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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는 최근 몇 년간 "독일의 숲이 죽어가고 있다"는 헤드라인이 신문에서 자주 보인다. 기후변화로 인한 낯선 폭염, 오랜 가뭄, 딱정벌레 등이 그 주요 이유로 지목되어왔다. 하지만 독일의 저명한 숲 전문가이자 베스트셀러 생태작가인 페터 볼레번은 임업계의 잘못된 숲 경영 방식과 국제무역 규모만 총 2240억 달러(2019년 기준)에 달하는 목재산업의 로비 등이 '나무 위기'의 이유라고 보고 있다.

올해 59세인 페터 볼레번 (Peter Wohlleben)은 자연의 자생력을 믿는 천연림 예찬론자로 인공림에 집중해온 임업계의 기존의 산림 경영 방식이 전 세계 수많은 숲의 생태계 균형을 깨뜨리고 있으며 그것은 기후위기 대응에도 어긋난다고 경고한다. 최근에는 목재 기반 바이오매스 에너지의 소비가 급증하는 것에 우려하며 큰 목소리로 비판해오고 있다.
 
페터 볼레번은 2016년부터 독일 본에서 멀지 않은 아이플국립공원 근처에서 아들 ‘토비아스 볼레번’과 함께 숲아카데미를 운영하면서 일반인들과 산주를 위한 숲 교육과 투어를 제공하고 있다. 그는 또한 ‘독일 숲정상회의(Waldgipfel)’를 개최하며 숲이 직면한 문제들에 관해 적극적으로 행동해온 인플루언서 환경운동가다.
 페터 볼레번은 2016년부터 독일 본에서 멀지 않은 아이플국립공원 근처에서 아들 ‘토비아스 볼레번’과 함께 숲아카데미를 운영하면서 일반인들과 산주를 위한 숲 교육과 투어를 제공하고 있다. 그는 또한 ‘독일 숲정상회의(Waldgipfel)’를 개최하며 숲이 직면한 문제들에 관해 적극적으로 행동해온 인플루언서 환경운동가다.
ⓒ Miriam Wohlleb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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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라인란트팔츠 주 산림청에서 수십 년간 직접 숲 경영에 참여했던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까지 총 24권에 달하는 저서를 냈는데, 친숙한 대중적인 언어, 그만의 독특한 유머와 서정성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국내에도 <나무 수업>, <숲, 다시 보기를 권함> 등 9권이 출간됐다. 2020년 <나무의 비밀스러운 삶>은 동명의 영화로도 제작됐다.

그는 집필 이외에도 TV 출연 및 강연 등을 통해 숲의 위기를 알리고 있는데, 2016년부터 독일 본에서 멀지 않은 아이플국립공원 근처에서 아들 토비아스 볼레번과 함께 '숲아카데미(waldakademie)'를 운영하면서 일반인들과 산주를 위한 숲 교육, 투어와 아울러 대학강좌 프로그램도 제공하고 있다. 페터 볼레번은 지난 몇 년간 '독일 숲정상회의(Waldgipfel)'를 개최하며 숲이 직면한 문제들에 관해 적극적으로 알려왔다. 

지난 1월 필자는 그에게 숲 관련 현안에 대한 여러 가지 질문을 던졌다. 아래는 줌과 서면을 통한 인터뷰 내용을 일문일답으로 요약 정리한 것이다.

"우리는 숲이 다시 돌아오도록 할 수 있다"

- 독일의 주간지 '슈피겔'에 따르면, 신간 <나무의 긴 숨결>은 작가님이 이전과 달리 '상당히 정치적으로 보인다'고 평했는데 그런 평가를 받게 된 이유를 뭐라고 생각하는가?

"전 세계의 숲이 나무를 단지 탄소중립의 수단 내지는 발전소에서 연소할 수 있는 자원으로 홍보하고 싶어하는 목재산업의 압박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임업계는 숲을 손상시키고 있고 이로 인해 나무가 죽어 가고 있다. 이들은 또 기후변화에 대처할 수 있는 새로운 나무가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숲의 생태계와 나무는 학습할 수 있고 물 소비 패턴 등 행동을 바꿀 수 있다. 심지어 천년 이상된 떡갈나무도 배울 수 있다. 인간의 통제가 없는 천연림에서 나무들은 기후변화에 완벽하게 대처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반면 인공림은 문제가 되고 있다. 반가운 사실은 우리는 숲이 다시 돌아오도록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가 자연의 자생력을 믿고 숲을 내버려두면 어디서나 숲은 돌아올 것이다."

- 독일의 임업 경영에 대해 상당히 비판적이라고 알고 있다. 독일은 개발도상국 수준이고 타국에 비해 마케팅에 능할 뿐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아름다운 국립공원과 알프스 산만을 가본 관광객들은 이런 문제점을 느끼기 어려울 수도 있다. 독일의 숲 관련 중요한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판단하나.

"가장 큰 문제는 독일 전역에서 채택하는 산림 경영 방식이다. 300년 동안 지속가능한 임업을 했다는 것은 300년 동안 인공림을 유지했다는 뜻이다. 사실상 더 이상 숲이 아닌 것이다. 지속가능한 임업은 숲에서 다시 자랄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목재를 벌채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나. 독일 전역의 산림 관리 오류로 인공림의 수많은 나무들이 죽어가고 있다. 반면 목재산업은 싹쓸이 벌목을 하고 있고, 수많은 외래종 나무들로 대규모 농장을 새로 조성하면서 같은 실수를 끊임없이 반복하고 있다."

- 독일에선 기후 정의와 숲 문제를 위해 많은 이들이 싸워왔다. 1950년대부터 활동한 '천연림관리 워킹그룹(ANW)', 산성비 이슈에 대해 80년대부터 활동한 그린피스, 로빈우드, 녹색당이 그 대표적 예다. 작가님도 TV 출연을 많이 하고 '숲정상회의'도 적극적으로 열고 있는데, 여전히 업계의 로비에 맞서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독일의 환경단체들이 숲의 총체적인 문제를 위해 싸워오기보단, 특수한 산림 유형과 보호해야 할 특정 지역의 숲을 위해 싸웠던 점이 문제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독일에서는 지난 몇 년 동안 엔지오가 아닌 지역 주민들이 업계의 불법 행위에 대한 소송도 불사하며 지역의 숲을 위해 싸우고 있고, 그 운동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최근에는 국내에서 '임업계가 산림을 파괴하고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그전에는 기후변화, 산성비, 딱정벌레 이슈들에 국한되었다. 하지만 숲은 대부분 잘못된 임업 경영에 의해 피해를 입었다. 그동안 실제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이야기한 내부자가 없었다. 나는 모든 세부 사항을 알고 있는 내부자다. 그래서 그들은 나를 적극적으로 공격하고 있다."
 
독일 북서부의 작은 마을, 뤼체라트.  그간 나무집에서 오랫동안 지내면서 에너지 대기업 아르베(RWE)의 갈탄 채굴에 항의 농성을 해오던 기후환경운동가들이 경찰에 의해 지난 달 퇴거조치를 당하고 있다. 정부와 활동가들은 석탄및 환경에 대한 상반된 주장을 하는 복수의 보고서를 놓고 갈등해왔다. 페터 볼레번 작가는 독일의 환경단체들이 숲의 총체적인 문제를 위해 싸워왔다기보다는 특수한 산림 유형과 보호해야 할 특정 지역의 숲을 위해 싸웠던 점이 임업계의 로비에 맞서는데 역부족인 핵심 이유라고 진단했다.
▲ 뤼체라트 소재 나무집에서 퇴거조치를 당하고 있는 환경운동가들 독일 북서부의 작은 마을, 뤼체라트. 그간 나무집에서 오랫동안 지내면서 에너지 대기업 아르베(RWE)의 갈탄 채굴에 항의 농성을 해오던 기후환경운동가들이 경찰에 의해 지난 달 퇴거조치를 당하고 있다. 정부와 활동가들은 석탄및 환경에 대한 상반된 주장을 하는 복수의 보고서를 놓고 갈등해왔다. 페터 볼레번 작가는 독일의 환경단체들이 숲의 총체적인 문제를 위해 싸워왔다기보다는 특수한 산림 유형과 보호해야 할 특정 지역의 숲을 위해 싸웠던 점이 임업계의 로비에 맞서는데 역부족인 핵심 이유라고 진단했다.
ⓒ Lutzerath Action Telegram Chann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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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일에서는 최근 바이오매스 에너지 소비가 두 배로 증가했으며 북미에서도 수입하고 있다. 하지만 나무를 태우는 것이 석탄을 태우는 것보다 기후에 더 해롭다는 주장도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이 문제에 대해 800명의 과학자들이 유럽의회에 공개서한을 보낸 적이 있다. 수많은 과학자들이 바이오매스를 태우는 것이 일반적으로 화석연료보다 기후에 더 나쁘다는 계산을 했다. 한 예를 들면, 석탄의 에너지 효율이 목재보다 1.5배 더 높기 때문이다. 즉 동일한 에너지량을 가지려면, 목재 연소시 석탄보다 1.5배 더 많은 나무가 필요하고, 이만큼 이산화탄소가 더 방출된다는 의미다. 이럴 때 내가 베어낸 나무가 숲에서 다시 자라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나무를 벌목하지 않고 숲에 내버려 두었다면 더 많은 탄소를 저장했을 것이다. 독일 정부에게 큰 이점은 바이오매스를 얻기가 훨씬 쉽다는 것이다. 따라서 바이오매스를 탄소중립으로 계산하면 목표에 훨씬 쉽게 도달할 수 있다. 독일에서는 탄소 감축의 절반 이상이 바이오매스에서 나온다. 우리가 좀 더 솔직히 계산한다면, 독일은 탄소중립 목표에 도달하려면 멀었다. 정치적 속임수다. 탄소중립을 위해 가장 좋은 것은 모든 지붕에 태양광을 설치하는 것이라고 판단한다."

- 오래된 나무는 탄소를 많이 흡수하지 않으므로 어린 나무로 교체해야 한다는 임업계의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이 주제에 관한 과학적 연구가 많이 있다. 오래된 숲이 가장 많은 탄소를 저장한다. 물론 알다시피 나무의 몸통은 원주 형태이기 때문에 지름과 부피는 나이를 먹으며 더 늘어난다. (이미 지속적으로 훼손된 숲을 벌목한 경우가 아니라면) 대략 60~80년까지는 오히려 숲은 탄소배출원 역할을 하게 된다. 어린 나무가 흡수하는 탄소의 양보다 토양에 저장되어있던 탄소가 배출되는 양이 더 많기 때문이다.

또한 숲의 냉각 효과에도 주목해야 한다. 젊은 숲은 뜨거운 숲인데 반해, 오래된 숲은 냉각 능력이 있다. 예를 들어, 150년 이상의 온전히 보전된 오래된 숲은 여름에 인공조림보다 약 섭씨 8도 정도 더 냉각될 수 있다. 아울러 더 많은 수분을 저장할 수 있기 때문에 비도 더 많이 내리고 홍수가 적다는 장점도 있다. 독일 임업계는 어린 숲이 건강하고 많은 양의 탄소를 저장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나무가 죽고 썩으면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기 때문에 숲에서 죽은 나무가 탄소를 방출하게 하느니, 이를 숲에서 꺼내 발전소에서 태우거나 집을 지을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는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숲이 탄소를 흡수하고 방출하는 균형을 이루려면 최소한 450년의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는 것을 지적한 연구가 최근 발표되었다. 즉 숲이 이산화탄소를 더 이상 격리하지 못하는 (은퇴)시점은 숲이 450년 이상 온전히 보호된 이후라야 나타난다는 것이다. 따라서, 기후 문제에 있어 오래된 숲의 혜택은 젊은 숲보다 훨씬 더 크다."
 
생물다양성이 풍부한 독일 바이에른주의 자연림 국립공원. 죽은 나무는 다른 수많은 생물의 번성을 위한 서식처가 되기 때문에 그대로 보존한다. 공원 관리측은 나무가 방문하는 보행자의 안전에 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경우만 유일하게 벌목한다고 밝히고 있다.
▲ 독일 바이에른주의 자연림 국립공원 생물다양성이 풍부한 독일 바이에른주의 자연림 국립공원. 죽은 나무는 다른 수많은 생물의 번성을 위한 서식처가 되기 때문에 그대로 보존한다. 공원 관리측은 나무가 방문하는 보행자의 안전에 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경우만 유일하게 벌목한다고 밝히고 있다.
ⓒ 클레어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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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림에도 탄소세를 적용하고, 지속가능한 산림 관리를 하는 산주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할 것을 제안했는데 현지 반응은 어떤가.

"아직 진행 중인 사안이다. 이런 시스템이 정착되면, 숲을 벌채하지 않고 탄소 저장에 동참하는 산주는 세금을 환급받게 된다. 오히려 벌채하고 목재를 판매하는 것보다 더 수입이 높다. 이로 인해 1헥타르의 숲은 연간 1만~2만 톤의 탄소를 저장할 수 있다. 독일의 많은 정치인들과 미팅을 했는데 향후 이 방향으로 나가게 될 것 같다."

- 우리는 최근 유럽, 북미 등 세계 곳곳에서 심각한 산불을 자주 목격하고 있다. 이런 큰 산불 이후에도 숲이 스스로 회복되도록 하는 것이 더 좋을까, 아니면 이런 경우 인간의 개입이 필요할까?

"유럽 특히, 지중해 부근에서 발생하는 대부분의 산불은 대규모 인공림에서 일어나거나, 어부나 사냥꾼과 같은 이들의 캠핑 모닥불이 통제 불능 상태가 될 때다. 인공림은 화재에 아주 취약하다. 캘리포니아만 해도 1870년경부터 대규모 싹쓸이 벌목을 한 결과, 이곳 대부분의 천연림은 사라졌다. 이제는 잡목숲 지대, 어린 숲 및 인공림만 존재할 뿐이며 매우 쉽게 불이 난다. 어린 숲이 임업자들에 의해 간벌되고, 이후 남겨진 수많은 가지들이 화재의 주원인이 된다는 사실은 언론에서 좀처럼 보도되지 않는다. 기후변화는 화재의 원인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다. 주요 요인은 잘못된 숲 경영 방식이다."

- 유럽연합은 2022년 12월 6일 삼림 벌채와 황폐화를 초래하는 제품의 수입 금지에 합의했다. 여기에 대한 의견이 궁금하다.

"원칙적으로 이 법을 환영하지만 실제로 법 준수 여부를 어떻게 모니터링할지 궁금하다. 독일의 광범위한 지역에서 불법 벌목도 가능하다면, 머나먼 나라에서 이것을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독일 멸종저항 (Extinction Rebellion Deutschland)

뤼체라트의 갈탄 채굴 작업을 막기 위해 채굴기 앞에 선 활동가와 시민들. 1월 16일 현지 집회에는 독일 전역에서 3만5000명의 환경단체 활동가와 시민들이 모였다. 독일의 에너지 싱크 탱크인 에너지벤데의 평가보고서에 의하면 독일은 작년 탄소감축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 뤼체라트 갈탄 채굴 작업을 막기 위해 채굴기 앞에 선 활동가와 시민들. 독일 멸종저항 (Extinction Rebellion Deutschland) 뤼체라트의 갈탄 채굴 작업을 막기 위해 채굴기 앞에 선 활동가와 시민들. 1월 16일 현지 집회에는 독일 전역에서 3만5000명의 환경단체 활동가와 시민들이 모였다. 독일의 에너지 싱크 탱크인 에너지벤데의 평가보고서에 의하면 독일은 작년 탄소감축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 Extinction Rebell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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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환경연합 월간지, <함께 사는 길>에도 중복 게재합니다.


태그:#페터볼레번, #숲아카데미, #숲다시보기를권함, #탄소중립, #산림바이오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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