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투백MVP' 박지수가 건강문제로 팀을 이탈할 때 어느 정도 고전이 예상되긴 했지만 지난 5시즌 연속 7할 이상의 승률을 기록했던 KB스타즈가 이렇게 급격하게 추락할 거라 전망한 농구팬은 그리 많지 않았다. KB에는 박지수 외에도 리그 최고의 슈터 강이슬을 비롯해 허예은, 김민정, 김소담 등 전·현직 국가대표 선수들이 즐비한 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KB가 마주한 현실은 8경기 2승6패, 6개 구단 중 5위라는 초라한 성적표였다.

이번 시즌 하위권의 이변이 '디펜딩 챔피언' KB의 부진이라면 상위권에서 낯선 이름은 바로 창단 후 4번째 시즌을 맞는 BNK 썸이다. 지난 시즌 12승18패 승률 .400의 성적으로 간신히 봄 농구 막차 티켓을 따냈던 BNK는 이번 시즌 9경기에서 7승을 따내는 뛰어난 성적으로 선두 우리은행 우리WON을 반 경기 차이로 추격하고 있다. BNK는 단 9경기 만에 지난 시즌 30경기에서 따낸 승리(12승)의 절반을 훌쩍 뛰어 넘었다.

BNK는 팀 내 최고령 선수 김한별이 득점7위(15.33점)와 리바운드1위(12.56개)를 달리며 듬직하게 팀을 이끌고 있고 포인트가드 안혜지는 어시스트 부문에서 독보적인 선두(10.00개)를 질주하고 있다. 하지만 김한별과 안혜지, 진안 같은 뛰어난 선수들이 즐비한 BNK에서 가장 많은 득점을 올리고 있는 선수는 따로 있다. 바로 주전 5명 중에서 가장 나이가 어린 프로 5년 차 슈팅가드 이소희가 그 주인공이다.
 
 이소희는 170cm의 작은 신장에도 프로 입단 후 세 시즌 만에 BNK의 주전 한 자리를 차지했다.

이소희는 170cm의 작은 신장에도 프로 입단 후 세 시즌 만에 BNK의 주전 한 자리를 차지했다. ⓒ 한국여자농구연맹

 
1순위 못지 않은 2,3순위 선수들의 활약

정규리그 MVP 5회 수상에 빛나는 '또치' 박혜진(우리은행)과 5시즌 연속 3점슛 부문 1위를 달리고 있는 '스테판 이슬' 강이슬, 말이 필요 없는 대한민국 여자농구의 기둥 박지수는 모두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 출신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매년 신인 드래프트 1순위 선수가 그 해 선발된 선수들 중 최고가 되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2순위 이하의 선수들이 1순위 선수가 부럽지 않은 활약을 하는 경우도 얼마든지 있다.

우리은행의 김단비는 2007년 세계청소년 여자농구선수권대회에서 득점왕에 오른 강아정에 밀려 전체 2순위로 신한은행 에스버드에 입단했다. 김단비는 커리어 초기 강아정에 비해 많은 기회를 얻지 못했지만 '레알 신한'의 막내로 순조롭게 성장하며 오늘날 국가대표 부동의 주전포워드로 군림하고 있다. 전체 1순위 강아정은 지난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했지만 김단비는 여전히 WKBL 최고의 스타플레이어로 활약하고 있다.

2010년 신인 드래프트에서는 인성여고의 이승아가 전체 1순위로 프로에 입성해 우리은행 왕조의 주역 중 한 명으로 활약했지만 프로무대에서 고작 6시즌 밖에 활약하지 못하고 현역 생활을 마감했다. 반면에 전체 3순위로 KDB생명 위너스에 입단했던 센터 김소담은 지난 2019년 트레이드를 통해 KB로 이적해 박지수의 백업센터로 쏠쏠한 활약을 선보이며 지난 시즌 생애 첫 챔프전 우승반지를 얻었다.

2016년 신인 드래프트는 '박지수 드래프트'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농구팬들의 모든 관심이 분당 경영고의 여고생 국가대표 박지수에게 쏠렸다. 실제로 박지수는 프로 입단 후 신인왕과 정규리그 MVP, 팀 우승을 차례로 달성하며 여자농구의 '지존'으로 군림했다. 하지만 2순위로 삼성생명 블루밍스에 입단했던 이주연 역시 2017-2018 시즌 신인왕에 선정됐고 2020-2021 시즌에는 챔프전 우승에 기여하며 삼성생명의 주전가드로 자리 잡았다.

득점2위-3점슛1위에 빛나는 단신가드
 
 이소희는 이번 시즌 강유림,키아나 스미스,강이슬 같은 쟁쟁한 슈터들을 제치고 리그에서 가장 많은 3점슛을 성공시켰다.

이소희는 이번 시즌 강유림,키아나 스미스,강이슬 같은 쟁쟁한 슈터들을 제치고 리그에서 가장 많은 3점슛을 성공시켰다. ⓒ 한국여자농구연맹

 
이소희가 신인 드래프트에 참여했던 2019년에도 여고농구는 숭의여고의 박지현(우리은행)이 스포트라이트를 독차지하고 있었다. 실제로 박지현은 2016년 U-17 농구월드컵에 출전해 득점1위(16.5점) 스틸2위(3.3개)를 기록하며 일찌감치 여자농구의 미래를 이끌 유망주로 주목 받았다. 이소희 역시 고교 시절 4번이나 전국대회 우승을 차지했지만 세계대회에서 활약한 박지현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2019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2순위로 BNK에 입단한 이소희는 팀에 안혜지라는 확실한 주전가드가 있어 경기를 리드하는 포인트가드보다는 빠른 스피드와 돌파, 외곽슛으로 득점을 노리는 슈팅가드로 활약했다. 이소희는 프로 2년 차였던 2019-2020시즌 하나은행과의 개막전에서 어깨를 다치는 불운을 겪었지만 재활 도중 왼손으로 슈팅연습을 하는 투혼을 선보이며 복귀시점을 앞당기기도 했다.

2020-2021 시즌부터 BNK의 주전 슈팅가드로 활약하기 시작한 이소희는 지난 시즌 전 경기에 출전해 14.43득점4.10리바운드 3점슛 성공률 39.9%를 기록하며 BNK의 창단 첫 플레이오프 진출을 이끌었다. 물론 일부 농구팬들은 지난 시즌 이소희의 좋은 성적이 상대의 느슨한 수비 때문이었다며 평가절하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소희는 이번 시즌 맹활약을 통해 지난 시즌보다 더욱 성장한 기량과 성적을 뽐내고 있다.

리그에서 두 번째로 많은 경기당 36분44초를 소화하고 있는 이소희는 득점(18.33점)과 스틸(1.67개) 2위, 3점슛 1위(25개), 3점슛 성공률 6위(37.9%)를 달리며 공수에서 맹활약하고 있다. 특히 공헌도 순위에서는 전체 4위(268.60점)로 자신보다 13cm나 큰 박지현(183cm,266점)을 근소하게 앞서 있다. 아직 시즌 초반이지만 이소희는 이번 시즌 리그 정상급 슈팅가드로서 전혀 부족함이 없는 활약을 해주고 있다는 뜻이다.

이소희의 신장은 170cm로 사실 대표팀에서 주전 슈팅가드로 활약하기엔 아쉬움이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소희는 자신보다 훨씬 큰 선수들을 상대로 리그에서 두 번째로 많은 득점과 함께 가장 많은 3점슛을 성공시키고 있다. 이소희가 앞으로 남은 시즌에도 지금과 같은 기세로 BNK의 상승세를 이끌어 간다면 적어도 WKBL에서 이소희에게 작은 신장은 더 이상 핸디캡으로 작용하지 않을 것이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여자농구 신한은행 2022-2023 여자프로농구 BNK 썸 이소희 득점 2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