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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9이태원참사경남대책회의는 2월 9일 민주노총 경남본부 강당에서 유가족 간담회를 가졌다.
 10.29이태원참사경남대책회의는 2월 9일 민주노총 경남본부 강당에서 유가족 간담회를 가졌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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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은 사과 한 마디 없고 코빼기도 볼 수 없다."
"먼저 간 자식이 그리운 시간만큼 억울함이 더 커진다."
"지금은 다른 아이들을 지켜야겠다는 사명감이 앞선다."
 

10·29 이태원 압사 참사 희생자 유가족과 '10·29이태원참사경남대책회의' 회원들이 한 말이다.

9일 오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경남본부 대강당에서 '기억하고 행동하겠습니다'는 제목으로 유가족 간담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 참석한 유가족, 시민사회단체 인사들은 울먹이며 말을 이어갔다. 유가족으로는 부산·안동에 살면서 20대인 자녀를 잃은 이들이 참석했다.

28세 딸을 잃은 정미진(53)씨는 "지금까지 평범하게 하루하루 살아왔다. 그런데 갑자기 이런 일이 생기면서 제가 살아가는 이유가 없어졌다. 살아가는 방법도 잘 모르겠다. 그냥 하루하루 어떻게 지나가는지. 눈 뜨면 아침이고 눈 감으면 밤이다. 혼란스럽다"고 토로했다.

이어 "국가는 해주는 게 없다. 거짓말로 일관하고 있다. 대통령은 제대로 된 사과 한마디 없고 코빼기도 볼 수 없다"며 "엊그제 100일 추모제 때 서울에 갔다 왔다. 경찰에 둘러싸여 있었다. 분향소를 지하 4층으로 옮기라고 하는데 갈 수 없다. 시민들과 함께하고 싶다"고 했다.

28세 자식을 잃은 노현용(60)씨는 "어떻게 죽었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면 구천을 떠도는 귀신이 된다고 한다"며 "리본을 뒤집어 달고 조문하라는데 이게 무슨 애도냐. 이해 가능한 조문이 되도록 해달라"고 말했다.

유족 김운중(56)씨는 "많이 동참해서 도와달라"고, 신지현(52)씨는 "시간이 지날수록 아이가 더 보고 싶고 더 그립다. 아이를 키우면서 좋은 날도 많았고 투닥거린 날도 많았지만 지금은 투닥거린 날마저 그립다. 그리운 시간만큼 억울함도 더 커진다"고 호소했다.

30살 아들을 잃은 전정숙(62)씨는 울먹이면서 "어느 날 갑자기 아이가 없어졌다. 아이가 세상에 없으니 살아갈 수 없고 죽을 수 없다. 어떻게 할 수가 없다. 우리 힘으로 어떻게 할 수 없다. 너무 억울하고 분하다"고 토로했다.

이정민 유가족협의회 부대표는 "행정안전부에 다른 유가족을 만나게 해달라고 했더니 연락처가 없어서 줄 수 없다고, 모른다고 하더라. 상당히 난감했다"라며 "인터넷을 통해 유가족 간담회 한다는 소식을 접했다"고 언급했다.

이어 "먼저 유가족 15여 명이 국민의힘에 간담회를 요청해 찾아갔다. 당시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이 유가족 손을 잡고 눈물 흘리면서 적극 도와주겠다고 했다. 그러다 비공개회의로 전환되니까 태도가 180도 바뀌었다"면서 "우리를 무시하는 거 같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다음 날 정진석 위원장이 인터뷰를 통해 유가족 몇 명 이야기는 전체 뜻이 아니라며 비하하는 걸 보고 결심했다. 유가족을 다 모아야겠다고 다짐했다"라면서 "지금은 유가족 100명이 넘게 모여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부는 여전히 유가족을 고립시키고, 외면한다. 대화하지 않고 무시한다"고 토로했다.

이 부대표는 "국가가 국민의 생명을 지켜주지 못한 책임이 있는데도 무시하는 것이 정부인가"라면서 "처음에는 아이들 억울함을 풀어주려고 했다. 지금은 다른 아이들도 지켜야겠다는 사명감이 있다. 이런 상태라면 언제 어디서 또 참사가 발생할지 모른다"고 강조했다.

이어 "여러 사람들이 위로한다고 하는데 사실은 위로가 안 된다. 그런데 얼마 전에 한 분이 손을 잡고 '같이 힘이 되돼주겠다. 함께 하겠다'고 했다. 그 말이 굉장히 힘이 된다. 같이 하겠다는 말 한 마디 듣고 싶다"고 말했다.

"책임 지지 않는 정부, 억장 무너진다"
  
10.29이태원참사경남대책회의는 2월 9일 민주노총 경남본부 강당에서 유가족 간담회를 가졌다.
 10.29이태원참사경남대책회의는 2월 9일 민주노총 경남본부 강당에서 유가족 간담회를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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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사회 인사들은 유가족에게 "함께 하겠다"고 약속했다. 고승하 전 민예총 이사장은 "꼰대들이 아이들을 지켜내지 못하는 세상이다. 참석하는 것이 도리라는 생각에 왔다. 책임을 지지 않는 정부에 더 억장이 무너진다"고, 조형래 민주노총 경남본부장은 "앞으로 우리가 무엇을 할 것인지 함께 찾아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여영국 정의당 경남도당 위원장은 "어제 진주에서 정당연설회를 하면서 이태원참사 이야기를 했더니 지나가는 한 사람이 삿대질을 하더라"면서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 갈라치기를 하고 유가족한테 상처를 주는 사람들이 있다. 포기하지 말고 힘냈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영태 공무원노조 경남본부 부본부장은 "처음에 공문이 내려와서 참사라 쓰지 말고 사고로 쓰라고 했다. 하지만 내부전산망에 처음부터 참사라고 썼다"라며 "하위직 공무원들은 위에서 시키는대로 할 수 밖에 없는데, 서울 분향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앞으로 굉장히 긴 시간이 필요할 거 같은데, 함께 하겠다"고 약속했다.

임종만(마산)씨는 "우리 사회가 앞으로 한 걸음 더 전진해야 하고, 국가가 아픈 국민을 위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혜정씨는 "유가족들이 다른 아이들을 살리는 길이라고 말해줘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경희 일본국위안부할머니와함께하는 마창진시민모임 대표는 "국민 세금으로 운영하는 정부가 국민의 생명을 지켜주지 못하고도 책임을지지 않고 있다. 분노하고 가슴이 아프다"면서 "희생자들은 우리 모두의 자녀다. 국민이 상주라고 생각한다. 진상규명 등을 모른체 하는 대통령이라면 대통령을 끌어내리는 일에 함께 해야 한다"고 했다.

박종미 경남일반노조 사무국장은 "엊그제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에 가보니 유가족이 서명을 받고 있었다.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습관적으로 서명을 하는데, 한 유족이 펑펑 우시더라"라며 "조합원들이 서명을 많이 하니까 유가족이 고마원서 그랬던 것이다. 포기하지 말고 힘내고, 우리가 함께 할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주제준 시민대책회의 정책팀장은 "국정조사와 특수본 수사에서 밝히지 못한 윗선 수사를 해야 하고 책임지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 그리고 대통령의 공식 사과를 요구하고,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파면해야 한다"라면서 "이를 위해 서명운동에 적극 참여를 해야 하고, 지역에서도 여러 활동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10.29이태원참사경남대책회의는 2월 9일 민주노총 경남본부 강당에서 유가족 간담회를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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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이태원참사, #유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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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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