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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중 국민의힘 의원. 사진은 지난해 10월 6일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 모습.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 사진은 지난해 10월 6일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 모습.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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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이 'SNU팩트체크'를 공격하려다 오히려 자신들의 치부를 스스로 공개하는 일이 벌어졌다. 

윤석열 대통령과 대통령실 수석들, 국민의힘 정치인 발언에 대한 언론사들의 팩트체크 결과, 부정('전혀 사실 아님'과 '대체로 사실 아님') 판정 비율이 80%에 육박한다는 사실을 공표해 버렸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여당 인사들의 발언에 대한 언론사 팩트체크 검증 건수가 민주당보다 2배나 많다고 불만을 나타냈는데, 이는 그만큼 여권에서 '가짜뉴스'로 의심될 만한 발언을 많이 내놨다는 방증도 된다. 언론사들은 보통 정치인을 비롯한 공인들의 발언이 '참'이 아니라 '거짓'이라는 의심이 들 때 본격적인 검증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국민의힘 간사인 박성중(서울 서초을) 의원은 지난 3일 오전 국민의힘 원내대책회의에서 네이버가 후원하고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와 한국언론학회에서 운영하는 'SNU팩트체크' 사업이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을 '가짜뉴스' 선동자로 전락시켰다고 주장하면서 관련 자료를 공개했다. (관련 자료 : 박성중 의원 블로그 "네이버, 文정부기간 60억 뒷돈대고, '뉴스영역'에 판 깔아준 SNU팩트체크센터·한국언론학회의 팩트체크사업,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을 '가짜뉴스' 선동자로 전락시켜 https://blog.naver.com/sjpark580801/222973451805 ).

박 의원은 "주요 정치현안에 대한 검증이 윤석열 정부와 보수 진영에 과다하게 집중된 반면 민주당 정치인에 대한 검증은 절반에 불과한 데다 부정 건수 비중이 현저히 낮았다"면서 "결과적으로 SNU팩트체크센터는 네이버를 사용하는 국민들로 하여금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 등 보수 진영의 발언이 대부분 가짜뉴스라는 인식을 갖게끔 지극히 편향적으로 운영이 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SNU팩트체크가 좌편향?  제휴사 보수성향 언론사 훨씬 많아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은 3일 SNU팩트체크센터의 최근 1년간(2022.1.1.~12.24) 팩트체크 검증 결과를 조사한 결과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에 대한 검증 건수가 162건이 반면, 민주당 정치인에 대한 검증은 81건으로 절반에 불과했다고 주장했다.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은 3일 SNU팩트체크센터의 최근 1년간(2022.1.1.~12.24) 팩트체크 검증 결과를 조사한 결과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에 대한 검증 건수가 162건이 반면, 민주당 정치인에 대한 검증은 81건으로 절반에 불과했다고 주장했다.
ⓒ 박성중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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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SNU팩트체크는 포털뉴스와 마찬가지로 제휴 언론사들이 올린 팩트체크를 모아놓은 곳으로, 네이버는 물론 서울대와 언론학회도 팩트체크 검증 대상 결정이나 판정에 일체 개입할 수 없다.

SNU팩트체크도 홈페이지에 "서울대학교 언론정보연구소는 각 언론사가 팩트체크한 내용을 게시할 수 있는 플랫폼만을 제공한다"면서 "팩트체크 대상의 선정, 취재, 보도, 검증결과에 대한 판정에 서울대학교는 일절 관여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박 의원은 "이 사업의 팩트체크 선정기준과 평가는 팩트체크에 참여한 언론사 자율에 맡기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는데, 운영 결과 좌편향 언론사의 표적이 되고 있었다"면서 MBC와 <오마이뉴스>를 직접 거론했다.

하지만 30여 개 제휴사(KBS, MBC, SBS, YTN, JTBC, TV조선, 채널A, MBN 등 방송사, 연합뉴스, 뉴시스, 뉴스1 등 뉴스통신사,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한겨레, 경향, 문화일보, 국민일보, 한국경제, 매일경제 등 신문사, 오마이뉴스, 뉴스톱 등 인터넷매체) 가운데 '조중동'을 비롯한 보수 성향 매체 비중이 더 높다.

박 의원은 지난 12월 13일에도 SNU팩트체크센터에서 기획취재지원비를 받은 언론사들 가운데 유독 MBC만 표적으로 삼아 사적 유용 의혹을 제기했지만, 사실과 달랐다(관련 기사 : MBC 때리려다 망신살 제대로 뻗친 국힘 박성중 http://omn.kr/21z65 ).

정부·여당 검증 건수가 민주당 2배? 비과학적 접근 

국민의힘이 SNU팩트체크가  '좌편향'이라는 주장도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국민의힘 전신인 자유한국당도 지난 2017년 19대 대선 직후 "(SNU팩트체크가) 실제로는 정치적으로 좌편향된 매체들의 기사를 사실 확인 없이 그대로 인용함으로써 대선 동안 자유한국당과 홍준표 후보에게 악영향을 끼쳤다"면서 네이버와 서울대를 허위사실공표 등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지만, 검찰은 무혐의 처분했다.

당시에도 홍준표 후보 발언 47개 가운데 31개(66%)가 '거짓'이나 '대체로 거짓' 판정을 받아 대선후보들 가운데 부정 비율이 가장 높았다. 19대 대선 팩트체크를 진행한 제휴 언론사 12개 가운데 진보 성향 매체는 거의 없었다. 대선 팩트체크 기사의 총 개수도 SBS(41건), 조선일보(31건), 중앙일보(20건), 한국일보(18건), KBS(18건), JTBC(14건), 매일경제(10건), 서울신문(9건) 순으로 보수 성향 매체 비중이 컸다.
 

더구나 현직 대통령을 포함한 정부여당 전체 검증 건수와 민주당을 비교하는 것도 객관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박성중 의원은 여당인 국민의힘 정치인 검증건수 53건 뿐 아니라 윤석열 대통령(44건)을 비롯해 대통령실(20건), 장관과 국무위원(45건) 등 정부여당 전체 검증 건수(162건)가 민주당 정치인 검증 건수(81건)보다 2배 많다면서 팩트체크가 불공정하다고 강조했지만, 정당끼리만 비교하면 오히려 민주당 검증 건수가 28건 더 많다.

송경재 상지대 사회경제학과 교수는 5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 통화에서 "언론사들의 팩트체크 건수와 부정 판정 비율만 기계적으로 비교하는 건 비과학적이고 잘못된 접근 방법"이라면서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 팩트체크 양이 많았던 건 지난해 대선과 정권교체로 정부여당 정책에 대한 언론사의 관심이 높았고 정치인 발언도 많았기 때문인데, 단지 검증 건수가 많고 적다고 해서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SNU팩트체크는 진보·보수 언론사도 같이 운영하기 때문에 특정 정당의 부정 판정 비율이 높았다는 건 데이터 등 기초자료도 제대로 뒷받침되지 않은 정책이나 발언을 내놓은 해당 정당의 문제로 볼 수 있다"면서 "이렇게 데이터를 슬며시 조작해 팩트체크 기관의 공신력을 떨어뜨리려는 행위 역시 보수 유튜버 등을 통해 가짜뉴스로 확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태그:#박성중, #국민의힘, #SNU팩트체크, #네이버, #팩트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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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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