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0년 대륙간컵에 출전했던 루키 시절 정승기 선수.

지난 2020년 대륙간컵에 출전했던 루키 시절 정승기 선수. ⓒ 박장식

 
한국 스켈레톤의 신성 정승기(가톨릭관동대)의 이번 시즌 활약이 심상치 않다. 북미 지역 월드컵 3개 대회에서 모든 대회 메달 획득에 성공한 데 이어, 이번 시즌 IBSF 세계 랭킹 1위에 오르는 등 신성을 넘어 한국 스켈레톤의 간판으로 올라섰음을 알렸다.

정승기는 지난 11월부터 열린 BMW IBSF 스켈레톤 월드컵 시리즈 1차·2차 대회에서 은메달을, 3차 대회에서는 동메달을 따냈다. 특유의 빠른 스타트 스피드에, 루키 시절 자주 경기를 치렀던 북미 트랙의 익숙함이 더해져 이번 시즌 자신의 경기력이 만개했음을 드러냈다.

정승기가 시즌 중반에 돌입한 현재 1위 자리를 수성한 배경에는 꾸준함이 있다. 이번 시즌 모든 대회에서 포디움에 선 선수는 정승기가 유일하기 때문. 정승기 선수는 한국에서 짧은 휴식을 마친 뒤 지난 연말 유럽으로 출국해 1월 6일부터 재개되는 월드컵 4차 대회에 나선다.

0.01초 차 은메달, 이어진 '포디움 개근'

지난해 11월 25일 캐나다 휘슬러에서 열린 1차 월드컵. 올해는 윤성빈(강원도청) 선수가 이번 시즌 휴식을 선언하면서 정승기·김지수(강원도청) 두 명으로 꾸려진 남자 스켈레톤 대표팀이 출전했다. 다른 국가에서는 지난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따낸 독일의 악셀 융크, 영국의 베테랑 마커스 와이어트 등이 나섰다.

첫 대회부터 정승기의 '몸풀기'가 심상치 않았다. 첫 주행에서 52초 87로 3위, 메달권에 진입한 정승기는 2차 주행에서 더 스피드를 높였다. 특유의 빠른 트랙 적응력을 발판으로 주행 속도를 높인 정승기는 두 번째 주행에서는 52초 58을 기록했다. 2차 시기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한 정승기는 도합 1분 45초 45를 기록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는 도합 0.01초 더 빠르게 활주해 금메달을 거머쥔 마커스 와이어트가 올라섰다. 간발의 차이였다. 하지만 정승기는 3위 맷 웨스턴을 도합 0.66초의 큰 차이로 따돌리며 시즌 첫 대회에서 은메달을 수성했다.

미국 파크 시티로 자리를 옮겨 치러진 2차 대회. 2차 대회에서 정승기는 시즌 두 번째 메달을 은메달로 걸었다. 정승기는 도합 1분 36초 43을 기록하며 독일의 크리스토퍼 그로테어와 0.17초 차이로 2위에 올랐다. 1위에서 7위까지의 차이가 불과 1초 남짓 났을 정도로 치열한 순위 싸움이었다.
 
 지난해 11월 캐나다 휘슬러에서 열린 IBSF 월드컵에서 은메달을 따낸 정승기 선수(왼쪽 위)가 수상자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캐나다 휘슬러에서 열린 IBSF 월드컵에서 은메달을 따낸 정승기 선수(왼쪽 위)가 수상자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 IBSF 제공

 
12월 17일 미국 레이크 플래시드에서 열린 3차 대회에서도 정승기는 질주를 이어갔다. 정승기는 1차 시기에서 54초 11, 2차 시기에서 54초 29를 기록하며 도합 1분 48초 40의 성적으로 동메달을 따냈다. 1위 맷 웨스턴과는 0.24초 차이. 정승기는 이 대회 메달 기록으로 세 번의 북미 월드컵에서 '올 포디움'을 달성했다.

한편 정승기와 함께 월드컵에 나선 베테랑 김지수(강원도청) 선수도 이번 시즌 활약을 펼치고 있다. 김지수는 1차 대회에서 11위를 기록했지만, 2차 대회에서 5위, 3차 대회에서 7위를 기록하는 등 점점 나은 성적을 기록하면서 이어지는 유럽 투어 '동반 포디움'을 노린다.

'고비 트랙'에서, 새로운 기록 이어갈까

정승기 선수가 북미 트랙에서 올 포디움을 달성한 기반에는 자신감이 있다. 정승기는 북미 트랙, 그 중에서도 특히 휘슬러 트랙을 가장 자신 있는 트랙으로 꼽곤 했다. 루키 시즌 때부터 북아메리카컵, 대륙간컵을 출전하며 얻어낸 경험이 이번 시즌 활약에도 영향을 끼친 셈이다.

특히 시즌이 절반 정도 진행된 지금 세계 랭킹 1위에 오른 점도 정승기 선수에게 자신감을 더하는 요소다. 정승기는 현재까지의 IBSF 세계 랭킹 포인트를 620점 쌓았다. 2위 크리스토퍼 그로테어와는 1점 차이다.

'역대급 시즌'을 보내는 정승기에게 기분 좋은 소식도 있다. 지난 5일 정승기의 강원도청 실업팀 영입 소식이 발표된 것. '스켈레톤의 첫 엘리트 선수'로 시작한 정승기 선수의 땀이 결실을 맺은 셈이다.

정승기는 한국 시간으로 6일 밤부터 독일 빈터베르크에서 재개되는 월드컵에 나선다. '역대급 시즌'을 초반부터 보내는 정승기 선수에게는 고비가 될 트랙이다. 정승기는 지난 2021-2022 시즌 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빈터베르크 트랙을 탔다. 그때 순위는 11위에 그쳤지만, 경험이 있는 만큼 지난 시즌과는 다른 결과를 보일 가능성도 충분하다.

한편 정승기는 출국길 대한봅슬레이스켈레톤 유튜브와 가진 인터뷰에서 "미주에서의 성적이 좋아서, 그 분위기를 이어간다면 유럽에서도 좋은 성적으로 보답할 수 있을 것 같다"며, "경기 시간이 늦고 애매한데, 늦은 시간까지 지켜봐 주시는 분들께 감사하다. 열심히 해서 응원에 보답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각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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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켈레톤 정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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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기사를 쓰는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그러면서 컬링 같은 종목의 스포츠 기사도 쓰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리고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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