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현(고양 캐롯)과 이정현(서울 삼성), KBL을 대표하는 최고의 슈터 양대산맥이 맞대결에서 만났으나 각기 다른 이유로 웃지 못했다.
 
1월 30일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2022~2023 SKT 에이닷 프로농구 정규리그에서 고양 캐롯은 서울 삼성을 68-65로 제압했다. 2연패에서 벗어난 캐롯은 19승 17패로 5위를 유지했다. 반면 삼성은 어느덧 13연패의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10승 26패로 최하위에 머물렀다. 시즌 맞대결 전적에서도 캐롯이 3승 1패로 우위를 이어갔다.
 
전성현과 이정현은 KBL를 대표하는 간판 슈터 계보를 잇는 선수들이다. 이정현은 두 번의 챔프전 우승과 정규리그 MVP(2018-2019), 4년 연속 리그 베스트5(2016-2019), 국가대표 주장 등 2010년대 KBL 최고의 슈터라고 할 만큼 화려한 커리어를 자랑한다. 전성현은 그 뒤를 이어 올시즌 국내 선수 최다득점 및 3점슛 부문 역대 기록들을 대거 갈아치우며 MVP급 슈터로 성장했다.
 
하지만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없더라는 말처럼, 정작 이날 맞대결에서는 두 선수 모두 활약이 극도로 저조했다. 전성현은 이날 9득점(6어시스트 3리바운드), 이정현은 6득점(4어시스트 3리바운드)에 머물며 두 선수 모두 한 자릿수 득점에 그쳤다.
 
전성현, 연속 경기 3점슛 기록 중단
 
캐롯 전성현 3점슛 30일 경기도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고양 캐롯-서울 삼성 경기. 캐롯 전성현이 3점슛을 성공시키고 있다.

▲ 캐롯 전성현 3점슛 30일 경기도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고양 캐롯-서울 삼성 경기. 캐롯 전성현이 3점슛을 성공시키고 있다. ⓒ 연합뉴스

 
전성현은 이날 15개의 슛을 시도하여 단 3개(3점 0/7), 이정현이 10개를 시도하여 단 2개(3점슛 0/5)를 적중시키는 데 그쳤고 둘다 3점슛을 단 하나도 성공하지 못 할 만큼 야투율도 최악이었다. 에이스의 부진 속에 캐롯(야투 34.3% 3점 15.2%)과 삼성(37.9%, 19%) 모두 극심한 야투 난조로 70점을 넘는 데 실패하는 졸전을 펼쳤다. 그나마 캐롯은 29점 19리바운드를 몰아친 디드릭 로슨의 원맨쇼에 힘입어 간신히 진땀승을 거둘 수 있었다.
 
특히 전성현에게는 연속 경기 3점슛 기록이 중단된 게 가장 아쉬운 순간이었다. 전성현은 이날 경기 전까지 프로농구 연속 3점슛 성공 기록을 76경기째 이어가고 있었고 이는 프로농구 역대 최다 기록이었다. 2위는 조성원(은퇴)이 2000~2001시즌부터 2001~2002시즌에 걸쳐 기록했던 54경기였다.
 
전성현은 이날 삼성 수비의 집중견제를 받으며 3점슛 7개를 시도했으나 단 하나도 림을 통과시키지 못했다. 거의 림을 들어가는 듯하다가 다시 튀어나온 슛도 두 차례나 나오는 등 이래저래 운도 따르지 않았다. 전성현의 시즌 평균 득점은 19.6점, 경기당 3점슛은 3.9개와 성공률 41.1%로 하락했다.
 
전성현은 지난 경기였던 27일 수원 KT와의 경기에서는 정성우와의 충돌로 잠시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전성현은 속공을 저지하려다가 등 뒤에서 정성우에게 위험한 파울을 저질렀고, 이에 항의하는 정성우에게 오히려 손가락질을 하며 웃는 모습까지 더해지며 '비매너 행위'라는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MVP급 성적과 3점슛 신기록 행진으로 찬사를 받던 전성현의 이미지에 큰 타격을 준 사건이었다. 논란이 커지자 전성현은 팬들에게 사과하며 정성우와도 경기 후 오해를 풀었다고 해명했다.
 
비매너 논란에 3점슛 기록 중단까지 유쾌하지 못한 한 주였지만 전성현은 다시 심기일전의 의지를 드러냈다. 전성현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기록이 깨진 건 아쉬우면서도 시원하다"면서 "올 시즌이 끝나고 은퇴하는 것도 아닌데, 내 기록을 내가 뛰어넘으면 된다. 다음 경기부터 다시 도전하겠다"는 포부를 전했다.

팀의 연패 기록 못 끊은 서울 삼성
 
서울삼성 작전지시 30일 경기도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고양 캐롯-서울 삼성 경기. 서울 삼성 은희석 감독이 선수들에게 작전 지시하고 있다.

▲ 서울삼성 작전지시 30일 경기도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고양 캐롯-서울 삼성 경기. 서울 삼성 은희석 감독이 선수들에게 작전 지시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정현은 또다시 팀의 연패 기록을 끊지 못 했다는 압박감에 쫓기고 있다. 13연패에 빠진 삼성은 바로 2012년 기록했던 팀 최다 14연패에 단 1경기만을 남겨놓게 됐다. 삼성은 김상준 감독 시절이던 지난 2011년 11월 13일 서울 SK와의 경기부터 2011년 12월 15일 창원 LG전까지 14연패를 기록한 바 있다.
 
삼성은 지난 2021-2022시즌에도 두 자릿수 연패만 두 번(11연패-13연패)이나 당하는 수모를 겪으며 9승 45패로 리그 최하위에 그쳤다. 올시즌 은희석 감독과 FA 이정현을 새롭게 영입하며 전열을 가다듬은 삼성은, 올시즌 3라운드만인 지난 12월 19일 현대모비스전에서 10승 고지에 오르며 벌써 지난 시즌의 승수를 뛰어넘어 환골탈태에 성공하는 듯했다. 당시만 해도 삼성의 시즌 성적은 10승 13패(.435), 리그 7위로 6강 경쟁을 펼치는 위치에 있었다.
 
하지만 이후 삼성의 승리는 거짓말처럼 멈췄다. 삼성은 새해가 바뀌어 벌써 2월이 눈앞으로 다가왔는데도 승수를 추가하지 못했다. 은희석 감독 부임 이후 끈끈한 조직력을 앞세워 잠시나마 변모하는 듯했지만, 주축 선수들의 줄부상과 공격력의 한계를 드러내며 상승세는 오래 가지 못했다.
 
연패기간 동안 삼성에 더욱 뼈아픈 것은 베테랑 이정현의 부진이다. 올시즌 삼성 유니폼을 입은 이정현은 30대 중반의 나이에도 평균 11.6점 2.7리바운드 4.0어시스트를 기록하며 분전하고 있다.
 
문제는 야투 성공률이 고작 32.5%에 불과하다는 것. 2점슛 성공률은 37%이며, 3점슛 성공률 또한 28.3%에 그치고 있다. 모두 이정현의 커리어 최악의 기록이다.
 
3라운드까지만 해도 이정현의 최대장점인 '클러치 능력'이 빛을 발하며 저조한 야투율을 어느 정도 만회할 수 있었다. 삼성이 노장인 이정현을 영입한 가장 큰 이유도 바로 이러한 승부처에서의 해결사 역할을 기대한 것이었다.
 
그런데 팀이 본격적인 부진에 빠진 4라운드에 접어들며 주축 선수들의 줄부상으로 이정현의 부담이 가중됐고, 상대의 집중견제 속에 덩달아 야투 난조까지 더 부각되는 악순환으로 이어졌다. 4라운드에서 이정현의 평균 득점은 7.6점에 불과하여 3점슛 성공률은19.4%(6/31)까지 더 하락했다. 더 심각한 것은, 현재 삼성에서 가장 최악의 컨디션을 보여주고 있는 이정현만큼이라도 해줄 수 있는 국내 득점원이 전무하다는 사실이다.
 
이정현의 슛 부진은 체력적인 문제와 무관하지 않다. 제아무리 '금강불괴'로 불리우는 이정현이지만, 나이를 감안할 때 전성기는 지났고 주전보다는 식스맨으로 체력을 관리받으며 뛰는 데 더 어울린다.

그런데 득점원 부족-13연패라는 최악의 상황은, 이정현에게 숨돌릴 틈을 주지 않고 있다. 에이스가 감당해야 할 책임감의 무게는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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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현 이정현 KBL 13연패 3점슛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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