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29일부터 10개구단 선수단이 차례차례 스프링캠프 훈련지로 떠났다. 괌으로 떠난 롯데 자이언츠를 비롯해 무려 8개 구단이 '야구의 본고장' 미국을 선택했고 삼성 라이온즈가 가까운 일본 오키나와, 두산 베어스는 김태형 감독(SBS스포츠 해설위원) 시절부터 자주 가던 호주 시드니를 스프링캠프 장소로 선택했다. 장소는 서로 다르지만 저마다 스프링캠프지에서 기량을 갈고 닦아 올 시즌 좋은 성적을 내고자 하는 마음은 한결 같다.

하지만 스프링캠프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2월에도 여전히 국내에 잔류해 계약소식을 애타게 기다리는 선수들이 있다. 바로 FA 신청 후 두 달이 넘도록 어느 팀과도 계약하지 못하고 있는 4명의 미계약 FA 선수들이다. 외야수 이명기와 권희동, 좌완 불펜 강리호(개명 전 강윤구), 그리고 우완 선발요원 정찬헌은 함께 FA를 신청한 17명의 선수가 소속팀을 찾은 현재까지도 아직 팀을 구하지 못했다. 

그 중 작년 키움 히어로즈 유니폼을 입고 선발투수로 활약하며 5승6패 평균자책점5.36을 기록했던 정찬헌은 키움 구단이 '사인앤트레이드(프로 스포츠계에서 FA 자격을 얻는 선수가 자유이적 대신 원 소속팀과 재계약을 맺은 직후 새로운 팀으로 이적하는 것)'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물론 이미 모든 구단이 스프링캠프를 떠났기 때문에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정찬헌이 국내에서 꾸준히 몸을 만든다면 여전히 선발투수로서 가치는 남아있다. 특히 작년 시즌 하위권에 머물렀던 구단들은 정찬헌 영입이 의외로 팀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올시즌 평균자책점 5.36 피OPS 0.833으로 부진했던 FA 정찬헌

FA 정찬헌. . ⓒ 키움히어로즈

 
[한화 이글스] 후보 많지만... 검증된 선발 필요

한화는 2020년대 들어서 3년 연속으로 최하위를 벗어나지 못했다. 2021 시즌을 앞두고 베네수엘라 대표팀 감독을 지냈던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을 선임했지만 한화는 수베로 감독 부임 후에도 두 시즌 연속 승률 3할대를 기록했다. 한화는 올 시즌에도 3년 계약을 맺었던 수베로 감독을 유임시키기로 했지만 만약 올해도 성적을 내지 못한다면 수베로 감독의 시즌 완주를 장담할 수 없다. 

한화는 작년 13경기에서 5번의 퀄리티스타트와 함께 5승4패3.72의 준수한 성적을 기록했던 도미니카공화국 출신의 우완 펠릭스 페냐와 총액 85만 달러에 재계약했다. 그리고 작년 일본 프로야구 세이부 라이온즈에서 홀약했던 버치 스미스를 총액 100만 달러에 영입했다. 페냐와 스미스는 작년 29경기에서 163이닝을 소화했던 '토종 에이스' 김민우와 함께 선발 트로이카로 활약할 전망이다.

하지만 4,5선발은 아직 장담하기가 힘들다. 물론 한화뿐 아니라 한국야구의 미래로 불리는 특급 유망주 문동주를 비롯해 호주 질롱코리아에서 경험을 쌓은 사이드암 김재영, 작년 프로 데뷔 후 최고 시즌을 보낸 장민재, 2001년생 유망주 남지민, FA로 영입한 이태양, 트레이드로 영입한 한승혁 등 선발 후보들은 많다. 하지만 한 시즌 동안 풀타임 선발로 활약할 거라고 확실한 믿음을 주는 투수는 부족하다.

따라서 현재 한화의 선발진에 선발경험이 비교적 풍부한 정찬헌이 들어간다면 무난히 선발 한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 전망이다. 물론 정찬헌이 5일 로테이션을 소화할 체력은 다소 부족하지만 이닝제한이 있는 문동주와 함께 번갈아가며 등판한다면 충분히 두 선수를 동시에 활용할 수 있다. 한화가 출혈을 최소화하며 정찬헌이라는 검증된 선발투수를 데려 올 수 있다면 분명 팀 선발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두산 베어스] 유망주 최승용-베테랑 정찬헌의 조화?

두산 베어스는 2015년부터 2021년까지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이라는 대기록을 세운 후 작년 시즌 9위로 추락했다. 8년 동안 팀을 이끌었던 김태형 감독과의 재계약을 포기한 두산은 새 사령탑으로 KBO리그 통산 467홈런, 한일통산 626홈런이라는 대기록을 보유한 이승엽 감독을 선임했다. 물론 은퇴 후 지도자 경험이 없다는 약점이 있지만 이승엽이라는 이름의 상징성을 고려하면 두산이 상당히 과감한 선택을 한 것은 분명하다.

2020년 시즌 20승을 따내며 투수부문 골든글러브에 선정됐던 라울 알칸타라를 재영입한 두산은 밀워키 브루어스 산하 마이너리그에서 통산 34승29패3세이브4.04를 기록한 딜런 파일을 영입해 외국인 원투펀치를 구성했다. 여기에 팀 내에서 가장 위력적인 공을 던지며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 대표팀에 선발된 우완 정통파 곽빈과 최근 3년 동안 30승을 기록한 사이드암 최원준이 토종 원투펀치로 활약할 전망이다.

하지만 두산 역시 5선발 자원이 마땅치 않다. 작년 가능성을 보였던 좌완 신예 최승용이 5선발 경쟁에서 가장 우위에 있지만 최승용은 작년 2번에 불과했던 퀄리티스타트가 말해주듯 투구수가 많아지면 체력이 떨어지는 약점이 있다. 2019년 17승을 기록하며 두산의 차세대 에이스로 떠올랐던 이영하는 지난 3년 간 기대에 미치지 못하다가 현재 학교폭력 가해자로 재판을 받고 있어 올 시즌 출전이 불투명하다.

이런 두산 선발진에 정찬헌이 가세한다면 큰 힘이 될 수 있다. 최승용을 선발로 육성하면서 경험 많은 정찬헌을 열흘에 한 번씩 투입한다면 리빌딩과 성적을 동시에 쫓을 수 있다. 정찬헌 입장에서도 다시 잠실야구장을 홈구장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되면 홈런 및 장타허용에 대한 부담이 크게 줄어들 수 있다. 게다가 두산은 유망주군이 풍부하기 때문에 정찬헌을 영입하려는 의지만 있다면 키움과의 트레이드도 원만하게 진행시킬 수 있다.

[롯데 자이언츠] 올인 전략, 정찬헌도 잡을까

롯데 자이언츠와 부산야구의 심장 이대호는 2021 시즌을 앞두고 롯데와 2년 계약을 체결하면서 은퇴 전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고 싶다는 희망을 밝혔다. 하지만 롯데는 '조선의 4번타자'와 함께 한 마지막 2년 동안 한국시리즈는커녕 가을야구조차 진출하지 못했다. 이제 롯데는 이대호라는 팀의 기둥 없이 래리 서튼 감독의 계약기간 마지막 시즌에 포스트시즌 진출을 노려야 한다.

롯데의 이번 겨울 전략은 한마디로 '올인'이었다. 롯데는 FA시장에서 포수 유강남을 4년 80억 원, 내야수 노진혁을 4년 50억 원, 그리고 잠수함 한현희를 4년 40억 원에 영입하며 외부FA 영입 한도를 모두 채웠다. 여기에 한화에서 방출된 사이드암 신정락부터 통산 112승을 기록한 좌완 차우찬, 두산에서 방출된 투수 윤명준과 현도훈, 재일교포 외야수 안권수까지 타 팀에서 방출된 선수들을 무려 8명이나 데려 오며 선수층을 두껍게 했다.

하지만 롯데 역시 댄 스트레일리와 찰리 반즈, 박세웅으로 이어지는 선발 트로이카를 제외하면 4,5선발 자원이 확실히 정해지지 않았다. 전천후 투수 한현희는 잠수함 불펜이 부족한 팀의 사정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고 작년 9승을 기록한 이인복은 팔꿈치 뼛조각 제거수술을 받으며 시즌 초반 결장이 불가피하다. 풀타임 선발경험이 없는 나균안과 서준원은 아직 '완성된 선발투수'라고 부르기 힘들다.

따라서 정찬헌은 젊은 투수가 많은 롯데 마운드에 '경험'을 불어 넣을 수 있는 투수로 꼽힌다. 비록 작년엔 다소 주춤했지만 정찬헌은 2020년과 2021년 2년 연속으로 110이닝 이상 소화하며 각각 7승4패 3.51, 9승5패 4.01의 준수한 성적을 올린 바 있다. 적당한 계약기간과 옵션으로 안전장치를 걸고 큰 출혈 없이 트레이드를 통해 영입할 수 있다면 정찬헌은 어쩌면 올 시즌 롯데를 6년 만에 가을야구로 이끌 '히든카드'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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