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표팀 벤투호가 카타르 현지에서 적응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 한국대표팀 벤투호가 카타르 현지에서 적응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 대한축구협회


모든 준비는 끝났다. 쉴새없이 4년을 달려온 벤투호가 남미의 강호 우루과이를 상대로 이번 대회 첫 승 사냥에 나선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 24일 오후 10시(이하 한국시간) 카타르 알 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우루과이와의 2022 카타르 월드컵 H조 조별리그 1차전을 치른다.
 
남미팀 역대 월드컵 무승 징크스

역대 한국 축구가 월드컵 본선에서 거둔 성적은 6승 9무 19패다. 이 가운데 유럽을 상대로 5승, 아프리카에 1승을 거뒀지만 북중미·남미에 2무 6패로 부진했다. 1954 스위스 월드컵 첫 줄전 이후 68년째 이어지고 있는 징크스다.

피파랭킹에서는 28위의 한국이 우루과이(14위)보다 더 낮으며, 상대 전적에서도 1승 1무 6패로 크게 약했다. 월드컵에서는 총 두 차례 맞붙었는데, 1990 이탈리아 월드컵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서 우루과이에 0-1로 패했으며, 2010 남아공 월드컵 16강전에서도 1-2로 패하며 8강 진출의 꿈을 이루지 못했다. 
 
하지만 가장 최근 맞대결인 2018년 10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평가전에서는 첫 승을 거두고 지긋지긋한 우루과이 무승 징크스에서 탈피했다. 당시 벤투 감독이 이끌던 한국은 최정예로 출전한 우루과이를 맞아 황의조, 정우영의 연속골에 힘입어 2-1로 승리했다.
 
작지만 강한 우루과이, 알론소 감독 부임 후 상승세

 
우루과이는 인구 350만 명의 소국이지만 1930년과 1950년 월드컵에서 두 차례 우승을 차지한 남미의 전통 강호다. 지난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 40년 만에 4강에 오른 주축 자원(루이스 수아레스, 에딘손 카바니, 디에고 고딘, 페르난도 무슬레라, 마르틴 카세레스)들이 현재까지도 일부 남아있다.
 
여기에 유럽 명문에서 활약 중인 로드리고 벤탄쿠르, 페데리코 발베르데, 로날드 아라우호, 다르윈 누네스, 파쿤도 펠리스트리, 마티아스 올리베라 등 미드필드와 수비진에 걸쳐 재능있는 신예들이 등장하면서 최적의 신구 조화를 이루고 있다.
 
우루과이는 전통적으로 실리 축구에 능하다. 선제골을 넣은 뒤 공격에 치중하기보단 안정적인 운영으로 승리를 이끌어낸다.
 
우루과이는 이번 월드컵 남미 예선을 우여곡절 끝에 통과했다. 14라운드까지 7위에 머무르며 탈락이 유력해지자 우루과이 축구협회는 오랫동안 팀을 장기집권한 오스카 타바레스 감독을 성적 부진으로 경질시키고, 디에고 알론소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기는 초강수를 던졌다.
 
알론소 감독은 남미예선 4경기를 남겨두고, 위기의 우루과이 대표팀 사령탑으로 부임해 4전 전승을 기록, 월드컵 본선 진출을 이끌었다. 기존의 실리적인 색채에 좁은 공수 라인 간격 유지, 강도 높은 압박 전술을 가미하며 팀을 업그레이드시켰다. 그 결과 우루과이는 남미예선을 포함, 알론소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A매치 9경기에서  7승 1무 1패의 좋은 성적을 남겼다.
 
우루과이의 최대 강점은 미드필드진이다. 청소년 대표 시절부터 오랫동안 호흡을 맞춘 벤탄쿠르-발베르데 듀오는 경계대상으로 손꼽힌다. 4-4-2 대신 4-3-3이 가동될 경우 마티아스 베시노가 벤탄쿠르-발베르데와 함께 삼각편대를 형성한다.
 
특히 발베르데는 올 시즌 유럽 전역을 통틀어 최고의 중앙 미드필더로 손색없는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본 포지션인 중앙 미드필더뿐만 아니라 좌우 측면에서도 모두 뛸 수 있으며, 약점을 찾아보기 힘들 만큼 모든 능력치를 골고루 갖추고 있다. 발베르데를 막지 못 하면 허리 싸움에서 고생을 겪을 것이 분명하다.
 
한국대표팀 지난 9월 카메룬과의 A매치 평가전에서 손흥민의 선제골 이후 기뻐하고 있는 한국 대표팀 선수들

▲ 한국대표팀 지난 9월 카메룬과의 A매치 평가전에서 손흥민의 선제골 이후 기뻐하고 있는 한국 대표팀 선수들 ⓒ 대한축구협회

 
벤투호 최대 불안요소, 공격진의 부상과 부진
 
한국의 이번 월드컵 목표는 2010 남아공 월드컵 이후 12년 만에 16강 진출이다. 2018년 8월 벤투 감독이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이후 4년 동안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결국 카타르 땅에 발을 내딛었다.

벤투 감독은 23일 카타르 도하의 메인메디어센터(MMC)에서 우루과이전을 앞둔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해 "모든 준비는 끝났다. 이제 실전만 남았다"라며 "우루과이는 기술과 조직력 등 모든 측면에서 뛰어난 팀이고, 풍부한 경험도 있는 상대라 우리가 가진 모든 장점을 활용해야 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벤투는 역대 한국 대표팀의 최장수 감독이자 4년 임기를 채운 유일한 감독이다. 높은 볼 점유율, 빠른 반대 전환, 강한 전방 압박, 능동적으로 경기를 주도하는 철학을 유지하며 방향성을 확립, 아시아 최종예선을 비교적 가뿐하게 통과했다. 
 
그러나 최종예선 이후 6월, 9월 열린 강호들과의 A매치에서 보여준 경기 내용은 기대치를 밑돌았다. 상대의 강한 전방 압박에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며 실수를 연발했으며, 불안한 후방 빌드업은 실점 위기로 직결되고 말았다. 측면 수비 뒷 공간에 대한 약점도 부각되면서 센터백 김민재에게 많은 과부하가 쏠리고 있다.

수비도 수비지만 가장 믿었던 공격진의 약화는 벤투 감독에게 큰 고민거리를 안길 전망이다. 팀의 에이스 손흥민이 안와골절 수술은 큰 변수임에 틀림없다.
 
최근 벤투 감독은 손흥민의 위치를 전방으로 옮겨 4-4-2를 기반으로 하는 투톱 변형 전술(4-2-3-1, 4-4-1-1, 4-1-3-2)을 다각도로 실험했다. 실질적으로 손흥민 중심의 플랜A를 중점적으로 가다듬으며, 월드컵 본선 맞춤 전략을 꺼내들었지만 이와 반대로 손흥민의 부재에 대한 대비는 소홀했다.
 
물론 손흥민이 당초 예상보다 빠른 회복세를 보이며 팀 훈련에 참가하고 있는 것은 다행스럽다. 경기 출전에는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얼마나 정상 컨디션으로 뛸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뿐만 아니라 손흥민의 공격 파트너 황의조의 부진은 우려스럽다. 황의조는 올 여름 그리스 명문 올림피아코스로 임대 이적한 이후 무득점에 그쳤다. 지난 2시즌 연속 리그앙 보로도에서 두 자릿수 골을 터뜨리며, 가치를 입증한 그였기에 아쉬움이 남는다. 저돌적인 돌파와 강력한 슈팅으로 공격의 활로를 열 수 있는 황희찬은 햄스트링 부상으로 인해 우루과이전 결장이 확정된 상황이다. 
 
과연 벤투 감독이 우루과이의 허를 찌르기 위해 다른 대안을 모색할지 관심을 모은다. 2선 모든 위치를 소화할 수 있는 정우영은 많은 활동량과 전방 압박에 특화된 자원이다. 지난 평가전을 통해 손흥민과 짝을 이루며 시험대에 오른 바 있다. 그리고 올 시즌 K리그 득점왕을 차지하며 절정의 골 감각을 선보이고 있는 조규성도 깜짝 선발 카드로 손색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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