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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하나. 지방의회 의원이 비위 행위로 출석정지 징계를 받았다면, 이들은 의정비를 받아갈 수 있을까? 정답은 '전국 243개 지방의회 중 239개 의회에서는 받아갈 수 있다'이다. 

실제 '성추행'을 이유로 30일 출석정지 징계처분을 받은 A 광역의원은 해당 기간에도 의정비 495만 원을 받았다. '음주운전'을 이유로 같은 처분을 받은 B 기초의원 역시 의정비 396만 원을 고스란히 받아갔다.

질문 둘. 지방의회 의원이 '법정 구속'된 경우, 이들은 의정비를 받아갈 수 있을까? 정답은 '전국 243개 지방의회 중 233곳에서는 받아갈 수 있다'이다. 

뇌물죄로 363일 동안 구속된 C 광역의원은 이 기간 동안 의정비 6242만 원을 지급받았다. 살인교사죄로 418일 동안 구속돼 있었던 D 광역의원에게도 6027만 원의 의정비가 지급됐다. 친족관계에 의한 강간죄로 434일 동안 구속돼있던 E 기초의원에겐 3075만 원이 지급됐다. 세 명 모두 유죄가 확정됐다.

지방의원에게 지급되는 의정비는 '직무활동에 대한 대가'로 지급하는 급여성 수당이다. 그런데 의회에 출석할 수 없고, 심지어 의정활동 자체가 불가능한 구속상태에서도 의정비는 꼬박꼬박 지급되고 있었던 것이다. 

권익위 7·8기 지방의원 징계현황 조사... 97명 '출석 정지' 중에도 의정비 받아  
 
 정부세종청사 국민권익위원회에 관계자들이 출입하는 모습.
  정부세종청사 국민권익위원회에 관계자들이 출입하는 모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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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실태는 국민권익위원회의 전국적 실태조사를 통해 드러났다. 

권익위(전현희 위원장)는 지난 10월까지 3개월 동안 전국 243개(광역 17개, 기초 226개) 지방의회에 대해 '지방의원들의 징계 현황 및 지방의원 징계 구속 시 의정비 지급현황'에 대한 조사를 시행했다. 지난 6월까지의 임기를 마친 제8기 지방의원과 그 직전인 제7기 지방의원까지(총 8년)가 실태조사 대상이었다.

그 결과, 총 191명(7기 60명, 8기 131명)이 징계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징계 사유는 ▲갑질·성 비위(의회 직원 대상 고성·폭언·과도한 자료요구, 동료의원 성추행, 불륜 등) 28건(14.7%) ▲ 영리행위(본인·가족 사업체와 해당 지자체·산하기관과 수의계약 등) 20건(10.5%) ▲ 음주운전 16건(8.4%) 등이고 기타가 93건(48.7%)으로 가장 많았다.
  
제7기, 제 8기 243개 지방의회(광역 17, 기초 226) 의원 징계현황
 제7기, 제 8기 243개 지방의회(광역 17, 기초 226) 의원 징계현황
ⓒ 국민권익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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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한 징계 유형으로는 ▲출석정지 97명(50.8%) ▲공개회의 경고 39명(20.4%) ▲공개회의 사과 31명(16.2%) ▲제명 24명(12.6%) 순으로 나타났다

권익위에 따르면, '출석 정지' 징계를 받은 97명 지방의원들에게도 의정비는 지급됐다.

전국 243개 지방의회 중 4곳만 출석정지 기간에 의정비를 지급하지 않도록 조례를 만들어 뒀을 뿐, 239곳에는 관련 조례가 없기 때문이다. 최근 8년 간 출석정지 징계를 받은 지방의원 97명에게 총 2억7230만 원이 지급됐다. 

'법정 구속' 상태임에도 의정비는 받아가...총 6억5228만원  

지방의원들은 법정 구속 상태임에도 의정비는 꼬박꼬박 받아갔다.

권익위 조사에 따르면, 전국 243개 지방의회 중 10곳만 '구속기간' 동안 의정비를 전액 제한하고 있을 뿐, 나머지 233곳은 구속기간에도 의정비를 지급하고 있었다. 이에 최근 8년간 구속된 지방의원 38명에게 총 6억5228만원의 의정비가 지급됐다. 1인 평균 1716만 원이다.

구체적으로 제7·8기 지방의회에서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지방의원은 총 172명이고, 이중 38명이 구속됐고 36명이 유죄(2건은 재판 진행 중)를 확정했다.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자료사진)
▲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자료사진)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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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실태를 22일 발표한 전현희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은 "지방의원의 징계 기준이 국회의원에 비해 낮게 규정돼 있다"라며 "국회의원은 겸직 금지 위반이나 영리행위를 하는 경우 출석정지가 90일까지 가능한데, 지방의원은 30일 이내 출석정지만 가능하도록 규정돼 있다"라고 짚었다. 

이에 권익위는 행정안전부와 전국243개 지방의회에 '제도개선방안'을 권고했다. 

▲지방의원이 비위행위로 출석정지 징계를 받거나 구속되는 경우에 의정비 지급을 제한하는 내용을 각 지자체 조례에 마련 ▲지방의원 출석정지 기간을 90일까지로 확대하는 등 징계기준을 강화 ▲지방의원의 주요 비위행위에 따른 공개회의 경고·사과의 경우에도 국회의원과 동일한 수준으로 의정비를 감액 등이 주요 권고 내용이다. 

이에 행정안전부와 대부분의 지방의회는 '수용' 의견을 표시했다고 권익위는 밝혔다. 

전 위원장은 "행안부는 2024년 12월까지 지방자치법을 개정하고, 지방의회는 2023년 12월까지 조례 개정을 완료할 예정이라는 입장을 밝혔다"라며 "이번 제도 개선을 통해 지방의원이 비위행위로 징계를 받거나 구속되더라도 의정비를 그대로 지급받고 있던 불합리한 관행이 근절되길 바란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합리적인 징계 기준이 마련돼 지역 주민들의 신뢰를 받는 청렴한 지방의회로 나아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라고 덧붙였다.

태그:#권익위원회, #지방의원, #의정비, #구속, #조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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