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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금융감독원.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금융감독원.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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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에서 홀로 소독·방역 업무를 하던 60대 하청노동자가 쓰러진 채 최소 24시간 이상 방치됐다가 숨진 사건이 한 달이 넘어서야 외부에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사망 당일 가족들로부터 소재파악 요청을 받은 금감원이 고인을 최초 발견한 지 무려 1시간 24분이 지나서야 119 신고를 했던 것으로 취재 결과 확인됐다.

사망한 민아무개(68)씨 유가족과 금감원 등에 따르면, 민씨가 서울 여의도 금감원 건물 지하 4층 주차장에서 처음 발견된 것은 지난 1월 31일 오후 5시 32분께였다. 하지만 119에 민씨 관련 신고 접수가 된 것은 한 시간 반 가량 지난 오후 6시 56분이다.

금감원은 1월 31일 오후 5시 20분께, 사망 전날(1월 30일)부터 연락이 두절된 민씨를 찾아봐 달라는 가족들의 전화를 받은 이후 타 업체 소속 환경·미화 담당 직원에게 민씨를 찾으라고 지시했다. 이후 해당 직원으로부터 '민씨가 지하 4층에서 코를 골며 자고 있다'는 보고를 받았다. 금감원 측은 가족들에게 '민씨가 자고 있으니, 와서 모시고 가시라'고 전했다.

가족들은 의아했지만 민씨가 무사하다는 사실에 안도했다. 하지만 민씨의 아내 김아무개(65)씨가 오후 7시 넘어 금감원에 도착했을 때, 민씨는 이미 의식불명 상태로 구급대에 실려가고 있었다. 또 다른 환경·미화 직원이 쓰러진 민씨를 발견하고 상태가 위급하다고 판단해 오후 6시 56분께 119에 별도로 신고한 것이었다.

당시 소방당국이 작성한 '구급활동일지'를 보면, "환자가 의식이 없고 저체온증을 보였으며, 코 고는 소리가 관찰됐다"고 기록돼 있다. 고인은 곧장 중앙대병원으로 후송됐지만, 같은 날 밤 11시 55분께 사망했다. 사인은 뇌내출혈이었다.

문제는 금감원이 최초 발견 당시 민씨의 상태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직업환경의학전문의인 최민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는 "고인처럼 의식은 없지만 아직 호흡은 되고 있었던 상태라면 뇌출혈 상태에서라도 코 고는 소리가 났을 수 있다"고 말했다.

민씨의 아내 김씨는 "가족들이 금감원에 몇 번을 전화해서 요청을 했는데 직접 가서 보지도 않고 멀리서 코 고는 소리만 듣고 대충 훑어봤다는 것 아니냐"라며 "한시가 급한데 1시간 30분이나 신고가 지체됐다는 것이 너무 분통 터진다"고 했다. 김씨는 "만약 가족들이 먼저 전화하지 않았다면 금감원이 찾으려는 시도조차 안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119 신고 접수' 시점 빠진 금감원 입장문
  
금융감독원이 청사 내 소독방역 업무를 하던 하청노동자 사망 사건과 관련해 지난 4일 낸 입장문. 민씨 최초 발견 시점보다 1시간 23분 늦은 1월 31일 오후 6시 56분에야 119 신고 접수가 됐다는 내용이 빠져있다.
 금융감독원이 청사 내 소독방역 업무를 하던 하청노동자 사망 사건과 관련해 지난 4일 낸 입장문. 민씨 최초 발견 시점보다 1시간 23분 늦은 1월 31일 오후 6시 56분에야 119 신고 접수가 됐다는 내용이 빠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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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이 뒤늦게 낸 입장문도 도마에 오른다. 금감원은 4일 저녁 낸 보도자료에서 "고인이 1월 31일 오후 5시 32분경 지하 4층에서 발견되었으며 이후 119 신고 등 조치를 취하여 병원에 후송하였으나 사망했다"고 설명했다. 119 신고 시점을 밝히지 않아 마치 당일 오후 5시 32분 민씨가 발견된 직후 곧바로 119 신고가 됐다는 것으로 잘못 읽힐 수 있는 대목이다.

금감원은 해당 입장문에서 "사랑하는 가족을 잃으신 유족분들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라며 "금융감독원은 사고발생 인지시점부터 현재까지 유족분들과 지속적으로 연락을 유지하는 가운데, 유족분들의 요청에 최선을 다해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민씨의 아내 김씨는 "금감원은 마치 남편이 발견된 1월 31일 오후 5시 32분 이후 바로 119 신고를 했다는 것처럼 말하고, 그런 내용으로 여러 기사들이 나가고 있는데, 우리를 무시하고 우롱하는 것 같다"라며 "남편이 사람 대접 못 받고 돌아가신 것도 분한데 끝까지 책임을 회피하려는 거냐"고 반문했다.

고인의 딸 민아무개(36)씨는 "금감원이 유족들에게는 직접 사과하지 않으면서 언론에만 위로를 전하고 있다"라며 "무슨 지속적인 연락을 했다는 건지 모르겠다. 가족들은 지난 2주 동안 아무런 연락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금감원 관계자는 5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입장문 상에 1월 31일 오후 5시 32분 민씨 최초 발견 이후 1시간 24분이나 지난 오후 6시 56분에야 119 신고가 이뤄졌다는 것은 왜 밝히지 않았나'라는 질문에 "(고인이)발견된 '이후에' 신고가 됐다고 표현돼있다"라며 "(119 신고 접수 시점을)특별히 안 밝힐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단독] 지하 4층서 홀로 쓰러져 숨진 하청노동자... 금감원, 한달 넘게 '쉬쉬' https://omn.kr/22y30

태그:#금감원, #119, #하청, #산재, #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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