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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1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아세안 정상회의가 열리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하기 위해 도착하고 있다. 차에서 내린 윤석열 대통령이 인사하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어깨를 두 번 툭툭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1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아세안 정상회의가 열리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하기 위해 도착하고 있다. 차에서 내린 윤석열 대통령이 인사하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어깨를 두 번 툭툭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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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예상은 크게 빗나가지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파면하라'는 더불어민주당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민주당도 예고한 대로 움직였다. 윤석열 정부는 이제 '출범 6개월 만에 두 번째 장관 해임건의안'이라는 초유의 상황을 맞이했다. 

28일 오후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약 2시간의 고위전략회의 후 취재진에게 "민주당은 이상민 장관의 해임건의안을 발의하기로 입장을 정했다"고 알렸다. 그는 "이태원 참사 관련해서 윤석열 정부의 정치적, 도의적 책임을 엄중히 물어달라는 국민과 유족의 뜻을 받들어 그동안 스스로 물러나든지, 대통령이 이 장관을 파면시키든지 하길 기다리고 또 기다려왔다"며 "오늘까지 파면해줄 것을 간곡히 요청하고 기다렸지만 끝내 답을 얻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158명 희생됐는데... 한 명도 책임 안 지는 게 가능한가"

민주당 안에선 '이상민을 그대로 두면 안 된다'는 공감대가 강하다. A의원은 이날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158명이 돌아가셨는데 한 명도 책임지지 않는다는 게 가능한 일인가"라며 "진작에 이 장관이 책임지고 사퇴해야 했는데 국정조사가 시작된 이 마당에도 안 하니 사퇴를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또 "이건 정략적인, 민주당의 정치적 이익을 위한 요구가 아니라 국민의 요구"라며 "윤 대통령이 거부하면 국민과 유족의 요구를 거부하는 셈"이라고 했다. 

박용진 의원은 '현실론'도 펼쳤다. 그는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 인터뷰에서 "주무부처 장관이 국정조사 대상자인데 본인의 책임을 숨기려고 하지 않겠냐"며 "그동안의 태도로 봐서는 (이 장관은) 충분히 그러고 남을 것 같다. 그러려면 자료도, 증언도 부실하고"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렇게 되면 국정조사를 훼방하는 주체로 나설 수 있으니까 제대로 된 국정조사를 위해선 물러나도록 하는 것이 맞다"며 "필요하면 (해임건의안이든 탄핵소추안이든) 해야 된다"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박홍근 원내대표와 귓속말을 하고 있다.
▲ 귓속말 하는 이재명-박홍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박홍근 원내대표와 귓속말을 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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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의석 수는 169석, 해임건의안 단독처리도 충분히 가능하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이미 민주당은 지난 9월 29일 '외교참사'의 책임을 묻겠다며 박진 외교부 장관의 해임건의안을 발의, 사실상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다음날 곧바로 '수용 거부' 의사를 밝혔고, 사안 자체는 유야무야 끝나버렸다. '좌동훈 우상민'이란 말이 있을 정도로 최측근으로 꼽히는 인물의 해임건의안이라면 윤 대통령의 선택이 달라질 가능성은 거의 전무하다.

이 경우 민주당은 또 다시 체면을 구기지 않을까. B의원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윤 대통령이 국회의 결정을 또 무시한다면, 그만큼 (정치적) 부담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라며 "한 번 해임건의안을 거부할 수는 있지만, 계속 거부한다면 정권은 망가진다"고 봤다. 무엇보다 "지금 이 상황에서 이상민 장관 정도는 책임지는 게 상식적인 것 아닌가"라며 참사 후 고위 관계자 누구 하나 책임지지 않는 정부의 태도를 거듭 비판했다.

국정조사특위 위원장을 맡은 우상호 의원도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그러면 그 정치적 부담을 (윤 대통령) 본인이 고스란히 지게 된다"고 짚었다. 그는 "무슨 조직의 보스 같은 모습을 자꾸 보여주고 싶은 모양인데 국민은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 달라는 것이지 당신의 살을 도려내라는 얘기가 아니다"라며 "대단히 무례하고 오만하다. 끝까지 한 명도 안 자르고 그냥 가겠다는 생각 같은데, 과연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겠나"라고 우려했다. 

국힘 "국정조사 파기"... '이상민 격려'로 답했던 대통령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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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은 민주당의 해임건의안 발의 결정을 "국정조사 파기와 같다"고 받아쳤다. 양금희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이태원 참사의 철저한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대책을 위한 국정조사는 민주당의 정략적 들러리에 불과했다"며 "이태원 참사를 윤석열 정부 퇴진 촛불의 불쏘시개로 쓰겠다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날을 세웠다. 여당 국조특위 위원들은 이미 몇 시간 전 같은 주장을 펼치며 '이상민 파면 철회 없으면 국조위원 사퇴'라고 엄포를 놨다.

하루 전 "입장 변화 없다"는 말로 민주당 요구를 일축했던 대통령실은 사안 자체를 언급하지 않는 것으로 답변을 갈음했다. 이미 윤석열 대통령은 명확히 의사를 표시하긴 했다. 그는 지난 11일 동남아시아 순방길에 나설 때 이 장관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고, 16일 귀국할 때는 마중 나온 이 장관에게 "고생 많았다"며 격려했다. 그리고 28일 정부는 이 장관이 총괄하는 '화물연대 집단운송 거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가동했다. 

[관련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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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이상민, #해임건의안, #윤석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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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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