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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색창에 남자 이름, 여자 이름을 쳐보면 작명소 광고부터 '남자 아이 여자 아이 이름 추천', 심지어는 '잘생긴 남자 이름'이 인기 주제로 떠있다. 이름에도 유행이 있으니 아무래도 트렌드를 따라가는 쪽이 맞으려나. 부모는 어쩌면 평생 아이가 듣고 살 이름을 몇 날 며칠, 몇 달에 걸쳐 하물며 출생신고하기 전까지 고민할 것이다.

우리 아버지도 내 이름을 짓기 위해 엄청 애쓰셨다. 우선 집안 항렬에 따라 돌림자 '상'을 써야 했으니 오히려 쉬웠을까 싶지만 어감상 상과 어울리는 글자 찾기가 어려우셨단다.

그렇게 한참 동안 한자사전을 뒤져 나온 후보로는 상덕, 상양, 상언이 있었는데, "상덕은 태명이라 탈락, 상양은 '상양양~'이라 부르기 어려우니 탈락, 제일 거리낄 게 없는 상언으로 채택". 어른들 나름의 소거법을 거쳐 나는 '상언'이 되었다. 

내 이름은 상언
 
커가면서는 상언과 상호를 당연히 남성으로 보는 시선이 달갑지 않다.
 커가면서는 상언과 상호를 당연히 남성으로 보는 시선이 달갑지 않다.
ⓒ elements.enva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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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이 흔치 않다 보니 살면서 겪은 이름 관련 에피소드가 많다. 그중에서 내가 기억하는 첫 번째는 유치원 때 남자 '상언'을 만난 것이다. 나는 나와 이름이 같은 친구가 신기해 엄마한테 '우리 반에 상언이가 또 있어~' 했는데 엄마는 '남자야? 여자야?' 하고 물었었다.

남자라고 대답하니 엄마는 '사실 상언은 남자들이 많이 쓰는 이름이지'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 나 또한 당시에는 이름에 별 관심 없는 어린이였으니 '음 그렇군' 하고 넘겼더랬다.

문제는 초등학교를 가서부터다(이때를 시작으로 이름과 관련된 에피소드는 매해 늘고만 있다). 개학식 날 내 이름을 제대로 부르는 선생님은 거의 없었다. 다들 '한상은~ 한상헌~'이라고 부르시곤 표기는 '한상원'으로 하신다. 응당 이것이 상'언'으로서 견뎌야 하는 무게인가 싶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나는 다섯 살 터울의 언니가 있는데, 언니가 물려준 물건이나 책을 들고 학교에 가면 친구는 물론 선생님까지 무조건 오빠 있냐고 물었었다. 그래서 또 엄마한테 일렀다. 

"엄마, 왜 자꾸 친구들이 나한테 오빠 있냐고 묻는 거야?"
"사실은 상언이 보다 더 남자 이름은 언니 이름인데, 상호는 거의 대부분 남자들이 써."


엄마 말을 듣고 보니 나보다 친구들이 더 의아했겠다 싶었다. 내 세계에서 상호는 언니가 처음이었고 여자였지만, 다른 친구들은 그렇지 않았을 테니 그들의 질문이 어느 정도 이해가 갔다.

이름으로 성별을 왜 따질까
 
나이스지키미 이름분석 서비스 이용 결과.
 나이스지키미 이름분석 서비스 이용 결과.
ⓒ 나이스지키미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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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가면서는 상언과 상호를 당연히 남성으로 보는 시선이 달갑지 않다. 그도 그럴 것이 사회생활하다 보면 이름 가지고 뭐라 하는 어른들이 정말 많다. 특히 회사에서 메일로만 소통하다가 통화할 기회가 생겼을 때 상대방은 내가 맞는지 거듭 확인한다. 그리곤 '남자로 알았네요', '남자 이름 같네요' 이 한 마디를 꼭 덧붙인다.

이 정도면 무난한 수준이고, 더 막된 말을 내뱉는 사람도 많다. 그들을 향한 첫인상이 좋을 리 없음에도 꼭 그렇게 묻는 것은 아마도 이름에 고착된 선입견 때문이지 않을까.

통계학적으로 상언과 상호는 남성이 더 많이 쓰는 이름이더라도, 이름으로 성별을 파악하는 문제는 이제 다시 생각해 볼 때가 됐다. 차별에 맞서 평등을 외치는 사회이니 일상에서도 무심결에 범했던 일반화를, 그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바로잡을 필요가 있지 않나.

그렇게 우리가 지금까지 만나왔던 사람과 별개로 그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다면 첫인상도, 그 사람과의 인간관계도 지금보다 더 나아지리라. 그러니 제발, 이름 가지고 뭐라 그러지 맙시다. 

태그:#이름, #본명, #개명생각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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