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는 상대 팀에게 어느 정도의 위험 부담을 보여주면서도 더 많은 골을 얻어낼 수 있다면 원하는 목표에 도달할 수 있는 스포츠다. 그런데 우리 벤투호는 그 차이를 넘어서지 못했다. 포르투갈과의 마지막 게임 기회가 남아있기는 하지만 그들을 이겨도 이번 대회 최종 목표라 할 수 있는 토너먼트 진출까지는 장담할 수 없는 지점에 주저앉고 말았다. 꽤 오래 전부터 보여주던 풀백 딜레마를 풀지 못한 상태에서 카타르로 날아간 것이 지금 이들이 직면한 현실이라고 말할 수 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끌고 있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28일 오후 10시(한국 시각) 카타르 알 라얀에 있는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22 카타르 월드컵 H조 가나와의 두 번째 게임에서 후반전 에너지를 쏟아부었지만 2-3 펠레 스코어로 지고 말았다. 현재까지 승점 1점(1무 1패)만 얻었기 때문에 포르투갈을 이겨도 우루과이(1점)가 가나(3점)를 적은 스코어 차이로 이겨주기를 바랄 수밖에 없다.

K리그 득점왕 '조규성'의 2골까지는 좋았지만...

카타르 월드컵을 준비하던 벤투호는 지난 9월 23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코스타 리카를 상대로 중요한 평가전을 치른 바 있다. 손흥민, 황희찬, 김민재 등 현재 우리 대표팀 베스트 멤버들이 대부분 뛴 게임이었기 때문에 그로부터 66일이 지난 지금 벤투호의 수준과 견주어볼 수 있는 기록이다. 바로 그 게임에서 벤투호는 코스타 리카와 2-2로 비겼다. 81분에 상대 골키퍼 알바라도가 퇴장당하기도 했지만 우리 선수들은 끝내 결승골을 뽑아내지 못한 것이다. 

그 평가전에서 윤종규의 어시스트를 받은 황희찬의 골과 손흥민의 멋진 직접 프리킥 골이 우리 축구팬들을 기쁘게 해 주었지만 41분과 63분에 베네테에게 연거푸 두 골을 내준 장면은 측면 수비의 구멍을 크게 드러낸 것들이었다. 왼쪽 풀백으로 김진수가 선발로 나와 65분까지 뛰고 들어가며 홍철이 그 역할을 대신 맡았고 오른쪽 풀백은 윤종규가 풀 타임으로 뛰었지만 바로 그곳 측면에서 쉽게 공간을 내주는 바람에 안 줘도 될만한 골들을 내주고 이기지 못한 것이다.

그런데 거짓말처럼 이번 가나와의 본선 두 번째 게임에서도 이런 현상이 나타났다. 게임 시작 후 23분 44초에 가나 센터백 모하메드 살리수에게 왼발 골을 내줬다. 가나의 왼쪽 프리킥 세트 피스에서 조던 아예우가 날카롭게 올렸고 우리 골문 바로 앞 세컨드 볼을 살리수가 놓치지 않고 왼발로 차 넣었다. 프리킥 높은 공을 막아내기 위해 우리 수비수 김민재만 외롭게 떠올라 가나의 여러 선수들에게 밀릴 수밖에 없었고 세컨드 볼을 따라붙는 수비수는 아무도 없었다.

사실 이 프리킥 세트 피스로 만든 골을 내주기 직전 우리 오른쪽 측면 대응이 아쉬웠던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오른쪽 측면 미드필더 역할을 맡은 권창훈의 터치가 나빠 빼앗긴 공이 화근이 되었고 더 위험한 지역까지 물러서지 않기 위해 옆줄 바로 앞에서 반칙으로 끊어야 했던 것이다. 

더 심각했던 장면은 33분 49초에 가나의 간판 미드필더 모하메드 쿠두스에게 프리 헤더 추가골을 내준 것이다. 가나의 날개 공격수 조던 아예우가 왼쪽 측면에서 오른발로 크로스를 감아올릴 때 아무도 그를 제어하지 못한 것이다. 김문환과 권창훈이 맡아서 뛰고 있는 그 지점에서 또 한 번 수비 구멍이 생긴 것이다.

전반전 2실점에도 불구하고 우리 선수들은 후반전에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하며 점수판을 2-2까지 만들어냈다. 공교롭게도 가나에게 전반전 두 골을 내준 그 지점에서 후반전 한국 측면 공격이 멋지게 나온 것이다. 이번 월드컵에서 측면 크로스에 의한 골들이 눈에 띄게 늘어난 점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했다.

56분에 권창훈 대신 들어간 이강인은 57분 19초에 믿기 힘든 활동량을 자랑하며 가로채기에 이은 왼발 명품 크로스 실력을 뽐냈다. 이 궤적과 타이밍을 기다린 조규성이 드디어 세계 무대에 K리그 득점왕의 위용을 알리는 다이빙 헤더 골을 터뜨렸다. 

그리고 2분 48초 뒤에 또 하나의 크로스 어시스트-헤더 골 작품이 바로 그곳 측면에서 이어졌다. 손흥민의 스루패스가 조금 길게 보였지만 이를 포기하지 않고 달려들어간 왼쪽 풀백 김진수가 끝줄 바로 위에서 완벽한 왼발 크로스로 조규성의 인상적인 헤더 동점골을 도왔다. 이 기세라면 믿기 힘든 역전 드라마도 만들어낼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뒷심이 모자란 우리 선수들은 끝내 양쪽 측면이 또 한 번 쉽게 뚫리며 뼈아픈 펠레 스코어 결승골을 얻어맞고 말았다. 2-2 동점골을 터뜨린 뒤 7분 45초 뒤에 벌어진 일이었다. 가나의 왼쪽 풀백 기드온 멘사가 왼쪽 측면을 깊숙하게 파고들어 올린 크로스가 우리 골문 앞 골잡이 이냐키 윌리엄스 발끝을 스치며 반대쪽으로 흘러왔고 모하메드 쿠두스의 날카로운 왼발 슛이 낮게 깔려 들어간 것이다. 양 측면 수비 구멍이 한꺼번에 보이는 허무한 결승골 순간이었다.

벤투호 왼쪽을 맡고 있는 김진수의 경험과 스피드, 크로스 수준은 그 자리에 뛰고 있는 세계적인 선수들과 견주어도 모자라지 않는다. 에너지도 넘쳐 동료들에게 언제나 큰 힘이 되어주는 선수다. 하지만 수비력은 자랑할 수 없다는 것을 바로 이 게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현대 축구 풀백의 역할 중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 센터백이 비운 공간을 커버하는 것인데 쿠두스의 두 번째 골과 세 번째 골 순간 김진수의 약점은 그대로 드러났다. 손흥민(9개)보다 많은 11개의 크로스를 기록했고 그 중에 귀중한 동점골 어시스트가 포함되어 있으니 공격 점수로는 만점을 줄 수 있지만 수비 점수는 모자랐다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

반대쪽 김문환도 김진수에 뒤지지 않는 에너지원이다. 이 게임 스프린트 72회는 손흥민의 45회보다 많이 찍혔고, 동료들로부터 공을 받은 횟수는 102회로 가장 많다. 그만큼 벤투호 빌드업 핵심 연결 고리 역할을 맡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가나의 3골 모두가 김문환이 뛰고 있던 바로 그 측면에서 올라왔다는 것은 뼈아픈 부분이다. 모든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하기를 바라는 것은 말이 안 되지만 측면에 구멍이 크다는 것은 우리가 원하는 결과를 받아들기 어렵게 만들 뿐이다. 

김진수와 김문환 없이는 후방 빌드업부터 연계 플레이, 크로스가 이루어지지 않는 것을 잘 안다. 수비력이 모자라다고 해서 당장 홍철이나 김태환으로 대체시킬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래도 우리에게 한 번의 기회가 더 남아있기 때문에 실점을 최소화하고 공격 지원 역할을 지금 그 이상으로 해내기 위해서는 이들을 도와 측면 구멍을 더 작게 만드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수비형 미드필더 (큰)정우영에게 양쪽 측면을 다 커버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분명 무리다. 그렇기 때문에 '나상호, 이강인, 송민규' 등 양쪽 측면 미드필더와의 역할 분담을 더 유기적으로 만들어 내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방법이다.

우리의 조별리그 마지막 게임 상대 팀 포르투갈에는 다양한 측면 크로스, 스루패스 능력이 뛰어난 세계적인 미드필더들인 브루노 페르난데스, 베르나르두 실바가 뛴다. 날개 공격수 주앙 펠릭스의 크로스도 수준급이다. 이들이 연결하는 공은 여전히 스피드와 점프력 뛰어난 골잡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해결한다. 우리의 듬직한 센터백 김민재도 종아리 근육이 언제든지 문제로 드러날 수 있기에 포르투갈을 잡기 위해서는 측면 크로스부터 최대한 차단할 수 있는 수비 조직력을 유기적으로 갖추어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2022 카타르 월드컵 H조 결과(28일 오후 10시,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알 라얀)

★ 한국 2-3 가나 [득점 : 조규성(57분 19초,도움-이강인), 조규성(60분 7초,도움-김진수) / 모하메드 살리수(24분), 모하메드 쿠두스(34분,도움-조던 아예우), 모하메드 쿠두스(68분,도움-이냐키 윌리엄스)]

◇ 한국 선수들
FW : 조규성
AMF : 손흥민, 정우영2(46분↔나상호), 권창훈(56분↔이강인)
DMF : 정우영1(78분↔황의조), 황인범
DF : 김진수, 김영권, 김민재(90+2분↔권경원), 김문환
GK : 김승규
- 퇴장 : 파울루 벤투 감독(90+11분)

◇ 주요 기록 비교
공 점유율 : 한국 53%, 가나 32% (경합 15%)
슛 : 한국21개, 가나 8개
유효 슛(비율) : 한국 6개(28.5%), 가나 3개(37.5%)
라인 브레이크(성공률) : 한국 148/201개(73.6%), 가나 66/122개(54%)
패스(성공률) : 한국 477/540개(88.3%), 가나 260/319개(81.5%)
크로스(적중률) : 한국 16/46개(34.7%), 가나 4/13개(30.7%)
코너킥 : 한국 12개, 가나 5개
프리킥 : 한국 10개, 가나 14개
오프 사이드 : 한국 1개, 가나 1개

◇ H조 현재 순위
1위 포르투갈 6점 2승 5득점 2실점 +3
2위 가나 3점 1승 1패 5득점 5실점 0
3위 한국 1점 1무 1패 2득점 3실점 -1
4위 우루과이 1점 1무 1패 0득점 2실점 -2

◇ H조 남은 일정(12월 3일 토요일 오전 0시)
☆ 한국 - 포르투갈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
☆ 가나 - 우루과이 (알 자누브 스타디움)

◇ 16강 진출 확정 3팀
D조 프랑스(6점 2승), G조 브라질(6점 2승), H조 포르투갈(6점 2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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