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사람을 상대해야 하지만, 그래서 사람이 두려워지는 공간이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와 통계청에 따르면, 2021년 기준으로 대한민국 전국에 편의점 개수는 5만점을 넘어섰고, 국민들의 편의점 1주일 평균 방문 횟수는 2.7회에 이르며, 약 180만 명의 초단시간 노동자가 편의점에서 근무한다고 한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일상적인 공간으로 드나드는 편의점이지만, 한편으로 그만큼 다양한 '진상-군상들의 집합체'를 종종 만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2월 3일 방송된 국내 최초 진상 고발 버라이어티 MBN <우리가 몰랐던 세계-진상월드>에서는 '편의점' 편을 통하여 매장 내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진상들의 만행을 공개했다. MC 김구라, 손수호 변호사, 박종석 정신과 전문의가 출연하여 편의점을 무대로 벌어지는 황당하면서도 충격적인 각종 분노유발 에피소드들을 조명했다.
 
2023년 1월 14일, 야간 영업을 하던 편의점 안으로 의문의 차량이 돌진해들어오는 놀라운 사건이 벌어진다. 유유히 차량에서 내린 가해 운전자는 오히려 점주에게 다가가 위협과 폭언, 폭행까지 저질렀다.
 
사건발생 약 2개월전, 당시 가해자는 편의점에서 물건을 구매하고 비닐봉지를 요구했다. 정부의 일회 비닐봉지 사용 규제 조치에 따라 점주는 이를 거절했다. 이에 불만을 품은 가해자는 점주를 위협하며 난동을 부리기 시작했고 급기야 얼굴에 침까지 뱉었다. 점주는 가해자를 고소했다.
 
가해자는 고소를 당한 후에 계속 합의를 종용했으나 점주는 거부했다. 분노한 가해자는 차량을 몰고 점주의 가게에 고의적인 보복성 돌진을 시도한 것. 그나마 돌진한 가해자의 차량이 점주가 앉아있던 계산대 안쪽까지 닿지 않았기에 직접적인 큰 화는 면했지만, 자칫 생명까지 위험할 수 있지만 아찔한 상황이었다. 결국 이웃주민의 신고로 경찰이 출동하여 가해자를 체포하면서 상황은 종료됐다.

여전히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는 피해자와 가족들

박종석 전문의는 "가해자가 간헐적 폭발장애(분노조절장애)가 의심된다"는 소견을 밝히며, 극소수이기는 하지만 초고위험군에 해당한다는 우려를 드러냈다. 손수호 변호사는 점주가 피해보상을 받을수는 있지만, "가해자의 (보상을 하려는) 능력과 의지에 따라 오롯이 피해자가 손실을 감수해야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면서 안타까워했다.
 
 MBN <우리가 몰랐던 세계-진상월드> 한 장면.

MBN <우리가 몰랐던 세계-진상월드> 한 장면. ⓒ MBN

 
 MBN <우리가 몰랐던 세계-진상월드> 한 장면.

MBN <우리가 몰랐던 세계-진상월드> 한 장면. ⓒ MBN

 
다행히 가게는 어느 정도 복구가 진행된 상황이었지만, 피해자와 가족들은 지금까지도 정신적인 고통에 시달리고 있었다. 피해자의 아들은 가해자가 특수재물손괴 혐의로만 기손된 데 이의를 제기하며 "이는 명백한 살인미수이고 계획적 범죄"라며 분노했다.
 
실제로 가해자는 해당 점주가 출근하는 시간과 당시 위치까지 파악하고 범행을 저질렀으며 1차 차량돌진 이후에도 풀악셀을 밟으며 2,3차 가해를 시도했으나 차량이 문턱에 걸려 추가 진입에 실패하자 그제야 내려서 점주를 폭행했다.

피해자 가족은 "집행유예 등 가벼운 처벌로 끝나고 풀려난다면, 다음 번에는 무슨 짓을 할지 알 수 없다. 가게를 계속 운영해야 할지도 고민되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법이 가해자로부터 억울한 피해자를 보호해주지 못하고 오히려 2차 가해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은 씁쓸함을 자아낸다.
 
손 변호사는 "법은 살인에 대한 정황상 의심보다, 고의성 여부를 명확하게 증명해야하는데 쉽지 않다"고 설명하면서 "CCTV속 정황을 실질적 증거로 증명한다면 처벌이 가능하다.고 부연했다.
 
2021년 2월, 한 편의점에 방문한 남성은 방역지침에 따라 실내에서는 마스크를 착용해달라는 점원의 당연한 요구에 갑자기 흥분하여 난동을 부리기 시작했다. 가해자는 점원을 위협하고 가게 기물을 부수는가하면 소주병을 투척하고 탈의를 하는 기행을 저지르기도 했다. 간신히 빠져나온 점원은 가게문을 밖에서 잠가 가해자가 달아나지 못하게 막고 경찰에 신고했다. 박종석은 "열등감과 자격지심을 표출하는 전형적인 퇴행현상"이라고 진단했다.
 
2022년 7월, 한 편의점에서도 마스크 착용 여부로 시비가 붙었다. 가해자는 병을 부수고 탈의를 한 후 깨진 병조각으로 자신의 몸에 자해를 저질렀다. 경찰이 출동하여 가해자를 체포했고, 현재 불구속 송치되어 3월에 공판이 열릴 예정이라고. 마스크 미착용시 규정상 손님은 10만원의 벌금, 주인은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어야한다.
 
다양한 물건이 구비된 편의점에는 언제든 흉기로 돌변할 수 있는 위험요소들이 즐비하다. 편의점에서 라면을 구매했던 한 남성은 직원에게 반말로 전자레인지 사용법을 물어보다가, 직원이 다소 퉁명스럽게 대답하자 말다툼이 벌어졌다. 가해자는 발끈하여 뜨거운 컵라면을 그대로 투척했고, 피해 직원은 얼굴과 목에 2도 화상 진단을 받았다. 뜨거운 라면을 투척한 것은 결국 끓는 물을 부은 것과 동일하기에 특수상해죄가 적용될 수 있다.
 
편의점이 '촉법소년제'를 악용하는 불량 청소년들의 표적이 되는 경우도 있다. 중학생인 가해자는 형사처분을 받지않은 촉법소년임을 내세워 점주와 직원을 조롱하고 폭행하는가 하면 이를 자신의 SNS에 올려서 자랑하기도 했다.
 
알고보니 가해자는 촉법소년 해당 연령이 지난 상태였고 결국 단기 2년 6월, 장기 3년의 구속 판결이 내려졌다.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의 경우 소년원 보호처분이 내려지며, 14세 이상이 되면 소년 교도소에 수감되어 사실상 성인과 다름없는 처벌이 내려진다. 해당 가해자는 관련 사건만 무려 18건이나 저지른 구제불능의 상습범이었다. 촉법소년을 방패삼아 벌어지는 청소년범죄의 심각성을 보여준 사건이다.

손 변호사는 "형사처벌 대상이 되면 과거의 기록이 양형에 반영된다. 어릴 때 했던 일이라고 상관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큰 착각"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진상은 폭력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흡연이 금지된 편의점 매장 내에서 직원의 제지에도 당당히 담배를 피우는 사람, 가정쓰레기를 편의점 쓰레기통에 무단 투기하고는 얌체족도 있었다. 
 
성희롱-성추행 시달리기도

실제 편의점을 운영하는 점주와 아르바이트생들을 만나 에피소드들을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편의점에서 근무하는 여성들의 경우, 종종 진상들의 성희롱-성추행에 시달리는 경우도 있다.

편의점 알바 4년차인 굴리씨는 종종 찾아오던 단골손님으로부터 "아들을 낳아주면 모든 걸 해주겠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고 고백했다. 알바 3년차 김미소씨는 불쾌한 성적농담을 걸어오거나 억지로 스킨십을 시도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밝혔다.
 
남성도 성희롱에서 예외는 아니다. 점장 5년차인 이곤씨는 만취한 여성이 아침부터 계속해서 말을 걸며 추근거리다가 결국 경찰까지 출동했던 일화를 CCTV와 함께 공개했다.
 
점주 6년차 한승원씨는 자해를 시도하는 진상 가해자에게 신변의 위협을 느껴 영상을 촬영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사건이 벌어진 이후 다시 편의점에 찾아온 가해자는, 처벌을 받아야하는 상황이 되자 그제야 승원씨에게 사과같지 않은 사과를 하면서 선처를 요구했다고.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던 승원씨는 가해자의 강압에 다시 경찰을 불렀고 현재 사건은 공판을 앞두고 있다고.
 
미성년자들에게 담배나 술을 판매할 경우 벌금과 운영정치 처벌까지 받을 수 있기에, 편의점에서는 사전에 철저하게 신분증을 확인해야 한다. 미성년자들이 신분증 요구에 화를 내거나 소란을 피우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미성년자에게 담배를 판 것이 적발될 경우 1차는 정지 2개월, 2차는 3개월, 3차는 담배판매 허가가 취소된다.
 
외국인인 굴리씨는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말을 함부로 하는 진상손님들 때문에 상처를 받기도 했다. 굴 씨는 "본인의 딸이 커서 외국에 유학을 갔을 때 똑같은 상황을 겪는다면 기분이 어떨지 생각해보면서 말을 함부로 안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밝혔다.
 
편의점 진상의 경우, 학력-직업들을 빌미로 인신공격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편의점주 10년차인 봉달호씨는 진상손님으로부터 "못배웠으니 편의점이나 하고 있지"라는 막말을 들은 일이 있다고 고백했다. 박종석 전문의는 "편의점 직원이라고 무시하는 것은 열등감의 표현"이라고 지적했다.
 
달호씨는 "물건이 싸다고 해서 파는 사람의 자존심까지 싼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하며"서비스업을 하는 사람들의 마음가짐 속에서 '손님은 왕이다'라는 정신이 필요한 거지, 손님 스스로 왕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일침을 놓았다.

취객들을 자주 상대해야 하는 일도 힘들다. 이곤씨는 만취하여 편의점에서 구토를 하고 쓰러진 손님을 차마 쫓아내지 못하고 경찰에 인계했던 이야기를 밝혔다.

미소씨는 위험한 상황을 대비하여 편의점마다 설치된 안심벨의 기능에 의구심을 느낀 순간을 밝혔다. 야간에 행패를 부리는 진상손님 때문에 안심벨을 눌렀는데 무려 30분이나 지나서 상황이 종료될 즈음에야 경찰로부터 확인 전화가 왔다는 것. 늦은 심야나 도심에서 벗어난 외진 곳에서 문제가 발생할 경우, 언제든 큰 위험에 노출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진상추적단' 코너에서는 피해자를 대신하여 가해자를 만나보는 시간을 가졌다. 제주도에서 3년째 편의점을 운영중인 피해자 유성관씨는 가게 내에서 흡연과 음주를 일삼는 손님들과 시비가 붙었다. 유씨가 경찰에 신고하자 가해자는 유씨에게 다가와 무릎으로 얼굴을 찍는 니킥을 날렸다. 끔찍한 폭행은 5분간 20여회에 걸쳐 이어졌다. 심지어 유씨가 폭행당하는 모습을 부친은 바로 곁에서 지켜봐야 했다.
 
이틀 후 술에 취해서 다시 나타난 가해자는 사과는커녕 유씨에게 또다시 폭언과 협박을 일삼았다. 유씨는 끔찍했던 그날의 트라우마를 떠올리며 끝내 눈물을 흘렸다. 유씨는 가해자가 아버지에게라도 진심어린 사과를 해줄 것을 원했다. 심각한 폭행이 벌어졌음에도 사건은 재판도가지않은 약식명령으로 상해와 재물손괴 혐의로 벌금 3백만원 처분만 받고 간단하게 종결됐다.
 
조충현과 김수환은 수소문 끝에 선원 출신의 가해자 니킥남을 찾아냈다. 최씨는 폭행을 저지른 이유에 대하여 "술 한잔 마시다가 무의식중에 담배를 한 대 물었는데, 유씨가 좋게 이야기를 안해서 욱했다"며 책임을 술과 피해자 탓으로 돌렸다.
 
여전히 같은 동네에 거주하며 종종 피해자의 가게에도 들린다는 최씨는 폭행 당시 유씨의 부친이 있었다는 사실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거듭된 사과 요청에 최씨는 마지못해 "피해자 아버지를 보면 사과하겠다"고 잘못을 인정하고 자리를 떠났다. 한 개인의 인격과 가족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어놓고도 죄책감도 반성도 없이 살아가는 가해자들의 행태는 분노를 자아냈다.
 
영상을 지켜보며 남 일같지 않은 공감대에 눈물을 흘린 달호씨는 "가게에서 손님과 시비가 붙었을 때마다, '내 딸이 완봤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한다"고 고백하여 주변을 뭉클하게 했다.

달호씨는 "편의점이 여름엔 시원하지만 겨울에는 춥다. 여기서 사람의 차가움까지 더해지면 마음은 더 차가워진다"고 밝혔다. 미소는 "우리는 당신의 감정쓰레기통이 아니라는 것을 말해주고 싶다"고 진상손님들을 향한 메시지를 던졌다. 배려없는 행동 하나에 누군가에게는 돌이킬수 없는 상처가 될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가 기억해야 할 순간이다.
진상월드 편의점 촉법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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