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시태그 시그네> 영화 포스터

▲ <해시태그 시그네> 영화 포스터 ⓒ 판씨네마(주)


시그네(크리스틴 쿠야트 소프 분)는 카페 바리스타로 일하며 따분한 일상을 보내지만, 마음 한구석엔 모두의 시선을 한몸에 받고 대화의 중심이 되길 원하는 욕망이 자리한다. 그녀는 남자친구 토마스(아이릭 새더 분)가 갤러리에 전시된 가구를 훔쳐 다시 그 갤러리에 전시하는 퍼포먼스로 일약 스타덤에 오르고 더 주목받고 싶은 마음에 면박을 주는 일이 잦아지자 질투심에 휩싸인다. 

어느 날, 시그네는 카페에서 개에게 물린 여성을 구해주면서 사람들의 관심을 받자 크게 기뻐한다. 며칠 후, 그녀는 자신의 존재감이 다시 사라지고 토마스 역시 소홀히 하는 일이 이어지자 인터넷에서 우연히 접한 알약 '리덱솔'의 부작용을 이용하여 자신이 원하는 걸 얻으려는 음모를 꾸민다.
 
<해시태그 시그네> 영화의 한 장면

▲ <해시태그 시그네> 영화의 한 장면 ⓒ 판씨네마(주)

 
지금은 '관종(관심 종자를 줄여 이르는 말로 일부러 특이한 행동을 하여 다른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는 것을 즐기는 사람을 속되게 이르는 신조어)'의 시대다. 유튜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틱톡 등 소셜 미디어에선 조회수와 팔로워(구독자) 숫자, '좋아요'와 '리트윗'로 대표되는 관심을 받고자 하는 영상, 사진, 글이 넘쳐난다. 더 유명해지기 위해 과장을 일삼거나 심지어 조작까지 저지르는 상황이다. <언프리티 소셜 스타>(2017), <페뷸러스>(2019), <구독좋아요알림설정>(2020), <윤시내가 사라졌다>(2020) 등 영화는 이런 디지털 시대의 풍경을 각자의 화법으로 조명했다.

영화 <해시태그 시그네>는 세상 모든 이들 사이에서 주인공이 되고 싶은 자연스러운 욕망이 위태로운 중독으로 발전하는 인물을 통해 오늘날 사회를 풍자한다. 연출을 맡은 크리스토퍼 보글리 감독은 전작 <드라이브>(2017)에서도 픽션과 다큐멘터리를 결합한 재연 형태로 한 에너지 드링크 회사의 마케팅 캠페인이 처절하게 실패하는 스토리를 담아 사회를 비판한 바 있다. 그는 블랙 코미디적 요소가 녹아 있는 <해시태크 시그네>의 연출 의도를 다음과 같이 밝힌다.

"나는 끔찍한 것들이 제게 들려주는 아름다운 멜로디를 좋아한다. 내가 할 수 있는 한 가장 우아한 방법으로 이 다소 불편한 이야기를 담아내고 싶었다."
 
<해시태그 시그네> 영화의 한 장면

▲ <해시태그 시그네> 영화의 한 장면 ⓒ 판씨네마(주)

 
타인으로부터의 관심을 갈망한 시그네는 처음엔 견과류 알레르기가 있다는 가벼운 거짓말로 관심을 끈다. 그러나 이내 관심이 꺼지자 점점 강한 방법을 찾게 되고 급기야 피부병을 일으키는 부작용으로 문제가 되는 러시아 알약을 대량으로 먹어 사람들의 주의를 끌려 한다. 치료를 거부한 시그네의 피부가 손상되고 머리카락이 빠지며 피를 토하는 모습은 마치 데이빗 크로넨버그의 <플라이>(1986)나 쥘리아 뒤쿠르노의 <로우>(2017)를 연상케 할 정도로 기괴하다. 말하자면 <해시태그 시그네>는 바디 호러 장르의 영향 아래 디지털 시대의 나르시시즘에 날린 잔혹하고 극단적인 경고장인 셈이다.

<해시태그 시그네>는 관심을 끌려는 '사람'을 넘어 그것을 부추기는 '사회'까지 포괄적으로 비판한다. 하나는 미디어의 소비 방식으로 나타난다. 시그네가 정체불명의 병에 걸리자 친구인 기자는 그녀의 말만 믿고 제대로 확인도 하지 않은 채로 기사화한다. 하지만, 시그네를 다룬 기사는 총기 사고를 다룬 속보 기사에 밀려 더는 메인 페이지에 노출이 되지 않는다. 오늘날 우리나라를 비롯한 주요 국가의 뉴스는 이렇듯 빠른 속도로 생산되고 소비되는 상황이다. 사실 여부는 중요치 않다. 사람들의 클릭만이 중요할 따름이다.

다른 하나는 이미지를 소비하는 방식으로 드러난다. 한 모델 에이전시는 시그네에게 접근하여 장애인 모델로 활동하길 제안한다. 당혹스러운 건 그들이 장애인을 걱정하는 척하며 모델로 내세우면서도 정작 작업 중에 건강 문제가 발생하면 어떤 책임도 지지 않는다는 계약서에 서명하길 요구한다는 점이다. 그들은 신체적 장애 이미지만을 착취하여 상업적으로 소비하겠다는 속셈밖에 없다. 시그네의 망가진 얼굴은 관심을 좇는 욕망과 그것에 공생하는 사회적, 자본적 속성을 거울로써 비춘 우리 모두의 일그러진 얼굴이다.
 
<해시태그 시그네> 영화의 한 장면

▲ <해시태그 시그네> 영화의 한 장면 ⓒ 판씨네마(주)

 
시그네는 관객이 사랑하기 어려운 캐릭터다. 게다가 '연기를 하는 캐릭터'를 연기하기에 배우가 소화하기가 무척 까다롭다. 2017년 단편 영화 <파니>에서 첫 주연을 맡은 후 다양한 TV 드라마와 영화에서 활약하다가 2021년 영화 <닌자 베이비>를 통해 노르웨이 아만다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명실상부 북유럽에서 주목받는 라이징 스타로 떠오른 크리스틴 쿠야트 소프는 이해와 혐오 사이를 오가는 시그네를 빼어난 연기력으로 분했다.

그녀는 <해시태그 시그네>를 본 관객들이 유쾌한 카타르시스와 함께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길 바란다고 전한다. 2022년 제75회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 초청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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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당 24프레임의 마음으로 영화를 사랑하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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