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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상도 전 국민의힘(당시는 자유한국당) 의원은 4년 전인 2019년 페이스북에 이렇게 썼다.
 
마법에 가까운 특혜와 편법, 부정을 저질러 놓고 합법이고 우연이라고 말하는 날이 오질 않길 바란다. 

비판 대상은 '아빠 찬스'였다. 당시 곽 전 의원은 여권 인사 자녀 저격수였다.
 
보이지 않는 손이 뒤에 작동하고 있는 겁니다. 일반인들한테는 한 번도 불가능한, 보이지 않는 손이 조국에게만 가면 이렇게 많이 작동합니다. (조국 장관 후보자의 딸 조민에게 지급된) 장학금 성격에 대해 청탁금지법 위반 내지 뇌물 이런 걸로 가능하지 않겠냐는 얘기들이 있습니다. 

2019년 9월 3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장관 후보자이던 시절 곽 의원은 "장학금을 매개로 당시 부산의료원장 자리, 부산대병원장 자리, 대통령 주치의 자리가 오갔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노환중 당시 부산대병원장이 특혜를 바라며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에 재학 중이던 조국 후보자의 딸 조민씨에게 장학금을 줬다는 주장이다. 
 
국민의힘 곽상도 전 의원이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에서 대장동 개발사업에 도움을 주고 뇌물을 수수한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 받고 밖으로 법원을 나서고 있다. 곽 전 의원은 남욱 변호사에게 받은 5천만원에 대해서만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벌금 800만원을 선고받았다.
 국민의힘 곽상도 전 의원이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에서 대장동 개발사업에 도움을 주고 뇌물을 수수한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 받고 밖으로 법원을 나서고 있다. 곽 전 의원은 남욱 변호사에게 받은 5천만원에 대해서만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벌금 800만원을 선고받았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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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해 9월 22일 곽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 다음과 같이 썼다. 이번 저격 대상은 문재인 대통령 아들 문준용씨와 그의 부인이다.
 
수많은 청년들이 조국 장관 아들, 딸의 아버지, 어머니 찬스에 환멸과 진절머리를 느끼고 있다. 

문씨가 정부에 코딩 교육 프로그램을 납품한 것을 두고 '아빠 찬스'를 언급했다. 문씨 부인이 정부 지원 사업 대상자로 선정된 것을 두고는 "정말 우연히 정부 지원사업 대상자로 선정됐다고 믿고 싶다"라며 "조국 아들·딸처럼 마법에 가까운 특혜와 편법, 부정을 저질러 놓고 합법이고 우연이라고 말하는 날이 오질 않길 바란다"고 힐난했다.

곽 전 의원은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2019년 10월 15일, 부산대 등 11개 기관에 대한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곽 전 의원은 재차 조민씨 장학금 문제를 꺼냈다. 조 전 장관이 사퇴한 바로 다음 날이었다.
 
2015년 조국 딸이 부산의전원에 입학하니 (노환중 교수가) 지도 교수로 자청했다고 합니다. (중략) 조국과 부산에서 노환중하고 저녁 식사를 하고 나서 (조민에 대한) 특혜 장학금이 지급되기 시작합니다. 이게 그냥 된 게 아니고 부모하고 지도교수하고 얘기가 된 이후부터 돈이 지급됐기 때문에, 이건 부모를 보고 부모 때문에 돈이 나간 거다 이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는 겁니다. 

해당 장학금이 조국 전 장관이라는 '부모'를 보고 건너간 돈이라고 했다. 이같은 '장학금 600만 원' 등을 두고 재판이 열렸다. 지난 3일 재판부는 조 전 장관에게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유죄를 선고했다. 다만 재판부는 직무와 관련한 대가를 받은 것이라고 보진 않았다. 재판부는 "고위공직자로서 스스로 공정성과 청렴성을 의심받을 행위를 했다"고 짚었다. 뇌물죄는 무죄, 부정청탁금지법에 대해서는 유죄를 선고한 것이다.

'아빠 찬스' 저격수가 '아빠 찬스' 피고인으로 

조 전 장관에게 유죄가 선고된 지 채 일주일도 지나지 않은 지난 8일 또 하나의 재판이 열렸다. 이 역시 정치인의 자녀와 연관된 뇌물수수 혐의 재판이었다. 재판을 받는 당사자는 '아빠 찬스' 저격수 곽 전 의원이었다. 

곽 전 의원은 대장동 일당에 조력해 아들을 통해 50억 원(세금 공제 후 25억 원)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 재판부는 곽 전 의원의 뇌물 혐의에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곽 전 의원이 아들의 성과급으로 교묘하게 (50억 원을) 수수했다는 점에서 죄질이 불량하다"며 징역 15년과 벌금 50여억 원을 구형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곽상도 피고인의 아들 곽병채에게 화천대유가 지급한 50억 원은 사회 통념상 이례적으로 과다하다"면서도 "50억 원이 알선과 연결되거나 무엇인가의 대가로 건넨 돈이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대가성이 없다"는 돈, 50억 원의 시작은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곽 전 의원 아들 곽병채씨는 2015년 6월 '화천대유자산관리'에 취직했다. 입사 경로에 대해 곽씨는 2021년 9월 "아버지가 '김○○(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가 부동산 개발사업을 하는데 사람을 구한다니 한번 알아보라'고 했다"고 밝혔다.

'아버지 소개'로 들어간 그 회사가 바로 아버지의 대학 동문인 김만배가 대주주로 있는 화천대유였던 것이다. 그는 결혼하며 2018년 6월 화천대유 사택도 받았다. 2020년 3월 사택에서 나와야 하자, 화천대유는 전셋집 마련비용 5억 원을 빌려줬다. 곽병채씨는 2021년 3월까지 화천대유를 다녔다.

곽씨 퇴직금 명목으로 지급된 액수가 50억 원, 여기에 세금을 제하고 곽씨가 실수령한 금액은 25억 원 상당이다. 회사는 곽씨에게 19억여 원을 성과급으로 지급하며 앞서 빌려준 5억 원을 받지 않기로 했다.

이에 대해 곽병채씨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성과급, 위로금 그리고 퇴직금이 과하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분명히 계실 것입니다. 저는 주식, 코인에 올인하는 것보다 이 회사 '화천대유'에 올인하면 대박 날 수 있겠다고 생각하고 이 회사에 모든 것을 걸었습니다. 성과급과 위로금을 많이 책정 받은 것은 회사가 엄청나게 많은 수익을 올리게 된 데 따른 것입니다. 이런 수익이 날 수 있도록 저도 회사 직원으로서 맡은 일에 최선을 다했습니다.
- 2021년 9월 26일, 곽상도 전 의원 페이스북에 올라온 곽병채씨 입장문 

대리 직급이던 곽씨는 자신이 평균 200~300만 원의 월급을 받고 일했다고 밝혔다. 그러고는 자신의 퇴직금에 대해 "일 열심히 하고, 인정받고, 몸 상해서 돈 많이 번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6년가량 일하고 받은 곽씨의 퇴직금 50억 원은 23년 10개월 근무하고 퇴사한 GS홈쇼핑 허태수 회장(51억 600만 원)과 맞먹는 수준이다. 

같은 날 곽 전 의원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50억 원은 일반적인 기준으로 이해하기 힘든 금액이지만, 화천대유는 감당할 수 있는 범위라 기준에 맞춰준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회의원 아들에게 주어진 '일반적인 기준'을 넘어선 금전적 보상이 문제 될 게 없다는 것이다. 

법원은 곽 전 의원의 손을 들어줬다. 아들이 받은 돈이 아버지와 무관하다며 곽 전 의원의 뇌물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대장동 일당이 곽 전 의원에게 돈을 전달하려 고민한 흔적이 '정영학 녹취록' 곳곳에서 발견됐지만 법원의 판단은 무죄였다(관련기사: '50억' 곽상도 무죄? 녹취록 곳곳에 돈 전달 고민 흔적).  
 
2020년 10월 30일 분당 정자동 노래방에서 이뤄진 유동규, 김만배, 정영학 대화
 2020년 10월 30일 분당 정자동 노래방에서 이뤄진 유동규, 김만배, 정영학 대화
ⓒ 뉴스타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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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 전 의원은 지난 8일 선고 후 법정을 나오며 "당연하다"고 했다.
 
(화천대유) 내부 절차에 맞게 직원에게 성과급을 줬다고 했을 뿐 (아들이 받은 돈이) 누구 한 사람 저하고 관련 있다고 얘기한 사람이 없었습니다. 저한테 무죄가 나오는 게 저는 당연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들이 받은 돈에 대한 도의적 책임을 묻자 그는 "당사자는 제가 아니고 그 회사(화천대유) 하고 우리 아들"이라며 "그 부분은 저한테 책임을 물어야 할 게 아니고 그 회사를 경영하는 분들의 관점에서 옳다 그르다 하는 판단이 내려져야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아버지, 저도 퇴직금 50억 원 받고 싶습니다"

이 같은 결과에 더불어민주당 경남도당 청년위원회는 "아버지 저도 퇴직금 50억 원 받고 싶습니다"라 응수했다. 청년위원회는 10일 기자회견을 열고 "누군가는 말도 안 되는 액수의 뇌물을 받아 챙기고도 무죄를 선고받았다"라며 "이 나라가 대통령이 강조하는 것처럼 공정과 상식이 살아있다면, 뇌물을 받고도 버젓이 얼굴을 들고 활보하는 일은 없도록 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목소리 높였다. 

"마법에 가까운 특혜와 부정을 저질러 놓고 합법이고 우연이라고 말하는 날이 오질 않길 바란다"던 곽 전 의원의 말은 이렇게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 이날 회견에서 지상록 경남도당 청년위원회 위원장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퇴직금 50억 원은 대기업 대표로 20년 이상 근무한 사람 아니고서는 꿈도 꿀 수 없는 거액입니다. 4000만 원은 곧 퇴사를 앞둔 동생이 9년 동안 대기업에서 근무하며 받게 되는 퇴직금입니다. 검사(출신) 아버지를 둔 청년의 삶과 그렇지 않은 청년의 삶이 이렇게나 달라야 합니까.
 
서울중앙지법이 곽상도 전 의원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경남도당 청년위원회는 10일 오후 창원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서울중앙지법이 곽상도 전 의원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경남도당 청년위원회는 10일 오후 창원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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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들한테는 한 번도 불가능한, 보이지 않는 손"은, "검사 출신 아버지를 둔 청년의 삶"과 치환됐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50억 무죄'에 대해 "이건 부모 때문에 돈이 나간 거다 생각할 수밖에 없다"던 곽 전 의원의 발언과 매우 유사한 평가를 내놨다. 박 전 국정원장은 지난 9일 CBS 라디오에 출연해 "화천대유도 곽상도 의원 아들이 아니었으면 (퇴직금으로) 50억 주겠어요?"라며 "종로 바닥 나가서 지나는 사람 잡고 물어보라"고 했다. 그러면서 덧붙였다. 
 
50억, 곽상도 무죄 받고도 역풍이 불 겁니다.

태그:#곽상도, #조국, #아빠찬스, #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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