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10일 수원시 팔달구 공관에서 기자들과 오찬 간담회를 하고 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10일 수원시 팔달구 공관에서 기자들과 오찬 간담회를 하고 있다.
ⓒ 경기도

관련사진보기

 
"남의 탓하고 비판이나 하려면 뭣 하러 정권을 잡았습니까?"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남 탓 행정'만 반복하고 있다"며 연일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른바 '난방비 폭탄'을 전임 문재인 정부 탓으로 돌린 윤 대통령에게 "정부는 지금 벌어진 일에 대해서 책임지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지적한 것이다.

김동연 지사가 윤석열 대통령에게 '책임 정치', '책임 리더십' 등을 요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김 지사는 취임 초기부터 "윤 대통령의 국정 비전이 보이지 않는다"며 우려를 쏟아냈다. 김 지사는 또 윤 대통령의 '남 탓 행정'이 문제가 될 때마다 경기도만의 '책임 행정'을 구현하며 대립각을 세웠다.

김 지사는 특히 "국민들은 현재의 위기를 이겨내 줄 책임 있는 정치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의 '무능, 무책임'을 부각함으로써 차기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자신의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책임 회피와 책임 전가로는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다"

경제부총리를 끝으로 34년 공직 생활을 마친 김동연 지사는 평소 "공직자는 책임을 지는 사람"이라는 정치적 소신을 피력해왔다.

2014년 세월호 참사 때 국무조정실장이었던 김 지사가 당시 정홍원 국무총리에게 "총리 사퇴는 물론 내각 총사퇴까지도 준비해야 한다"라고 제안한 것이 대표적이다. 실제 정 총리는 세월호 참사 발생 11일째 "모든 책임을 지고 사퇴하겠다"고 밝혔지만, 그의 사의는 청와대에서 반려됐다.

김동연 지사는 자신이 경제부총리로 재직할 당시 제기된 '경제위기 책임론'에 대해서도 피해 가지 않았다. 지난 2018년 8월 국회 예산결산위원회에서 당시 여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 이수혁 의원은 김 지사에게 "과거 9년 보수 정부의 실패한 경제 정책 중 현재의 경제위기를 야기한 정책은 무엇이었냐"고 질문했다. 경제위기의 책임을 전임 정권에 묻기 위한 유도성 질문이었다. 하지만 김 지사는 "과거에 어떤 것이 됐든, 지금 벌어진 일에 대해서는 정책을 맡고 있는 저희가 책임감을 느끼는 것이 책임 있는 정책당국자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26일 조속한 1기 신도시 재정비 추진을 위해 고양 일산 백송마을5단지 풍림산호아파트를 찾았다.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26일 조속한 1기 신도시 재정비 추진을 위해 고양 일산 백송마을5단지 풍림산호아파트를 찾았다.
ⓒ 김동연지사 페이스북 갈무리

관련사진보기

 
특히 지난해 7월 경기도지사에 취임한 김동연 지사는 윤석열 정부의 국정 난맥상을 비판하면서 '책임 행정'을 더욱 강조하고 있다.

김 지사는 지난해 8월 기자들과 간담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제대로 하지 못하는 일들이 많은 것 같다"며 국정 비전의 부재, 편협한 인사 정책, 통합 리더십 부재 등을 지적했다. 그는 "새 정부가, 새 리더십이 대한민국을 앞으로 어떻게 끌고 갈 건지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면서 "(윤석열 정부의) 가장 큰 문제는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된 뒤에 대한민국호를 어떤 방향으로 항해해 나갈 건지에 대한 고민이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8월 윤석열 정부가 2024년으로 미룬 1기 신도시 재정비 계획을 발표하자, 김동연 지사는 "사실상의 공약 파기"라며 "대선공약을 이렇게 쉽게 폐기하는 것은 국민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시 대통령실은 "신도시같이 도시재창조 수준의 마스터플랜은 5년 이상 걸리는 게 통상적"이라며 "1년 6개월 정도 마스터플랜이 소요되는 것은 물리적으로 가장 빠르게 추진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원희룡 국토부장관도 김 지사를 향해 "일부 주민들이 정책에 불만을 제기하는 것을 틈타서 정치적으로 공약 파기로 몰고 가는 것은 무지하고 무책임한 정치적 발언"이라고 공세를 폈다.

그러나 김동연 지사는 윤석열 정부의 해명을 "과거식의 접근 방식"이라고 일축했다. "과거 접근 방법으로 해서 '통상 5년이 걸렸는데 빨리하는 거다', 이렇게 할 게 아니라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야 한다"며 '책임 행정'을 강조한 것이다.

실제 김 지사는 1기 신도시 지역 현장을 방문한 뒤, 조속한 1기 신도시 재정비를 위해 재정 지원과 노후화 현황 실태조사 등 경기도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경기도는 경기연구원을 통해 지난해 2월 '1기 신도시 재정비 방안 연구'에 착수했고, GH(경기주택도시공사)는 8월 초 '1기 신도시 재정비 개발 방향 종합구상' 용역을 시작했다. 또한, 도지사 직속으로 전문가 중심의 전담 조직 및 5개(분당·일산·평촌·산본·중동) 신도시와 시도의원이 참여하는 '1기 신도시 재정비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5개 시별로 20여 명씩 100인을 포함하는 '시민협치위원회'도 추진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정부가 주택 정책을 발표해 국민께 전달되는 과정에서 신뢰를 얻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며 "1기 신도기 마스터플랜의 경우 예전 같으면 5년 걸릴 사안을 최대한 단축했는데도 국민께 제대로 설명 드리지 못했다"고 수습에 나섰다. 윤 대통령은 정책홍보를 통한 소통을 강조하며 정책기획수석을 새로 임명하고 홍보수석을 교체하는 등 인적 개편을 단행했다.

이른바 '수원 세 모녀 사망사건'으로 복지 사각지대에 대한 문제가 제기됐을 때도 김동연 지사는 '국가의 역할과 책임'을 강조하며 경기도 차원의 대책 마련에 나섰다. 당시 "윤석열 정부가 작은 정부를 표방하고 있어서 사회안전망 확충에 국가 역할이 축소될 수 있다"(임종성 더불어민주당 의원)는 지적이 제기됐지만, 윤석열 정부는 "복지 공무원 인원이 부족한 문제는 아니었다"(한덕수 국무총리)고 반박했다.
  
반면 김동연 지사는 위기가구 발굴을 강화하고, 관련 지원 제도를 적극 홍보하는 등 복지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경기도 차원의 '책임 행정'을 적극 추진했다. 우선, 생활고로 어려움을 겪는 누구나 또는 그 이웃이라도 연락할 경우 지원 제도 안내는 물론 제도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연결해 주는 긴급복지 핫라인을 구축했다. 또한 통장이나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위원 등이 주로 맡고 있는 현행 명예사회복지공무원제를 공인중개사, 약사 등 생활업종 종사자로 참여 대상을 넓혀 '위기 이웃 발굴단'으로 확대 개편하고 발굴단에 대한 인센티브도 제공했다.
 
 20일 오전 서울 중구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에서 열린 선감학원 아동 인권침해 사건 진실규명 결정 발표 기자회견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피해자를 위로하고 있다.
  20일 오전 서울 중구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에서 열린 선감학원 아동 인권침해 사건 진실규명 결정 발표 기자회견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피해자를 위로하고 있다.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김동연 지사가 과거 선감학원 아동 인권침해 사건에 대해 선감학원 폐원 40년 만에 피해자와 유가족들에게 공식 사과한 것도 '국가의 역할과 책임'에 대한 소신에서 비롯됐다. 국가 차원의 진실규명이 이뤄진 후 중앙정부가 아닌 경기도 차원의 첫 공식 사과였다. 경기도는 이를 계기로 '선감학원 사건 치유 및 명예회복 종합대책'을 마련해 피해자 생활 지원과 의료서비스 지원 등을 시행할 방침이다. 경기도에 거주하는 피해자들에게 500만 원의 위로금과 월 20만 원의 생활지원금 등을 지원하기로 한 것이다.

특히 김동연 지사는 지난해 이태원에서 발생한 10.29 참사 당시 정부의 '책임 부재'를 앞장서서 비판했다. 핼러윈데이를 맞아 많은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됐지만, 정부는 어떤 안전 대책도 마련하지 못했다. 당시 윤석열 정부는 현장 지휘자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거나 촛불집회 관리로 인한 경찰인력 부족을 탓했다.

김동연 지사는 "책임 회피와 책임 전가로는 지금의 수준에서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다"며 윤석열 정부를 향해 인적 책임 등 적극적 조치를 촉구했다. "사고 예방, 사고 대처, 사고 발생 후의 수습 이 모든 과정에서 (정부의) 책임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국민들께서는 10.29 참사를 대하는 정부와 공직사회의 의지와 태도를 시험하고 있다"며 "이제라도 국민이 납득할 만한 수준의 반성과 성찰, 그리고 인적 책임을 포함한 적극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지사는 특히 "많은 국민들께서 '이번 참사에서 국가는 없었다'고 말씀하신다"며 "각자도생이라는 자조 섞인 한탄도 들린다, 국가의 부재란 바로 책임의 부재"라고 윤석열 정부의 '책임 방기'를 맹비판했다.

김동연 지사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런 참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라며 ▲안전예방핫라인 ▲도민안전혁신단 ▲사회재난 합동훈련 ▲정보통신기술(ICT) 기반 스마트 안전관리 강화 ▲국민안전자문회의 설치 제안 등 '5개 안전 대책'을 발표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와 염종현 경기도의회의장이 9일 경기도청 1층 로비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 합동 조문에서 헌화를 하고 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와 염종현 경기도의회의장이 9일 경기도청 1층 로비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 합동 조문에서 헌화를 하고 있다.
ⓒ 경기도

관련사진보기

 
"공공기관이 책임 다하지 않으면 도민 피해... 성찰과 쇄신 촉구"

김동연 지사는 도청 간부들과 소속 기관장들에게도 "공공기관이 책임을 다하지 않으면 그 피해는 도민에게 돌아간다. 그동안 역할이 미흡했거나 기강해이가 있던 공공기관에 대해서는 성찰과 쇄신을 촉구한다"며 강력한 리더십과 함께 책임 의식을 주문했다. "공직자는 책임을 지는 사람"이라는 김 지사의 정치적 소신을 경기도정 운영에 투영한 것이다.

김 지사는 지난해 12월 도청 간부회의에서 "우리 공공기관장들이 도민의 민생을 살피고 더 나은 기회의 경기도를 만들겠다고 하는 소명 의식, 도민들이 부여한 권한과 관련 역할을 다하겠다고 하는 책임 의식, 이것을 단단히 가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경기도에 공공기관이 27개가 있고 임직원 수가 7천 명에 달하고 운영예산 규모가 8조 원이 넘는다. 권한과 책임이 큰 만큼, 또 도민과의 생활과 가장 접점 지대에 있는 만큼 도민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다"며 "기관장의 임기와 권한은 책임을 다할 때까지 보장해주는 것이다. 모든 공공기관장은 임기를 포함한 모든 권한이 기관장으로서 책임을 다할 때 보장받는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태그:#김동연, #경기도지사, #윤석열대통령, #난방비폭탄, #이태원참사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