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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회가 지난 21일 진행한 시민평가단 회의에 참석한 안형준 신임 MBC 사장 내정자.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회가 지난 21일 진행한 시민평가단 회의에 참석한 안형준 신임 MBC 사장 내정자.
ⓒ 방송문화진흥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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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차기 사장으로 낙점된 안형준 메가MBC추진단 부장(아래 내정자) 앞에 놓인 상황은 결코 만만치 않다. 윤석열 정부와 여권이 MBC와 노골적으로 대립각을 세우는 상황에서, 정치권의 외풍을 막고 MBC 보도의 공정성을 유지하는 문제는 차기 사장의 최우선적 과제다. 아울러 공채와 경력 직원간의 해묵은 갈등도 푸는 과제도 안 내정자 앞에 놓여 있다.

안 내정자는 1994년 YTN에 기자로 입사한 뒤 2001년 MBC로 이직했으며 2018년 방송기자연합회장을 역임했다. 2021년부터는 메가MBC추진단장을 맡았다. MBC 최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는 23일 MBC 임시주주총회에서 안 내정자의 사장 선임을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 

윤석열 정부의 MBC 때리기, 외풍 막을 수 있을까

현재 윤석열 정부와 여당인 국민의힘은 미국 순방 당시 불거진 '대통령 비속어 논란' 보도 이후 MBC에 십자포화를 퍼붓고 있다. 그간 감사원 감사, 고용노동부 특별근로감독, 국세청 세무조사 등이 이어졌다.

또 비속어 보도와 관련해 외교부와의 법정 소송도 벌어지고 있다. 여당 정치인들은 민간 기업들을 상대로도 "MBC 상업 광고를 끊어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 해외 순방시 대통령 전용기 탑승에 MBC 기자를 배제하는 이례적인 조치를 내리기도 했다. 한마디로 권력이 모든 수단을 동원해 MBC 길들이기에 나선 상황이다.

안형준 내정자는 권력의 외풍은 단호하게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21일 방송문화진흥회 최종면접 발표에서 "공영방송 MBC의 대표이사가 맨 앞에 서서 외풍을 흔들림 없이 막아내겠다"며 "보도 책임자가 독립성과 공정성을 유지할 수 있는 방패가 되겠다"라고 선언했다.

그가 MBC의 '검언유착 보도'를 적극 옹호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MBC가 제기한 검찰과 채널A 기자와의 유착 의혹의 당사자는 윤석열 정부의 실세, 한동훈 법무부장관이기 때문이다.

안 내정자는 "검언유착 의혹 보도는 가짜뉴스가 아니다, 판결문 어디에도 MBC 보도가 허위라는 내용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의혹과 관련된 기자와 검사는 모두 휴대전화를 디가우징 하거나 비밀번호를 풀지 않았다"며 한 장관이 검찰 수사 당시 휴대전화 잠금을 풀지 않았던 점도 꼬집었다.

언론노조 관계자는 "차기 사장이 했던 발언들을 보면 현재 MBC 보도의 기본 틀은 그대로 가져가겠다는 의도로 보인다"며 "다만 지금 정권이 MBC를 향해 노골적인 혐오, 분노 정서를 드러내고 있어서 걱정이 되는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정부·여당의 대대적 공세 예고... 낙하산 사장 선임 나서나
 
2022년 9월 28일 권성동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 박대출 문화방송 편파방송조작 진상규명위원장, 박성중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간사 등 국민의힘 의원들이 서울 마포구 문화방송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 해외 순방 보도와 관련해 항의하고 있다.
 2022년 9월 28일 권성동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 박대출 문화방송 편파방송조작 진상규명위원장, 박성중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간사 등 국민의힘 의원들이 서울 마포구 문화방송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 해외 순방 보도와 관련해 항의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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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사장 취임 전이지만 정해진 임기를 다 채울 수 있을 것인지도 주목되고 있다. MBC 사장의 정식 임기는 3년. MBC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차기 사장이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물러날 것이라는 회의적인 예측도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정부 시절 임명된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이 올해 7월 임기를 마치고 새로 방통위원장이 임명되면, 정권 차원에서 MBC 사장 교체 작업이 조직적으로 이뤄지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실제로 MBC 사장 후보를 결정하는 지난 21일 방문진 이사회에 여당 추천 인사 2명이 불참한 상태에서 진행된 것도 이런 예측에 힘을 싣고 있다. 여당 추천 방문진 이사들의 불참, 안 내정자 발언 등에 비춰볼 때 안 내정자가 윤석열 정부가 원했던 인사가 아니라는 점은 명확해 보인다.

국민의힘은 차기 사장 선출 전부터 후보자들을 싸잡아 비난하면서 MBC 새 경영진에 대해서도 공세를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1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박성제 현 사장을 제치고 최종 후보로 선출된 안형준·허태정 후보를 겨냥해 "이들 또한 노골적으로 친민주당 방송을 자행한 민노총 언론노조의 홍위병 노릇을 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언론노조 관계자는 "이번 정권이 MBC에 대해 표적 감사를 진행하고 전방위 압박을 해온 것을 보면 낙하산 사장을 앉히려는 시도를 할 것이라는 예상도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니다"라며 "그런 시도에 안 내정자가 잘 대처하고, 공약들을 실현하기 위해선 MBC 내부 구성원들의 지지 등 내부 동력을 확보해나가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고 짚었다.

보도국 내부 갈등, 이번엔 풀릴까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사옥 건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사옥 건물.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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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내부 갈등도 풀어야 할 숙제다. 공채로 입사한 구성원들과 2012년 파업 당시 경력으로 들어온 구성원들간의 갈등은 해묵은 문제다. 

이명박 정부 때인 2012년 언론노조 MBC본부가 공정방송을 요구하며 170일 장기 파업에 돌입하자 사측은 경력 사원을 대거 채용하면서 맞섰다. 사측은 파업 참가 노조원들을 해고하거나 한직으로 보냈고, MBC 보도국을 비롯한 여러 부서에서 구성원들간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2017년 MBC 정상화 이후 부임한 전임 최승호 사장과 박성제 사장도 말끔하게 해결하지 못한 문제들이다.

입사 당시 상황은 다르지만 2001년 경력기자로 MBC에 입사했던 안 내정자도 이런 문제점을 잘 알고 있다. 안 내정자는 "보도국을 중심으로 내부 갈등의 골이 깊다. 경력 사원은 상처를 받는 경우가 많다고들 한다"면서 "공정한 대우, 형평성 있는 인사를 진행하겠다"고 했다.

이를 위해 사내에서 상대적으로 약한 처지에 있는 구성원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한 하모니박스 설치, 보도국 기자들이 정치부와 경제부 등 여러 부서를 경험해볼 수 있는 인사제 개편 등을 제안한 상태다. 이같은 공약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노조와의 협력도 필수적이다. 

태그:#안형준,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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