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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9이태원 참사를 대비하지 못한 서울시와 오세훈 시장에 대한 수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8일 오전 서울시청앞에서 민변, 참여연대 주최로 유가족들도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기자회견을 마친 후 바닥에 주저앉은 고 이남훈씨 어머니가 오열하는 가운데 함께 참석했던 유가족들도 눈물을 흘리고 있다.
 10.29이태원 참사를 대비하지 못한 서울시와 오세훈 시장에 대한 수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8일 오전 서울시청앞에서 민변, 참여연대 주최로 유가족들도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기자회견을 마친 후 바닥에 주저앉은 고 이남훈씨 어머니가 오열하는 가운데 함께 참석했던 유가족들도 눈물을 흘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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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기자회견 종료 직후, 굵은 글씨로 적은 '진짜 책임자 수사하라' 손팻말로 얼굴을 가리고 엄마는 주저앉아 참았던 눈물을 쏟아내듯 엉엉 울기 시작했다. 회견을 함께 진행하던 관계자가 등을 토닥였지만, 쉽게 일어나지 못했다. 지난달 22일 이태원참사 유가족들이 연 첫 기자회견에서 "무능한 정부에 아들을 빼앗겼지만 엄마는 더 이상 눈물만 흘리는 무능한 엄마가 되지 않겠습니다"고 다짐했던, 이태원 참사 희생자 고 이남훈씨의 어머니였다. 

8일 오전 11시, 그가 선 곳은 서울시청사 정문 앞이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과 참여연대가 이태원참사 특별수사본부 수사에서 빠져 있는 재난안전관리 책임주체, 서울시 책임자들에 대한 수사 촉구를 발표하는 자리에 연대 발언을 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희생자와 함께 현장에 있었던 여자친구가 보내온 사진 한장을 꺼내 들었다. 참사 당일 오후 9시 35분부터 끼임 현상과 위험을 감지했다는 증언이었다. 어머니는 "서울시는 왜 (시민들의 신고를) 무시했습니까"라면서 "지금 우리 휴대폰에 눈, 비 오는 날이면 미끄럼 조심하시라 안전 문자 보내시죠. 이때는 왜 안전 문자 하나 안 보냈습니까"라고 물었다. 
 
고 이남훈씨 어머니가 기자회견 도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고 이남훈씨 어머니가 기자회견 도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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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소방청 발표에 따르면, 서울소방재난본부가 서울시 재난통합상황실에 참사 가능성을 알린 것은 10월 29일 오후 10시 26분이었다. 그러나 서울시는 1시간 30여 분 뒤인 오후 11시 56분 '이태원 해밀톤 호텔 앞 긴급 사고'와 '차량 우회'를 요청하는 재난 문자를 발송해 '늑장 대응' 논란이 제기된 바 있다. 

"동네서 본 국민의힘 플래카드... 왜 '책임자 처벌'만 빠져있나" 

기자회견장으로 오면서 발견한 여당의 정책 홍보 플래카드 하나를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국민의힘, 그 분들이 걸어놨더라. '진상규명, 대책 마련 끝까지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그런데 하나가 빠졌다"라면서 "책임자 처벌은 왜 뺐나. 그 말까지 붙이고 그대로 이행해달라"고 강조했다. 

참사 책임자들의 수사를 촉구 중인 법조인들은 특별수사본부(특수본)의 입건 대상자 중 서울시 관계자들이 빠져 있는 현실에 비판을 제기했다. 

민변 10.29참사 대응 TF 팀장인 윤복남 변호사는 "서울시는 재난 안전 관련 법령과 조례에 따라 다중 인파가 모일 경우를 대비해 안전 대책을 수립해야하고, 재난 상황실을 운영해 대응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다"면서 "반면 특수본 수사는 단지 경찰과 소방의 현장 인력 위주 수사만 집중하고 있고, 재난 안전 법령 상 의무가 있는 서울시장과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는 부실한 실정이다"라고 꼬집었다. 
 
10.29이태원 참사를 대비하지 못한 서울시와 오세훈 시장에 대한 수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8일 오전 서울시청앞에서 민변, 참여연대 주최로 유가족들도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10.29이태원 참사를 대비하지 못한 서울시와 오세훈 시장에 대한 수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8일 오전 서울시청앞에서 민변, 참여연대 주최로 유가족들도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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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 소속 최종연 변호사는 구체적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 참사 당일 시장 직무대리를 맡았던 김의승 서울시 행정1부시장, 서울시 안전총괄실 담당자인 서울시 한제현 행정2부시장, 최진석 안전총괄실장, 김상범 서울교통공사 사장 등 서울시장과 관련 책임자들의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점을 하나씩 열거했다. 

▲핼러윈 다중인파 관련 사전 대책이 있음에도 및 지하철 무정차 계획 및 서울교통공사에 무정차 통과 요청 부재 ▲조례에 따른 재난안전상황실 상시 설치 및 관련 기능 부재 ▲ 재난안전법에 따른 다중운집 사전 대응 및 용산구 시달 부재 ▲ 소방당국 참사 발생 사실 보고에도 통행제한·응급부담 등 조례상 응급조치 부재 등이 주요 내용이다. 

최 변호사는 이 가운데 오세훈 시장과 한제현 행정2부시장, 최진석 안전총괄실장에겐 네 가지 혐의점이 모두 적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자회견 발언 중간, 이태원 참사 희생자 고 송은지씨의 아버지는 "서울시 수사하라" "책임자 처벌하라"는 구호를 선창하며 주먹을 허공에 던졌다. 이어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아버지를 따라 구호를 외쳤다.
10.29이태원 참사를 대비하지 못한 서울시와 오세훈 시장에 대한 수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8일 오전 서울시청앞에서 민변, 참여연대 주최로 유가족들도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10.29이태원 참사를 대비하지 못한 서울시와 오세훈 시장에 대한 수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8일 오전 서울시청앞에서 민변, 참여연대 주최로 유가족들도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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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고 이남훈씨의 어머니가 이날 기자회견에서 발표한 호소를 그대로 옮긴 것이다. 

"억울하고 비통하게 세상을 달리한 우리 아이들을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 엄마는 비록 아무것도 아는 게 없지만, 그래도 뭐라도 해야겠기에, 너무나 죽어 간 우리 아이들을 위해 섰습니다. 

우리나라 핼러윈 축제, 올해 처음은 아니지 않습니까. (사진을 펼쳐 보이며) 이 사진은 저희 아이와 함께 (현장에 있었던) 여자친구 아이가 직접 찍은 사진입니다. 오후 9시 35분에, 이태원역 3번 출구 앞 사진이에요. 그 시간에도 많은 인파가 모여 끼임 현상과 위험을 감지했다고 합니다. 

(그 전) 오후 6시 30 몇 분에는 한 시민께서 위험한 상황이다, 사고 날 것 같다고 신고했다고 하죠. 왜 서울시는 무시했습니까. 국민의 소리라서 무시했나요. 이건 아닙니다. 그때부터 대처했어야죠. 지금 우리 휴대폰에는 눈 오는 날, 비 오는 날이면 미끄럼 조심하시라 안전 문자 보내시죠. 그 시간에 제보를 했는데도 이 때는 왜 안전문자 하나 안 보냈습니까.  

우리나라는 축제에 참가한 국민이 나라로부터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고 합니다. 지방자치단체를 통해 안전 시스템을 공유해야하고요, 세월호 참사 때부터 이 시스템을 마련했다고 하더군요. 이거 왜 만드셨습니까? 앉아서 탁상공론 하셨나요? 이 매뉴얼대로 움직였으면 참사는 일어나지 않았을 겁니다. 

일반 가정에 사는 부모도, 잘난 자식과 못난 자식 다 품어야 하는 게 부모라 합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현실은 그저 잘난 자식만 품습니다. 한탄스럽습니다. 부모가 집 비울 때 자식이 사고 냈으면 부모 탓, 아들 잘못 기른 탓 다 부모 탓으로 돌리죠. 나라님들은 뭐하십니까. 똑같이 밑에서 잘못했으면 윗분들이 책임지셔야지요. 

오다 보니 우리 동네에 플래카드 하나가 걸려 있더군요. 국민의힘 그분들이 걸어 놨더라고요. 진상규명 대책마련,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런데 하나가 빠졌지요. 진상규명 대책마련 다 좋습니다. 그런데 책임자 처벌은 왜 뺐습니까? 그 말까지 붙이고 그대로 이행해주십시오. 

우리 아이들 죽음 앞에 슬퍼하는 부모들에게 조금만이라도, 조금만이라도 관심을 보이시고, 진정한 사과를 부탁드립니다. 더 이상은 아프지 않게... 우리 아이들, 남은 친구들에게 이 나라가 살 수 있는 나라라고 생각들 만큼 진정성있게 대해주십시오."

 
▲ 오열하는 이태원참사 유가족들, 오세훈 등 서울시 책임자 수사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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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기사] 
- "무능한 정부에 아들 뺏겼지만... 무능한 엄마 되지 않겠다" http://omn.kr/21plt

태그:#이태원참사, #오세훈, #이상민, #윤석열, #책임자처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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