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왓챠, 디즈니플러스, 쿠팡플레이, 티빙, 웨이브, 애플TV플러스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범람하는 시대입니다. 콘텐츠의 홍수 속에서 무엇을 볼까 막막한 분들을 위해 볼 만한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을 추천하는 길잡이가 되고자 합니다.[편집자말]
 영화 <서치> 포스터

영화 <서치> 포스터 ⓒ 소니픽처스코리아

 
미국에 살고 있는 평범한 한국계 가정의 가장인 데이빗(존 조 분)은 부인 파멜라(사라 손 분)와 하나뿐인 딸 마고(미셸 라 분)와 행복한 하루하루를 보낸다. 그러나 파멜라에게 갑작스럽게 병이 찾아오고, 결국 아내는 가족의 곁을 떠나고 만다. 혼자 딸을 키우면서 세월이 흐르던 어느 날 밤, 스터디 모임을 갔던 마고가 부재중 전화 3통을 남긴 채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린다. 

다음 날, 아침 일찍 등교한 줄만 알았던 딸과 계속 연락이 닿지 않자 불안해진 데이빗은 경찰에 실종 신고를 접수한다. 데이빗은 딸이 남긴 노트북을 이용해 이메일과 SNS에 남긴 게시물, 그녀의 친구들을 통해 백방으로 행방을 수소문한다. 실종 사건에 배정된 형사 로즈마리(데브라 메싱 분)는 마고가 신분증을 위조하고 어디론가 돈을 송금하는 등 의심스러운 정황들을 발견한다.

컴퓨터, 스마트폰, 인터넷, SNS 등 첨단 기술의 산물은 우리 삶의 필수적인 부분으로 자리를 잡았다. 발 빠른 제작자는 첨단 기술을 소재로 삼은 영화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전자기기 화면 자체를 활용하는 영화까지 내놓기에 이르렀다. 옴니버스 호러 < V/H/S: 죽음을 부르는 비디오 >(2012) 중 다섯 번째 에피소드인 '에밀리에게 일어난 이상한 일', <더 덴>(2013), <오픈 윈도우즈>(2014), <언프렌디드: 친구삭제>(2014), <언프렌디드: 다크 웹>(2018) 등이 대표적인 '노트북 시네마' 작품이다. 허나 전자기기 화면으로 구성한 형식은 신선할지언정 작품의 완성도는 대부분 기대에 미치질 못했다. 그 형식이 단편에선 통해도 장편에서 긴장감과 재미를 유지하기는 까다롭기 때문이다.

영화 <서치>(2017)는 한 가족의 삶과 딸의 실종, 그리고 이를 추리해 나가는 모든 과정을 PC , 모바일 , CCTV 화면으로 구성한 '노트북 시네마'에 속한다. <원티드>(2008)의 감독으로 유명한 프로듀서 티무르 베크맘베토브는 동료와 스카이프를 통해 업무 논의를 하던 중에 우연히 <서치>의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밝힌다. 회의가 끝난 다음에 동료가 실수로 컴퓨터 화면을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기능을 끄지 않아 인터넷으로 쇼핑하고 SNS를 하는 등 모든 상황을 지켜볼 수 있었던 그는 이것이 우리의 일상과 그 속에서 벌어지는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새로운 영화 문법이라 생각하고 디지털 프레임 안에서 러닝 타임 전체를 진행하는 <언프렌디드: 친구삭제>를 제작한다. 그리고 다음 작품 <서치>에 들어간다.
 
 영화 <서치>의 한 장면

영화 <서치>의 한 장면 ⓒ 소니픽처스코리아


<서치>의 연출은 구글 글래스를 아내의 임신 소식을 인도에 사는 어머니에게 전하기 위한 여정을 담은 단편 홍보 영상 <구글 글래스: 시드>(2014)를 만든 바 있는 아니쉬 차간티 감독이 맡았다. 그는 복선을 깔고 반전(그녀는 납치된 것인가? 가출한 것인가?)을 거듭하는 전통적인 미스터리 스릴러 구조에 디지털 문화를 접목하여 새로운 장르적 재미를 가진 '하이테크 히치콕 풍'의 영화를 만들었다. 

딸의 실종 사건을 맞닥뜨린 아버지 데이빗이 인터넷, SNS, 라이브 방송 등 온라인 세상을 검색하는 모습을 보는 관객은 마치 극중 인물이 된 것 같은 체험을 겪게 된다. 여기에 움직이는 마우스 커서, 타자 속도,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는 메시지 내용들로 데이빗의 감정 상태를 생생하게 전달한다.

<서치>는 디지털 세계를 단지 화면을 구성하는 '기술'로만 다루지 않는다. 영화는 온라인 세상의 편리함이란 이면에 가려진 '소통'과 '문화'에 대해 조명한다. 데이빗은 딸과 컴퓨터, 스마트폰 등 디지털 장비로 연결이 잘 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그는 마고를 찾는 과정에서 비로소 자신이 미처 몰랐던 딸의 생각과 감정을 깨닫게 된다. 소통을 돕는 수단으로 여겼던 디지털 장비가 도리어 마음을 감추는 벽으로 작용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제목 '서치(원제는 Searching)'는 딸을 찾는다는 뜻을 넘어 브라우저와 검색으로 대표되는 영화의 형식이면서 동시에 아이들과의 진정한 소통을 찾으라는 바람인 셈이다. 

한편으론 <서치>는 뉴스 미디어, 유튜브, SNS 등에서 마고 실종 사건을 얼마나 가볍게 소비하는지를 통해 온라인 세계의 문화를 시의적절한 화법으로 비판한다. 그 속엔 사이버 왕따, 사생활 침해, 선정적인 영상 방송, 확인되지 않은 정보 양산, 비극을 조회수에 이용하는 태도, 악플 같은 어두운 온라인 문화가 투영되어 있다. 우리의 현실도 다르지 않다. 이태원 참사를 어떻게 다루었는지를 떠올린다면 별반 차이가 없으니까 말이다.
 
 영화 <서치>의 한 장면

영화 <서치>의 한 장면 ⓒ 소니픽처스코리아


<서치>는 한인 가족이란 설정이기에 당연히 할리우드에서 활약 중인 한국계 배우들을 대거 캐스팅했다. <서치>는 같은 해 선보인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과 함께 아시아계 미국인들이 최초로 '주류' 할리우드 영화의 주연을 맡았다는 측면에서 기념비적이다. 이전까지 할리우드 영화에서 동양인은 주로 가게 주인, 괴짜, 매춘부, 무술인, 용감한 조수 같은 인물로 소비되었다. 주연을 맡는다는 건 언감생심이었다. <서치>의 주인공을 맡은 배우 존 조 역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출연하는 등 인지도 나름 높았음에도 불구하고 상업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를 들어 제작비(<서치>의 제작비는 100만 달러 미만이다)를 투자받기가 무척 어려웠다고 알려진다. 

그러나 <서치>와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의 대성공에 힘입어 동양인에 대한 편견을 깨는 <미나리>(2020),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2021), <엄마>(2022),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2022) 그리고 애니메이션 <메이의 새빨간 비밀>(2022) 등 할리우드 영화들이 나올 수 있었다. 어쩌면 <서치>는 형식보다 대중문화에서 동양인을 올바른 방식으로 표현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작품일지도 모른다.

<서치>는 단지 아시아계 미국인을 캐스팅했다는 다양성만으로 호평하는 것이 아니다. 배우 존 조는 영화의 대부분을 극단적인 클로즈업으로 채우는, 그리고 상대 배우가 없이 혼자서 검은 화면만을 보며 연기하는 어려움 속에서도 기쁨, 슬픔, 웃김, 화남, 절박함, 좌절 등 다양한 감정 상태를 멋지게 소화하며 캐릭터에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주류 할리우드 스릴러에서 주연을 맡은 최초의 아시아계 미국인으로서 부족함이 없다.
 
 영화 <서치>의 한 장면

영화 <서치>의 한 장면 ⓒ 소니픽처스코리아

 
영화 역사에서 몇몇 감독은 스스로 만든 영화의 규칙으로 독창적인 스릴러 영화를 만들었다.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은 <이창>(1954)에서 대부분 주인공의 집을 벗어나지 않으면서 주변 이웃들을 '사각'의 창문틀을 통해서 보여주는 놀라운 연출을 선보였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시간순과 역순을 뒤섞는 비선형적인 플롯으로 걸작을 만들었다. <서치>는 고전적인 플롯을 가져오되 혁신적인 방식을 통해 새로운 영화를 만들며 "스스로 부여한 형식의 장벽을 창의성의 발판으로(이동진 평론가)"란 호평을 이끌었다. 

<서치>는 독특한 형식미로 인하여 '파운드 푸티지' 장르의 대명사인 <블레어 윗치>(1999)처럼 앞으로도 영화사에 중요하게 남을, 그리고 계속 언급될 작품이다. 이들은 '최초'의 형식은 아닐지언정 '최고'의 성적을 거둬 대중에게 그 장르의 재미를 알려주었기 때문이다.
서치 아니쉬 차간티 존 조 미셸 라 데브라 메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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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당 24프레임의 마음으로 영화를 사랑하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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