 말단 공무원 한 명만 징계받았고, 같은 해 장성요양병원 화재 참사에서는 인허가과정에서 뇌물 의혹이 있음에도 처벌받지 않았다. 그 결과 국가의 안전관리감독의 공백은 커지고 재난은 공백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게 된다.

설상가상 형사처벌도 아닌 징계조차 부당하다고 재판을 거는 공무원들이 나온다. 인천해양항만청장(2012.6.~2014.3.)은 감봉 1개월의 징계조차 부당하다며 징계취소 소송을 걸었다. 인천해양항만청은 세월호의 증선 선박과 계류 시설 확보를 조건으로 사업계획변경 인가를 하고서도 이후 확인하지 않고 청해진해운의 기한 연장을 허가했다. 그는 부실 인가의 책임을 지지 않으려 했다.

국가시스템의 오작동, 시민의 생명과 안전에 대한 방기는 한 명의 잘못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인허가를 잘못 내주고 과적과 과승을 제대로 단속하지 않고, 구조해야할 사람들이 보이는데 선장과 선원만 구조해오고 나오는 해경, 대형재난발생도 컨트롤타워를 제대로 운영하지 않는 중앙정부,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세월호 유가족을 불법사찰하는 경찰과 국정원 등, 이 모든 것이 맞물려 돌아갔다.

국가권력의 행사 주체(공무원) 없는 국가는 없다. 고위공무원과 중간공무원, 말단공무원들이 함께 국가권력을 행사하는 것이다. 자의적인 권한을 행사하지 않도록 의무와 책임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전체를 총괄하는 고위공무원의 책임이 클 수밖에 없으나 고위공무원은 단 한 명도 처벌받지 않았다.

고위공무원의 처벌은 국가책임을 인정한다는 뜻이다. 세월호 참사에서 국가책임은 단지 민사배상으로 그칠 수 없다. 민사법정도 123정장의 책임만 물었다. '국가 재난 컨트롤타워 미작동'이나 '구조본부의 부적절한 상황 지휘' 등에 대해서는 "직무상 위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사망과도 인과관계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헌법상 국가책임은 주체인 국가가 헌법적 가치를 바탕으로 헌법상 의무를 국민(객체)에게 지도록 하는 것이다. 헌법 10조와 34조에 명시된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지 않은 국가책임을 형사법정에서 지도록 해야 한다.

정의와 불처벌에 대한 국제인권 원칙

가해자에 대한 불처벌은 정의와 인권을 침해하고, 피해자의 권리를 침해한다. 1997년 UN인권최고대표사무소에서는 불처벌 투쟁을 위한 효과적 전략을 제안했다. 그리고 이것은 2005년 UN총회에서 '국제인권법의 중대한 위반 행위와 국제인도법의 심각한 위반 행위의 피해자 구제와 배상권리에 관한 기본원칙과 가이드라인(2005, A/60/509/Add.1)'으로 채택된다. 이어 '불처벌 반대를 통한 인권보호원칙(2005, E/CN.4/2005/102/Add.1)', 2006년 '진실에 대한 권리에 관한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의 보고서(2006, E/CN.4/2006/91)'도 나온다.

불처벌은 피해자들의 진실에 대한 권리를 침해한다. 피해자를 주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진실과 정의의 주체로 바라보고, 가해자 처벌과 피해 회복이 떨어져 있지 않음을 분명히 해야 하는 것이다. '불처벌 반대를 통한 인권보호원칙'에서 정의에 대한 권리는 공정하고 효과적인 구제에 대한 권리를 뜻한다.

"정의에 대한 권리는 국가의 의무를 포함한다. 침해를 조사할 의무, 가해자를 기소하고 그 유죄가 성립된다면 처벌할 의무이다."

정의는 가해자 처벌의 한 요소이며, 사법부가 가해자를 처벌한 의무가 있는 것이다. 이는 "위반에 책임이 있는 사람에 대한 사법적 및 행정적 제재"를 명시로 강조된다. 그런데 세월호 참사에 책임 있는 자들이 징계조차도 받지 않고 승진하는 책임자들이 있는 현실은 세월호 유가족들, 피해 생존자들을 고통스럽게 한다.

이렇게 가해자에 대한 불처벌은 피해자들에게도 심각한 정신적 손상을 입힌다. 실제 국가폭력의 피해자들은 가해자가 처벌받지 않을 경우, 트라우마를 지속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5.18광주학살 피해자). 피해자 권리에 대해서는 이미 1960년대 유럽의 피해자학, 1970·1980년대 북미와 유럽 다수 국가들에 피해자의 권리 보호를 형사사법절차 속에서 제도화했다.

이러한 바탕 위에 1985년 UN은 '범죄와 권력남용의 피해자를 위한 정의에 대한 기본원칙 선언'를 채택했다. 앞서 서술했듯 UN도 피해자가 권리의 주체임을 인정한 것이다. 피해자의 권리에는 정의를 추구할 권리, 배상받을 권리와 재발방지에 대한 권리등이 포함되며, 정의에 대한 접근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불처벌이 잔인한 국가를 지속시킨다

 
2017년 4월 1일 전남 목포신항에서 반잠수정 화이트마린호 위에 거치된 세월호의 선체 하부벽면 모습.
 2017년 4월 1일 전남 목포신항에서 반잠수정 화이트마린호 위에 거치된 세월호의 선체 하부벽면 모습.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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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처벌은 '잔인한 국가'를 지속시킨다. 국가가 관리감독 의무와 구조 의무를 다하지 않아 304명이 죽은 참사가 발생했음에도 아무도 처벌하지 않음으로서 '부인(denial)의 정치'는 강화된다.

부인의 정치는 인권학자 스탠리 코언이 말한 개념으로 인권침해를 부정하는 메커니즘이다. 부인의 정치는 문자 그대로 사실을 부인하는 '문자적 부인', 사실은 인정하지만 다른 해석을 하는 '해석적 부인', 사실과 그 해석은 부정하지 않지만, 그에 따른 책임을 떠넘기고 자신을 정당화하는 '함축적 부인'으로 나뉜다.

세월호는 사고이지 인권침해가 아니라는 문자적 부인, 적절한 구조활 동을 하지 않은 것은 맞지만 담당공무원이나 국가가 그것까지 알기는 어려웠다는 해석적 부인(재판부의 판결과 흡사한), 세월호 참사 책임자 처벌은 국가권력과 시스템을 부정하는 반정부적 태도라는 함축적 부인으로 볼 수 있다. 이 세 가지 부인은 아직까지 존재한다.

부인의 정치는 잔인한 국가를 반복하게 한다. 행정 권력의 인권침해에 대해 사법 권력이 면죄부를 줌으로써 잘못된 국가의 통치성은 강화하기 때문이다. 신자유주의적 이윤추구의 통치성이나 가난한 자들의 안전을 방치하는 통치성은 강화된다.

더 문제는 부인의 정치가 사회구성원의 감각을 마비시킨다는 점이다. 가해자뿐만 아니라 이를 보거나 인지한 관찰자, 심지어는 피해자조차도 인권침해를 부정하거나 인지하지 못하게 만들어 잔인한 국가는 지속되고, 참사는 반복될 수 있다. 피해자는 있으나 책임자도 없는 이태원참사를 우리는 목도하고 있지 않은가!

곧 세월호참사 9주기가 온다. 이제라도 책임자가 처벌받는다면 우리 모두가 잔인한 사회에서 벗어날 틈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참고문헌 :
스탠리 코언(2009), <잔인한국가, 외면하는 대중>
이주영, 백범석(2018),<국제인권법상 피해자의 권리와 피해자 중심적 접근>
김석웅(2019), 국가폭력 가해자 불처벌이 유가족의 심리상태에 미치는 영향 : 5·18민주화운동을 중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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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정 및 반론보도] (주)청해진해운 관련

본 인터넷 신문은 2023년 3월 10일 '사회' '서울' 면에서 <불처벌, 부인의 정치,...세월호부터 이태원 참사까지>라는 제목으로 "불법 개축된 선박에 과적과 과승을 한 세월호가 어떤 이유로 침몰했고" "불법으로 배를 개조하고 과적과 과승을 한 세월호 선장과 청해진해운 대표이사는 처벌받았다"라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2015년 5월 12일 광주고등법원은 "세월호 증·개축 자체의 위법성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시했습니다. 또한 2014년 당시 세월호 승선 정원은 956명이었는데 참사 당시 476명(승객 443명, 승무원 33명)이 탑승했습니다. 이에 해당 보도를 바로잡습니다. 

청해진해운 측은 "사회적참사위원회도 '조사 결과가 외력 충돌 외의 다른 가능성을 배제할 정도에 이르지 못했으며 외력이 침몰의 원인인지 확인되지 않았다는 최종 결론에 이르렀다'고 발표해 사고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며, 과적 판단의 기준인 만재흘수선을 넘지 않아 과적은 하지 않았다"고 알려왔습니다.

덧붙이는 글 | 명숙은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의 상임활동가입니다. <금요일에 돌아오렴>, <재난을 묻다> 등의 공저자로 재난참사를 기록하는 활동도 했습니다. 현재는 이태원참사피해자권리위원회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이 기사는 <교육희망>에도 실릴 예정입니다.


태그:#세월호참사, #불처벌에관한원칙, #공무원처벌, #국가책임, #피해자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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