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인 대한사립학교장회가 퇴직 교장들에게 자체 수여하는 훈장에 대해 행정안전부가 "법정 용어인 훈장이란 말을 쓰는 행위는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지난해 122명 이어 올해 70명에게 '태극장' 훈장?
6일 확인 결과, 대한사립학교장회는 지난해 8월부터 정년퇴직, 명예퇴직, 임기만료 등으로 교장직을 퇴임하는 회원에게 '태극장'이란 이름의 훈장을 수여하고 있다. 지난해 8월엔 122명을 줬고, 올해 2월엔 70여 명을 줄 예정이다.
대한사립학교장회는 지난 16일 전국 사립학교에 보낸 공문 '2023년 2월 퇴직자 및 훈장(태극장) 후보자 추천 요청' 공문에서 "본회는 사립학교장의 교육발전에 대한 공헌을 당연 예우하고자 태극장 후보자 명단을 요청드린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지난해엔 사학 근무 33년 이상 일반 교원 퇴직자에게 주는 훈장인 백록장도 줬다가, 올해엔 교장 퇴직자에게 태극장만 주는 것으로 제도를 바꿨다. 한 가지 상으로 종류를 줄인 것이다.
이 태극장이란 훈장 명칭은 현재는 존재하지 않으나, 1900년대 당시 대한제국이 썼던 훈장 명칭과 일치한다.
그런데 현행 상훈법 제40조는 "정부와의 계약에 의하지 아니하고 훈장을 제작하거나 매매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에 "대한사립학교장회에서 법정 용어인 훈장이란 표현을 쓴 상패를 수여하는 행위는 부적절하다"면서 "현행법상 훈장은 대통령만 줄 수 있는 것이다. 해당 단체의 훈장 수여 상황에 대해 알아볼 것"이라고 밝혔다.
대한사립학교장회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에 "원래는 사학 퇴직 교장들에게 공로상을 줬는데, 우리끼리라도 훈격을 올리자는 취지로 태극장이란 훈장을 수여한 것"이라면서 "이것은 단체 차원에서 훈장을 수여하는 것일 뿐이고, 다른 단체들도 훈장을 만들어서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임정훈 연구공동체 '교육의 품격' 연구위원은 "국가와 대통령이 주는 훈장도 사양하는 교원들이 많은데, 사립학교 교장선생님들이 가짜 훈장, 이른바 '짝퉁' 훈장을 진짜처럼 주고받는다니 창피하다"면서 "부디 훈장 수상에 연연하지 말고 교육자로서 본이 될 만한 인성과 품격을 보여주시기를 바란다"고 요구했다.
행안부 "법정 용어 부적절 사용, 상황 파악 예정"
앞서, <오마이뉴스>는 지난 2월 2일자 기사
<[단독] 윤석열 정부포상, 퇴직 교원 1970명 수상 거부·포기>(https://omn.kr/22kug)에서 "윤석열 정부 들어 훈장 등 정부포상 후보로 오른 유초중고 퇴직교원 1만3913명 가운데 14.2%인 1970명이 수상을 포기하거나 거부한 사실이 확인됐다"면서 "이는 직전 정부의 수상 포기와 거부 비율보다 높은 것이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고 보도한 바 있다.
<오마이뉴스>는 지난 1월 20일자 기사
<[단독] "적반하장 대통령 부끄럽다"... 현직 교장, 훈장 거부>(https://omn.kr/22fur)와 지난 1월 26일자 기사
<교사·교감·교장·교육장, 연이어 '윤석열 훈장' 거부>(https://omn.kr/22hyy)에서도 올해 2월말 퇴직 예정인 교원들의 훈장 거부 이유를 보도한 바 있다.
충남 A중 길준용 교장은 "훈장을 주는 사람 이름이 두고두고 부담이 될 것 같다"는 내용이 적힌 포기서를 냈고, 한 국어교사는 "말로는 공정과 상식을 내세우면서도 전혀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 정부, 무한 경쟁교육을 추구하는 지금 정부에서 주는 훈장을 단호히 거부한다"는 내용의 포기서를 낸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