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카운트> 관련 이미지.

영화 <카운트> 관련 이미지. ⓒ CN ENM

 
 
많은 국민이 환호했던 1988년 서울 올림픽은 누군가에겐 영광을 누군가에겐 상처의 기억이 됐던 행사였다. 경제 급성장, 개발주의 광풍으로 뒤를 돌아보지 않던 시기에 이 선수 또한 상처뿐인 영광을 안고 오랜 시간을 보냈다. 당시 복싱 종목에서 석연찮은 판정 끝에 금메달을 딴 박시헌 선수다.
 
영화 <카운트>는 박시헌 선수 실화에 기대 상당 부분 각색한 결과물이다. 상대선수가 우세했음에도 금메달을 따게 된 것에 선수생활 은퇴로 응수한 그는 이후 절치부심해 올림픽 국가대표 감독으로 활약, 2016년 리우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는 데 공을 세운다. 현재까지 복싱종목 마지막 올림픽 금메달로 기록된다.
 
사연 많고 어두워 보일 수 있는 소재지만 영화는 가족애와 박 선수 개인의 성장에 주목해 재구성했다. 배우 진선규가 연기한 영화 속 박시헌은 고향인 진해에서 고등학교 선생으로 일하며 미친개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하도 아이들을 쥐잡듯 단속하기 때문이다. 목적 없이 살던 그는 교내 문제 학생들을 모아 복싱부를 재창단하고 이들과 함께 전국체전에 도전한다.
 
선택의 문제겠지만 극화 과정에서 <카운트>는 가장 안전해 보이는 길을 걷는다. 땀과 눈물로 범벅된 스포츠는 결코 배신하지 않는다는 불변의 진리를 차용했고, 여기에 지지와 응원을 마지않는 가족 구성원을 배치했다. 또한 말 안듣는 학생들이 각성해 원하던 성과를 이뤄낸다는 점도 여타 가족 영화에서 봤음직한 익숙한 설정이다.

아쉬운 '카운트'의 존재감
  
 영화 <카운트> 관련 이미지.

영화 <카운트> 관련 이미지. ⓒ CN ENM

  
 영화 <카운트> 관련 이미지.

영화 <카운트> 관련 이미지. ⓒ CN ENM

 
그 자체로 이 영화의 가치를 재단할 순 없을 것이다. 상업 영화의 덕목은 결국 많은 관객의 선택을 이끄는 데에도 있으니 말이다. 다만 최근 플롯이 더 복잡해지고 주제 의식 또한 다양화한 OTT 콘텐츠 플랫폼을 떠올려 비교해 보면 <카운트>의 존재감이 다소 약해 보이긴 한다. 화려한 CG나 미술, 무술 등은 한국영화의 힘이기도 한데 이야기의 힘과 함께 밀고 가는 게 아닌 단순히 영화적 스타일만을 위해 사용된 경향이 보인다.
 
유머와 감동 코드 모두 존재하고 무난하게 주제 의식을 전달하기에 <카운트>는 손색없다. 전 연령 층이 부담 없이 선택할 수 있는 작품이다. 동시에 그 무난함이 오히려 지금 극장가에선 약점으로 작용할 여지도 있다. 감독의 개성과 결기보단 잘 다듬어진 기획 영화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제목 그대로 영화에서 관객들 마음을 얼얼하게 하는 한방이 아쉽다. 실제 선수와 실제 이야기라는 좋은 소재를 두고 과감한 변주가 없었다. 캐릭터 개개인의 매력이 한 작품 안에서 큰 화학반응을 일으키지 못한 모양새다.
 
한줄평: 신진 감독의 결기가 못내 아쉬운
평점: ★★★(3/5)

 
 
영화 <카운트> 관련 정보

감독: 권혁재
출연: 진선규, 성유빈, 오나라, 고창석, 장동주, 고규필, 김민호
제공/배급: CJ ENM
제작: 필름케이
공동제작 : 26컴퍼니, 영화사 필름통
관람등급 : 12세 이상 관람가
상영시간 : 109분
개봉 : 2023년 2월 22일
 

 

   
카운트 박시헌 진선규 복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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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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