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난드스 축하해주는 호날두 28일 오후(현지시간) 카타르 루사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2차전 포르투갈 대 우루과이의 경기. 2-0 포르투갈의 승리로 경기 종료 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멀티골을 넣은 페르난드스를 축하해주고 있다.

▲ 페르난드스 축하해주는 호날두 28일 오후(현지시간) 카타르 루사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2차전 포르투갈 대 우루과이의 경기. 2-0 포르투갈의 승리로 경기 종료 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멀티골을 넣은 페르난드스를 축하해주고 있다. ⓒ 연합뉴스

 
두 번째 만난 산을 상처 투성이로 겨우 넘으니 더 높은 산이 벤투호를 가로막고 있는 양상이다. 디펜딩 챔피언 프랑스, 영원한 우승 후보 브라질에 이어 이번 월드컵 세 번째로 16강 진출 티켓을 손에 쥔 포르투갈이 벤투호의 조별리그 마지막 상대 팀이다. 비기는 것도 안 되는 입장이니 포르투갈 축구가 어떤 점에서 뛰어난 팀인지, 빈틈은 어디에 있는지 우루과이와의 두 번째 게임 내용으로 살펴보자.

페르난두 산토스 감독이 이끌고 있는 포르투갈이 한국 시각으로 29일(화) 오전 4시 카타르 알 다옌에 있는 루사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H조 우루과이와의 두 번째 게임을 2-0으로 이겨 승점 6점으로 남은 한국과의 게임 결과와 상관없이 16강에 올랐다.

2게임 2골 2도움 '브루노 페르난데스'의 몸놀림 감당할 수 있을까?

먼저 16강 티켓을 잡아낸 프랑스와 브라질만큼은 아니지만 포르투갈도 이번 월드컵에서 충분히 4강 이상의 성적을 노릴 수 있는 탄탄한 조직력을 보여주었다. 가나와의 첫 게임에서 2골이나 내주며 아슬아슬하게 이긴 것 때문에 뒷문이 부실하게 보이기는 하지만 미드필더와 공격 라인은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아직도 맨 앞에서 위협적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뛰어난 탄력과 스피드, 드리블 실력을 자랑하고 있기 때문에 매우 까다로운 상대다.

포르투갈은 효율적인 전방 압박으로 역습 기회를 만들었을 때 그 전개 속도가 매우 빠른 수준급 팀이다. 게임 시작 후 16분 만에 센터백 페페의 발끝에서 시작한 아웃렛 패스, 미드필더 베르나르두 실바의 방향 전환 스루패스, 주앙 펠릭스의 드리블과 오른발 슛에 이르기까지 이를 상대하는 우루과이 필드 플레이어들은 진땀을 흘리며 뛰어다니기 바빴다. 우리 축구팬들에게도 널리 알려진 맨체스터 시티 FC의 미드필더 베르나르두 실바는 이 게임 내내 12.7km나 되는 많은 거리를 뛰어다녔고 평균 스피드 측면에서도 7.43km/h 속도로 매우 빨랐다. 중원 압박은 물론 역습 전개의 중심축 역할을 맡아 매우 빠른 몸놀림도 자랑한 것이다.

베르나르두 실바가 포르투갈의 실질적인 플레이 메이커라는 사실은 이 게임을 통해 볼을 받은 횟수가 114회로 찍힌 점이다. 상대 선수들의 빌드업을 차단하여 곧바로 역습을 시작하기 위한 전방 압박 횟수도 62회나 되기 때문에 베르나르두 실바를 빼놓고 포르투갈 축구를 설명할 수 없다. 그는 52분에도 이렇게 놀라운 활동량을 자랑하며 역습 방향 전환 드리블과 날카로운 스루패스로 주앙 펠릭스에게 골이나 다름없는 득점 기회를 열어주었다. 주앙 펠릭스의 왼발을 떠난 공이 우루과이 골문 왼쪽 옆그물에 걸리기는 했지만 탄력 넘치는 호날두의 가슴 트래핑을 받아 왼발 끝으로 치고나가는 가속도는 우루과이 미드필더들(로드리고 벤탕쿠르, 마티아스 베시노)이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는 수준이었다.

포르투갈은 53분 41초에 멋진 첫 골을 뽑아냈다. 미드필더 브루노 페르난데스는 마치 이 순간을 기다렸다는 듯 믿기 힘든 몸놀림을 자랑하기 시작했다. 왼쪽 측면에서 상대 골문을 등지고 공을 잡은 브루노 페르난데스가 180도 방향 전환을 해낸 속도도 놀랍지만 중간에 멈춤 동작도 없이 곧바로 오른발로 감아올리는 크로스 타이밍은 지켜보는 축구팬들이 입을 다물 수 없는 수준이었다. 이 놀라운 순간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헤더 슛 시도까지 이어져 우루과이 골문 안으로 절묘하게 들어갔다. 처음에는 호날두의 앞머리를 스치고 들어간 것처럼 보였지만 FIFA(국제축구연맹) 공식 골 기록으로는 브루노 페르난데스의 이름이 찍혔다.

브루노 페르난데스의 활약은 게임이 다 끝나는 후반전 추가 시간까지 불꽃처럼 이어졌다. 1994년 미국 월드컵 직후에 태어났으니 지금 한창 축구 실력이 절정에 이를 때이지만 체력면에서도 20대 초반 선수들과 견주어 모자람이 없다. 88분에 브루노 페르난데스가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오른쪽 측면 베르나르두 실바의 짧은 패스를 받자마자 속도를 살려 빠져들어가며 절묘한 가랑이 드리블 감각을 뽐낸 것이다. 바로 앞에서 슬라이딩 태클로 브루노 페르난데스의 돌파를 막으려던 우루과이 수비수 호세 히메네스는 억울한 핸드볼 판정을 꾹꾹 눌러 참아야 했다.

이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킥 정확도가 뛰어난 브루노 페르난데스가 직접 오른발 페널티킥을 오른발로 차 넣었다. 상대 골키퍼의 세이브 타이밍을 빼앗는 페르난데스 특유의 깡총 스텝은 더 경쾌했고 우루과이 골키퍼 로체트는 속아서 자기 왼쪽으로 중심을 무너뜨릴 수밖에 없었다. 이 게임을 통해 팀 전체 16개의 크로스 중 6개를 맡아서 올려준 브루노 페르난데스는 두 게임 연속 공격 포인트를 자랑하면서 2골 2도움 개인 기록을 이어나갔다.

브루노 페르난데스는 이 완승 흐름을 휘어잡은 것도 모자라 내친김에 해트트릭까지 완성하기 위해 더 날카롭게 움직였다. 추가 시간 8분에는 왼쪽 크로스를 받아 오른발 발리슛으로 유효슛 기록을, 추가 시간 9분에는 우루과이 페널티 에어리어 반원 안에서 오른발 중거리 슛을 날카롭게 뻗어차 왼쪽 기둥 하단을 강하게 때렸다. 호날두가 교체로 나간 뒤 그가 공격의 중심에 서 있다는 것을 분명히 확인할 수 있는 순간들이었다. 

첫 게임에서 한국과 비긴 우루과이도 득점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58분에 에딘손 카바니가 오른쪽 측면 얼리 크로스를 받아 오른발 발리슛 기회를 잡았을 때 포르투갈 센터백 페페는 제대로 따라붙지 못했다. 가나를 상대로 한국 골잡이 조규성이 첫 번째 헤더 골을 터뜨린 순간과 비슷한 타이밍의 크로스였기 때문에 충분히 이런 패턴도 유용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78분에도 우루과이는 프리킥 세트 피스 기회를 살릴 수 있었는데 교체 선수 루이스 수아레스의 왼발 슛이 왼쪽 옆그물에 걸리고 말았다. 이 순간은 한국을 상대로 가나가 뽑아낸 첫 골 순간과 매우 흡사했다. 측면 프리킥이 날카롭게 니어 포스트 방향으로 날아들었고 수비수에 맞고 세컨드 볼이 바로 앞에 떨어졌다. 가나의 센터백 살리수는 이를 왼발 돌려차기로 정확하게 차 넣었지만 우루과이 수아레스는 그렇게 못했다. 물론 포르투갈 수비수들의 세컨드 볼 수비 대응이 더 민첩했다.

이렇게 봐도 포르투갈 수비 라인은 조규성, 손흥민, 황의조 등 벤투호 공격수들이 뚫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다닐루 페레이라가 갈비뼈를 다치는 바람에 30대 후반의 노장 센터백 페페가 우루과이와의 게임부터 후벵 디아스의 센터백 파트너로 뛴 것을 감안하면 득점 희망은 조금 더 커질 수 있다.

그런데 다음 달 2일(금) 밤 12시 게임에 대한 솔직한 관건은 포르투갈 역습을 주도하고 있는 네 명의 간판 선수들(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브루노 페르난데스, 베르나르두 실바, 주앙 펠릭스)을 '부상 변수까지 안고 있는 벤투호의 수비수들이 감당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가나와의 게임 종료 휘슬이 울린 직후 앤서니 테일러(잉글랜드) 주심에게 거칠게 항의하다가 퇴장당한 파울루 벤투 감독이 자신의 조국 포르투갈과의 게임에서 직접 작전 지시를 내릴 수 없다는 점도 한국의 16강 가능성을 더 희박하게 말하고 있다.

2022 카타르 월드컵 H조 결과(29일 오전 4시, 루사일 스타디움-알 다옌)

포르투갈 2-0 우루과이 [득점 : 브루노 페르난데스(53분 41초), 브루노 페르난데스(90+2분 18초, PK)]

포르투갈 4-1-3-2 포메이션
FW : 주앙 펠릭스(82분↔마테우스 누네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82분↔곤살루 하무스)
AMF : 윌리앙 카르발류(82분↔주앙 팔리냐), 브루노 페르난데스, 베르나르두 실바
DMF : 후벵 네베스(69분↔하파엘 레앙)
DF : 누누 멘데스(42분↔하파엘 게레이루), 후벵 디아스, 페페, 주앙 칸셀루
GK : 디오고 코스타

주요 기록 비교
공 점유율 : 포르투갈 53%, 우루과이 35% (경합 12%)
슛 : 포르투갈 14개, 우루과이 10개
유효 슛(비율) : 포르투갈 4개(28.5%), 우루과이 3개(30%)
라인 브레이크(성공률) : 포르투갈 112/170개(65.8%), 우루과이 86/150개(57.3%)
패스(성공률) : 포르투갈 517/596개(86.7%), 우루과이 306/390개(78.4%)
크로스(적중률) : 포르투갈 4/16개(25%), 우루과이 5/18개(27.7%)
코너킥 : 포르투갈 6개, 우루과이 2개
프리킥 : 포르투갈 15개, 우루과이 13개
오프 사이드 : 포르투갈 2개, 우루과이 0개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축구 월드컵 포르투갈 브루노 페르난데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