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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이 되면서 한낮 기온도 영하권에서 머물고 있다. 대개가 기름보일러를 사용하는 시골집들은 겨울이 되면 난방비가 가장 큰 걱정이다. 우리 집도 기름보일러를 사용하고 있어서 겨울이 되면 평소보다 훨씬 많은 난방비가 들어간다.

지난해와 비교해 보면 석윳값은 무려 2.7배 올랐다. 지난해 이맘때는 리터당 550원이었는데, 지금은 1500원이다. 보일러 두 드럼을 넣으면 20만 원정도였는데 1500원이 되면서는 50만 원이 넘게 들어간다. 또 우리 집 차량은 출퇴근차와 농사차 두 대인데 모두 경유를 사용하다 보니 자동차 기름값으로도 평년보다 큰 비용이 나가고 있다. 휘발유차랑 경유차랑 기름값이 이렇게 역전되는 건 내가 태어나 처음이다.

2022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되었을 때 오른 기름값이 도대체 떨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올해 여름을 맞으면서 결단을 내렸다. 지금처럼 전쟁이 장기화 한다면 겨울에도 기름값이 떨어지지 않을 것이고, 그렇다면 겨울 난방비만 이백만 원 넘게 지출될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전기요금도 계속 인상된다면 지금의 3만 5천 원 전기요금이 어느 날 5만 원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니 태양광발전으로 전기요금을 아끼고, 전기온수기를 설치해서 보일러 기름값을 아끼자고.

지난해에도 이런저런 고민을 하면서 태양광을 설치하려고 망설였다. 당시에는 가구당 100만 원을 내면 나머지는 국가와 지자체에서 보조하는 방식이었다. 지난해 망설임 중에는 전기를 많이 사용하지 않는 측면도 있었고, 기술이 발달하면 원가가 내려가서 올해는 개인이 부담하는 비용도 더 저렴해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다.

그런데 올해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서 개인이 부담하는 비용이 129만 원까지 올라 버렸다. 여름에 마을 몇 가구에서 태양광을 설치하자는 의견이 있었고, 잘 안다고 하는 가구의 조언으로 다섯 가구가 신청했다.

원래는 7월 말에 설치한다고 하더니 7월이 다 지나가도록 감감무소식이다. 그러다가 독촉을 하고 여기저기 서로 연락을 했더니 8월 말일에 설치되었다. 그리고 무슨 인증인가 계약인가 하는 걸 한전이랑 체결하고 계량기 비용을 낸 후에 태양광 전기를 이용하게 되었다. 
 
지붕 위에 설치한 태양광 발전기
 지붕 위에 설치한 태양광 발전기
ⓒ 이종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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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에 설치한 건 시간당 3kW 용량의 가정용이다. 시간당 최대 3kW를 발전하면 하루평균 15~20kW 정도 발전한다. 날씨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한 달에 약 300kW를 발전한다. 그 정도면 우리 집 한 달 전기세 3만 5천 원은 기본요금으로 사용할 수 있다.

전기요금은 태양광발전으로 상계할 수 있는데, 문제는 보일러 기름값이었다. 보일러는 12월부터 2월까지 한 달에 한 번 급유를 해야 했고, 3월과 4월에도 한 번 급유하고, 5월부터 11월까지 사용하기 위해 또 급유를 해야 했다. 일 년이면 다섯 번은 채워야만 따뜻한 겨울을 날 수 있는데, 이 또한 사용하지 않는 작은방이나 주방 등은 밸브를 잠궈 놓고 사용하는 수준이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 중에 보일러가 방을 보온하기 위해 가동되는 것보다 아침저녁 온수를 사용하기 위해 가동될 때 더 많은 기름을 먹는다는 사실이었다. 그래서 봄부터 가을까지 아침저녁에 가끔 사용하는 더운물을 데우기 위해서도 보일러 기름통을 채워야 했던 것이었다.

여름에 더운물 데우는 비용과 겨울에 더운물을 데우는 비용을 아끼기 위해서 다시 전기온수기를 설치했다. 업자에게 친한 이웃을 소개해줬더니 설치업자가 내 설치비를 10만 원 깎아준다고 해서 그러지 마시고 그 집도 나도 5만 원씩 깎아달라고 했다.

전기온수기 용량은 100리터로 했고, 비용은 50만 원이 들어갔다. 전기온수기는 의외로 전기를 많이 잡아먹는 전기기구였는데,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전기온수기를 사용하는 4인 가족의 경우, 전기요금만 8만 원 정도 나온다는 얘기도 있었다.

그럼 50리터용으로 사용하면 절반인가 할 수 있지만, 전기온수기는 50리터건 100리터건 사용하는 만큼 전기요금이 나오는 것이지 용량이 크다고 더 많이 나오지는 않더라는 것이다. 손님이 놀러 오거나 목욕과 설거지를 위해서 우린 100리터용으로 설치했다. 그리고 한두 달 동안 전기요금과 보일러 기름값을 비교해봤다.

- 태양광 및 온수기 설치 전 전기요금 및 기름값: 3만5000원   
  기름은 5번 급유, 월 14만5833원 수준
- 태양광 및 온수기 설치 후 전기요금 및 기름값: 1만 원   
  기름은 2번 급유, 월 5만8333원 수준

전체적으로 볼 때 태양광 및 온수기 설치 이전의 전기요금은 3만5천 원 수준이고 보일러는 한 번 급유 시 35만 원씩 다섯 번 지출했다. 그러나 태양광과 온수기 설치 후 전기요금은 1만 원 수준이 되었고, 온수기 설치 후 기름 사용은 2/5수준이 되었다. 이제 일 년에 기름을 두 번만 급유하면 될 것으로 보인다.

요새처럼 추운 겨울에도 보일러 기름을 한 번만 급유하면 겨울을 날 수 있으니 100만 원 이상 아낄 수 있게 되었고, 전기요금도 이전보다 2만 5천 원이나 줄었다. 연간으로 본다면 1년 몇 개월 만에 태양광과 전기온수기 설치비용을 회수할 수 있게 되었다.

산골 마을에 살면서 식료품은 밭에서 재배해 뜯어먹고, 과일은 산기슭이나 밭 어귀에 심은 나무에서 따 먹고···. 이제 전기세와 기름값도 대폭 줄이게 되었으니 그 남는 돈을 어디에 써야 할까. 하하하~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이종명 님이 쓴 글이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에서 발행하는 격월간 <비정규노동> 1,2월호 '農밀한 생활' 꼭지에도 실렸다.


태그:#시골살이, #전기, #에너지, #태양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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