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세이레> 관련 이미지.

영화 <세이레> 관련 이미지. ⓒ 한국예술종합학교


 
민속신앙에서 아이와 관련한 몇 가지 관습이 있다. 대부분은 부모나 가족의 불안감에 기대는 것들인데, 그만큼 여기서 파생되는 설화나 이야기도 많을 것이다. 오는 24일 개봉하는 영화 <세이레>도 민속신앙과 인간의 죄의식을 질료 삼아 이야기를 펼친다.
 
제목 그대로 세이레는 아이가 태어나 후 21일째가 될 때까지 부정한 것, 액운이 들어오는 행위를 금해야 하는 토속 신앙을 뜻한다. 흔히 '삼칠일'로 알려진 이 금기 때문에 신혼인 우진(서현우)은 점점 압박감을 느낀다. 아내 해미(심은우)는 전통신앙을 강조하는 엄마의 영향으로 출입문에 금줄을 치는 등 출산 후 여러 금기를 우진에게 강요 혹은 부탁한다.
 
사건은 우진이 전 연인이 사망한 후 그 장례식장에 다녀오며 벌어진다. 걱정하는 해미를 뒤로 하고 연인이었던 세영(류아벨)의 영정을 마주한다. 다소 무표정한 얼굴로 우진을 맞이한 쌍둥이 예영(류아벨)을 보며 우진은 묘한 감흥을 느낀다. 마치 죽은 연인이 살아돌아 온 듯 그 뒤로 환청과 악몽에 시달리는 우진을 두고 해미는 부정을 탄 것이라며 불안해하고, 영화는 우진과 예영, 그리고 해미 사이에 존재하는 심리, 정신적 영향을 세밀하게 드러낸다.
 
<세이레>는 사건 전개, 위기의 극복이 중요한 작품이 아니다. 사건 중심이 아닌 등장인물 내면의 불안감을 영화적으로 제시하는 데 힘쓰는데 자칫 이 지점에서 너무 추상적이거나 관객이 이해하기 어려운 감독 본인만의 자위로 끝날 위험도 존재한다. 다행히 영화는 등장인물 간 연결고리를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묘사하면서 정서의 변화를 감지해가기에 후반부로 갈수록 여러 갈래의 불안감을 간접 체험할 수 있다.
 
우진은 과거 연인 사이에서 아이가 있었다. 6년이나 만나면서도 결혼은 하지 않은 커플이었는데 둘 사이에 아이가 생겼다가 사라지면서 세영 또한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 이런 과거와 달리 지금의 아내 해미와는 빠른 시일에 결혼도 했고, 아이까지 가졌다. 우진 마음 깊은 곳엔 아마도 죄의식이 박혀 있었을 것이다.

모계로부터 이어져 온 정서
  
 영화 <세이레> 관련 이미지.

영화 <세이레> 관련 이미지. ⓒ 한국예술종합학교


  
 영화 <세이레> 관련 이미지.

영화 <세이레> 관련 이미지. ⓒ 한국예술종합학교


 
살면서 누구나 품고 있을 법한 죄의식을 조명하면서 영화는 부성이 아닌 모성과 모계로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정서를 포착한다. 연출을 맡은 박강 감독은 7년 전 개인의 경험을 토대로 이야기를 구상했다고 지난 17일 언론시사회에서 말한 바 있다. 지인 문상 자리에서 출산 직후라 대신 조문을 부탁한 기억을 더듬으면서 믿음과 마음의 연결을 고민했다고 한다.
 
우진 역의 서현우나 세영, 예역을 도맡은 류아벨 간의 호흡도 뛰어난 편이다. 단조로울 수 있는 이야기에 생기를 불어넣은 건 이 배우들의 내면 연기 덕일 것이다. 특히 그간 코미디, 스릴러 등에 감초처럼 역할을 다해온 서현우의 다양한 표정과 눈빛을 이번 영화에서 확인할 수 있다. 1인 2역의 류아벨은 본인의 영정사진을 직접 들거나, 관에 들어가는 연기로 신선함을 담보한다.
 
이런 요소들로 <세이레>는 영화 자체가 품고 있는 소재나 주제의식보다 다분히 확장된 느낌을 준다. 그래서인지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뉴커런츠 부문에 초청된 작품은 국제영회비평가연맹(FIPRESCI)상을 수상하는 등 호평받기도 했다.

한줄평: 묘한 에너지로 가득찬 심리 스릴러
평점: ★★★☆(3.5/5)

 
영화 <세이레> 관련 정보
각본 및 감독: 박강
출연: 서현우, 류아벨, 심은우
제작: K'ARTS
배급: 트윈플러스파트너스㈜
관람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개봉: 2022년 11월 24일
   
세이레 서현우 류아벨 출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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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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