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1월 24일 목요일 카타르 도하 스타디움 974에서 열린 월드컵 H조 축구 경기에서 가나의 모하메드 쿠두스가 포르투갈의 주앙 칸셀루와 공을 다투고 있다.

2022년 11월 24일 목요일 카타르 도하 스타디움 974에서 열린 월드컵 H조 축구 경기에서 가나의 모하메드 쿠두스가 포르투갈의 주앙 칸셀루와 공을 다투고 있다. ⓒ AP Photo/ 연합뉴스

 
H조 상대 팀 중 가장 베일에 덮여 있었다고 할 수 있는 가나가 포르투갈과의 첫 게임에서 펠레 스코어로 아쉽게 졌다. 88분을 뛰고 벤치로 물러나 있던 포르투갈 에이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마지막 표정만 봐도 알 수 있을 정도로 가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놀랍고도 끈질기게 저항했다. 벤투호의 첫 상대 우루과이와 비교해도 결코 쉬운 상대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오토 아도 감독이 이끌고 있는 가나 축구대표팀이 25일(금) 오전 1시 카타르 도하에 있는 스타디움 974에서 벌어진 2022 카타르 월드컵 H조 포르투갈과의 첫 게임에서 2-3으로 패했다. 77분 7초에 추가골을 내준 뒤 2분 15초 뒤에 쐐기골이자 펠레 스코어 결승골까지 내주는 수비 불안을 드러내기는 했지만 포기하지 않고 후반전 추가 시간 9분이 지나서까지 끈질기게 달라붙은 집중력은 결코 가볍게 볼 만한 것이 아니었다. 다음 주 월요일 만나야 할 벤투호가 반드시 기억하고 대응해야 할 부분이다.

가나의 인상적인 전방 압박 그리고 왼쪽 크로스

한국 축구팬들에게도 널리 알려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브루노 페르난데스, 주앙 펠릭스 등이 활약한 포르투갈의 승리는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20% 포인트 차이가 난 공 점유율(포르투갈 55%, 가나 35%)은 물론 유효 슛 '포르투갈 5개, 가나 3개', 라인 브레이크 성공률 '포르투갈 75.2%, 가나 58.6%', 패스 성공률 '포르투갈 90%, 가나 82.7%'에 이르기까지 포르투갈이 한 수 위의 게임 운영 능력을 보여준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최종 스코어가 '포르투갈 3-2 가나'로 찍힌 것과 크로스 적중률 '포르투갈 23.5%(17개 중 4개 적중), 가나 25%(12개 중 3개 적중)'을 보면 가나의 공격 효율성이 그렇게 모자라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후반전 추가 시간이 9분 넘게 이어지고 거의 끝날 때가 다 되었지만 포르투갈 벤치는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디오고 코스타 골키퍼의 마지막 시간 끌기(?)가 이어지는 순간 포르투갈 벤치는 물론 관중석에서도 놀라운 함성이 터져나왔다. 디오고 코스타 골키퍼가 공을 내려놓고 발로 처리하려는 순간 가나 공격수 이냐키 윌리엄스가 숨어있다가 빠르게 달려들어 공을 가로채 동점골을 노린 것이다. 이 순간 윌리엄스가 공을 터치하면서 미끄러지지 않았다면 이 게임 최종 스코어는 3-3으로 찍혔을 것이다.

전반전을 득점 없이 끝낸 두 팀은 믿기 힘든 후반전 펠레 스코어 드라마를 연출했다. 62분에 포르투갈 주장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페널티 구역 안쪽에서 수비에 밀려 넘어졌고 주심의 휘슬 소리가 길게 울렸다. 페널티킥이 선언된 것이다. 가나의 센터백 모하메드 살리수가 왼팔을 내뻗어 넘어뜨렸기 때문에 이의 제기는 소용없었다. 이 절호의 기회를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놓치지 않았다. 가나 골키퍼 로렌스 아티 지기의 오른쪽 어깨 위 방향으로 묵직한 오른발 슛을 꽂아넣은 것이다.
 
가나전서 PK 선제골 터뜨린 호날두 포르투갈 축구대표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왼쪽)가 24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의 스타디움 974에서 가나를 상대로 열린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1차전에서 페널티킥 선제골을 넣은 뒤 기뻐하고 있다. 포르투갈은 가나에 3-2로 승리를 거둬 조 1위에 올라섰다.

▲ 가나전서 PK 선제골 터뜨린 호날두 포르투갈 축구대표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왼쪽)가 24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의 스타디움 974에서 가나를 상대로 열린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1차전에서 페널티킥 선제골을 넣은 뒤 기뻐하고 있다. 포르투갈은 가나에 3-2로 승리를 거둬 조 1위에 올라섰다. ⓒ AP=연합뉴스

 
며칠 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불편했던 관계를 청산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자신의 상징적인 호우 세리머니를 펼쳤는데 바로 뒤 관중석에 리오넬 메시의 사진이 크게 붙어 있었다. 하지만 포르투갈의 리드는 오래 가지 못했다. 72분 11초에 가나의 동점골이 들어간 것이다. 가운데 미드필더 모하메드 쿠두스가 매우 빠르게 달려가서 왼쪽 끝줄에서 꺾어준 컷백 크로스가 수비수 다리에 맞고 방향이 살짝 바뀌면서 안드레 아예우가 오른발로 밀어넣었다.

동점골을 넣은 안드레 아예우의 골 냄새 맡는 집중력도 놀라웠지만 모하메드 쿠두스의 공간 침투 순간은 모두를 놀라게 했다. 포르투갈 수비 라인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른 라인 브레이킹이 압권이었다. 공식 어시스트로 기록되지는 못했지만 이 골 75%의 지분은 모하메드 쿠두스가 가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장면이었다. 

22살의 어린 나이로 네덜란드 AFC 아약스에서 뛰고 있는 미드필더 모하메드 쿠두스는 박스 투 박스 그 이상의 역할을 해내는 가나의 간판 미드필더이기 때문에 월요일 밤에 만나는 벤투호의 큰 정우영이 가장 먼저 주목해야 할 인물이다. 게임 시작 후 10분 만에 터치 실수로 아찔한 실점 위기를 내주기도 했던 모하메드 쿠두스는 55분에 모두를 놀라게 하는 65미터 드리블과 왼발 중거리슛 위력을 자랑했다. 비록 골은 아니었지만 가나의 에너지원이 바로 모하메드 쿠두스임을 분명히 말해주는 명장면이었다. 

그리고 이 게임은 후반전 선수 교체로 인한 어수선한 틈을 타 결정적인 갈림길이 나왔다. 가나 벤치에서는 귀중한 동점골을 넣은 안드레 아예우 대신 친동생 조르당 아예우를 77분에 들여보냈다. 잘 뛰던 모하메드 쿠두스도 나란히 빠지면서 오스만 부카리가 들어간 것이다. 곧바로 포르투갈의 추가골과 쐐기골이 2분 15초 간격으로 연거푸 이어졌으니 벤치로 나온 형 안드레 아예우는 물병을 집어던지며 화를 낼 수밖에 없었다.

77분 7초에 포르투갈의 추가골이 주앙 펠릭스 오른발 끝에서 나왔다. 브루노 페르난데스의 역습 스루패스가 일품이었다. 2분 15초 뒤에 비슷한 패턴의 포르투갈 역습이 쐐기골로 이어졌다. 이번에도 브루노 페르난데스 특유의 스루패스 감각이 돋보였고 교체 선수 하파엘 레앙이 절묘하게 오른발 감아차기를 낮게 깔아 넣었다.

선수 교체로 인한 어수선함은 포르투갈에게도 전염됐다. 포르투갈의 페르난도 산토스 감독은 88분에 호날두를 빼고 곤살루 하무스를, 주앙 펠릭스를 빼고 주앙 마리우를, 베르나르두 실바를 빼고 주앙 팔리냐를 한꺼번에 들여보냈다. 11분 전에 가나가 당한 것처럼 포르투갈도 어수선함 속에 골을 내줬다. 끝줄 방향으로 뻗어나가는 가나의 패스 줄기를 따라 포르투갈 수비수가 앞서 있었지만 가나 왼쪽 윙백이자 수비수 역할을 겸하고 있는 압둘 라만 바바가 놀라운 속도로 추월하여 공을 낚아챘고 날카로운 크로스까지 넘겨준 것이다. 바로 앞 포르투갈 수비수 발에 맞고 방향이 살짝 바뀌어 뜬 공은 직전에 바꿔 들어온 오스만 부카리의 헤더 골로 이어졌다.

오스만 부카리는 직전에 벤치로 물러나 앉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보란듯이 그를 모방하는 골 세리머니까지 펼쳐 수많은 관중들로부터 박수를 이끌어냈다. 가나가 끝내 펠레 스코어를 무효로 만들지는 못했지만 후반전 추가 시간 11분이 다 될 때까지 끈질기게 달라붙은 집요함이 승리 팀 포르투갈의 기술적 우위보다 더 인상적으로 남을 수밖에 없는 게임이었다.

오는 28일(월) 오후 10시 알 라얀에 있는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한국과 만나게 될 가나는 빠르고 거친 전방 압박의 팀 컬러로 말할 수 있다. 이 게임을 통해 가나 주장 안드레 아예우가 기록한 58회의 전방 압박은 그 숫자만으로도 상대 팀 입장에서 숨이 막히는 수준이었다. 이냐키 윌리엄스와 짝을 이뤄 가나의 공격을 이끌고 있는 안드레 아예우의 엄청난 활동력을 벤투호 모든 구성원들이 기억해야 한다. 

그리고 가나는 오른쪽보다는 왼쪽 측면 공격이 더 날카롭게 이어졌다. 이 게임에서 뽑아낸 2골도 모두 왼쪽 측면을 파고든 결과였고 그중에서도 압둘 라만 바바가 기록한 6개의 크로스 기록이 놀라웠다. 5명의 수비 라인 맨 왼쪽에 자리잡은 바바는 게임 내내 놀라운 속도로 오르내리며 포르투갈 오른쪽 측면을 위협한 것이다. 공식 어시스트로 인정받지는 못했지만 89분에 넣은 오스만 부카리의 헤더 골은 압둘 라만 바바의 스피드와 가로채기에 이은 과감한 크로스가 만들어낸 것이었다. 가나의 팀 전체 크로스 12개 중 6개를 바바가 시도한 것이니 왼쪽 측면에서 바바가 맡고 있는 역할이 어느 정도인가를 확인할 수 있다. 벤투호의 오른쪽 측면을 맡고 있는 김문환이나 김태환이 놓쳐서는 안 될 인물이다.

이제 벤투호의 두 번째 게임 모범 답안은 이들 세 명의 필드 플레이어로 채워야 한다. 주장 완장을 차고 맨 앞을 휘저으며 압박하는 '안드레 아예우', 박스 투 박스 그 이상의 놀라운 활동량과 스피드를 자랑하는 미드필더 '모하메드 쿠두스', 왼쪽 측면의 지배자 '압둘 라만 바바'가 그들이다. 적어도 이번 월드컵 한정판으로 우루과이의 페데르코 발베르데가 세 명 정도 곳곳에서 뛰는 팀이라고 생각하는 편이 좋을 것이다.

2022 카타르 월드컵 H조 결과(25일 오전 1시, 스타디움 974-도하)

포르투갈 3-2 가나 [득점 : 크리스티아누 호날두(65분,PK), 주앙 펠릭스(77분,도움-브루노 페르난데스), 하파엘 레앙(80분,도움-브루노 페르난데스) / 안드레 아예우(73분), 오스만 부카리(89분)]

포르투갈 4-3-3 포메이션
FW : 주앙 펠릭스(88분↔주앙 마리우), 크리스티아누 호날두(88분↔곤살루 하무스), 브루노 페르난데스
MF : 오타비우 몬테이루(56분↔윌리앙 카르발류), 후벵 네베스(77분↔하파엘 레앙), 베르나르두 실바(88분↔주앙 팔리냐)
DF : 하파엘 게레이루, 다닐루 페레이라, 후벵 디아스, 주앙 칸셀루
GK : 디오고 코스타

가나 5-3-2 포메이션
FW : 이냐키 윌리엄스, 안드레 아예우(77분↔조르당 아예우)
MF : 살리스 압둘 사메드(90+2분↔다니엘 코피 키예레), 모하메드 쿠두스(77분↔오스만 부카리), 토마스 파르티
DF : 압둘 라만 바바, 모하메드 살리수(90+2분↔앙트완 세메뇨), 알렉산더 지쿠, 다니엘 아마티, 알리두 세이두(66분↔타리크 램프티)
GK : 로렌스 아티 지기

주요 기록 비교
공 점유율 : 포르투갈 55%, 가나 35% (경합 10%)
슛 : 포르투갈 11개, 가나 8개
유효 슛(비율) : 포르투갈 5개(45.4%), 가나 3개(37.5%)
라인 브레이크(성공률) : 포르투갈 149/198개(75.2%), 가나 88/150개(58.6%)
패스(성공률) :  포르투갈 573/636개(90%), 가나 326/394개(82.7%)
크로스(적중률) : 포르투갈 4/17개(23.5%), 가나 3/12개(25%)
코너킥 : 포르투갈 3개, 가나 3개
프리킥 : 포르투갈 19개, 가나 15개
오프 사이드 : 포르투갈 1개, 가나 1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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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월드컵 가나 쿠두스 안드레 아예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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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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