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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서울시장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현안질의에 출석해 답변을 마친 뒤 마스크를 쓰고 있다.
▲ "이태원 참사" 현안질의 나온 오세훈 서울시장 오세훈 서울시장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현안질의에 출석해 답변을 마친 뒤 마스크를 쓰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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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서울시장은 TBS를 어떻게 할까.

지난 15일 서울시의회는 'TBS 지원 폐지 조례'를 통과시켰다. 승자와 패자는 명확하다. 서울시의회 국민의힘 의원들은 지지자들은 물론 시민들에게 강한 존재감을 남기면서 승자가 됐고, '언론탄압'이라고 반발한 민주당 의원들은 조례 제정을 막지 못하고 힘없이 패배했다.

가장 큰 수혜자는 오세훈 서울시장이다. 조례가 통과되면서 예산편성권을 쥔 오 시장은 TBS의 운명을 결정할 수 있게 됐다. TBS에 대한 서울시의 재정 지원을 아예 끊으면서 고사시킬 수도 있고, 재정 지원을 지렛대로 활용해 여권이 눈엣가시처럼 여기는 몇몇 시사프로그램을 폐지하고 과거처럼 '시정홍보방송'에 주력하도록 길들일 수도 있다. 
 
[승자] 존재감 드러낸 국민의힘 시의원들


서울시의회는 지난 15일 본회의에서 '서울시 미디어재단 TBS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 폐지조례안'을 가결했다. TBS 지원조례(서울시 미디어재단 TBS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를 폐지한다는 단 한 줄짜리 조례로, TBS에 대한 서울시 예산 지원 근거를 없애는 것이다. 서울시 지원이 전체 예산의 70% 정도를 차지하는 TBS의 생명줄을 사실상 끊는 조례다. 

이 조례는 서울시의회 국민의힘 소속 시의원 76명 전원이 발의에 참여했다. 이날 민주당 소속 시의원이 전원 퇴장한 가운데 이뤄진 본회의 표결에서도 72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그동안 국민의힘과 지지자들은 '김어준의 뉴스공장' 등 TBS 프로그램이 편향돼 있다고 지속적으로 비판해왔다. 이번 조례의 통과는 국민의힘 등 여권과 각을 세웠던 TBS에 대한 '응징'과도 같다.

조례를 통과시키면서 국민의힘 시의원들은 당 지도부와 국민의힘 지지자들에게 단단한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당 중진인 권성동 의원도 TBS 폐지 조례와 관련해 "늦었지만 환영한다"고 했고, 국민의힘 지지자들도 대부분 이번 폐지 조례에 대해 만족감을 나타내고 있다.

그동안 TBS의 정치적 편향성을 강력 비판해왔던 김현기 서울시의회 의장, 조례안을 대표발의한 최호정 국민의힘 원내대표 등은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자신들의 이름을 알렸다. 이번 조례 통과를 실질적으로 주도한 최호정 원내대표는 유력한 차기 시의회 의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최 원내대표는 이명박 정부에서 종합편성채널 설립 등을 주도한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의 딸이다.

최 원내대표는 조례 통과 다음날인 16일 본회의 연설에서 "TBS 폐지 조례안은 지난 10여 년간 쌓아온 업보에 대한 시민의 판단"이라고 선언했다.
  
서울특별시 미디어재단 TBS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 폐지조례안이 가결된 15일 오후 오세훈 서울시장의 시정연설이 진행 중인 서울시의회 앞에서 TBS 구성원들이 항의 집회를 벌이고 있다. 오 시장은 후보 시절부터 TBS 개편 및 지원예산 축소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서울특별시 미디어재단 TBS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 폐지조례안이 가결된 15일 오후 오세훈 서울시장의 시정연설이 진행 중인 서울시의회 앞에서 TBS 구성원들이 항의 집회를 벌이고 있다. 오 시장은 후보 시절부터 TBS 개편 및 지원예산 축소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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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자] 무력했던 민주당

조례안이 가결되기까지 민주당 의원들은 무기력했다. 조례 통과 과정에서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하고, '퇴장'만을 반복했다.

지난 15일 오전 서울시의회 상임위에서 폐지 조례안이 기습 상정되자, 상임위 소속 민주당 의원 3명은 단체로 퇴장했다. 이날 오후 서울시의회 본회의에서 민주당 의원 2명이 조례안 반대토론에 나섰다. 이후 조례안이 본회의에 상정되기 직전 민주당 의원들은 "언론탄압 중단하라"고 단체 구호를 외친 뒤 퇴장했다. 본회의 표결은 순조롭게 이뤄졌고 숫자에서 밀린 민주당 의원들은 무력했다.

현재 서울시의회 의석은 국민의힘(76석)이 과반을 차지하고 있고, 민주당 의석은 36석에 불과하다. 국민의힘이 밀어붙이면 민주당이 할 수 있는 일은 사실 많지 않다. 그럼에도 이번 조례안 통과에 대해서는 내부적으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민주당 소속 한 시의원은 "민주당이 조례안 통과를 언론탄압이라고 규정했으면 반대 의사를 명확하게 전달하는 액션을 했어야 했다"면서 "의장단 점거농성을 하거나, 그게 아니면 의장 의사봉이라도 빼앗았어야 하는데 피켓 들고 퇴장하는 것은 초등학생도 할 수 있는 일"라고 한탄했다.

칼자루 쥔 오세훈... 그의 선택에 주목

'TBS 폐지 조례'가 통과되면서 가장 주목되는 건 오세훈 서울시장의 선택이다. 오 시장은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2021년부터 'TBS의 정치 편향성'을 줄곧 문제 삼아왔다. TBS의 교육방송 전환 구상을 밝히기도 했고,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향해선 "교통방송을 하시라"고 직격하기도 했다.

하지만 오 시장이 직접 TBS와 싸울 수는 없는 일이었다. 서울시 산하기관이 아닌 독립재단인 TBS에 대해 시장 권한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고, TBS 노조도 오 시장의 발언에 대해 반발하는 상황이 계속됐다. 

하지만 이번 조례가 통과되면서 오 시장에게는 막강한 권한이 주어졌다. TBS를 살릴 수도 죽일 수도 있게 된 것이다. 예산 지원을 전면 중단할 수도 있고, 서울시 예산편성권을 가진 시장 입장에서 지원 조례 폐지에도 불구하고 별도 예산을 편성해 TBS를 지원해줄 방법을 찾을 수 있다. 정치적 타협을 통해 TBS 지원의 근거가 되는 조례 제정에 다시 나설 수도 있다.

서울시 예산 심의와 조례 제정 권한은 서울시의회가 갖고 있지만, 국민의힘이 과반인 의회를 설득하는 일은 오 시장에게는 어려운 일이 아니다. 오 시장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서울 곳곳을 돌며 지원 유세를 했기 때문에, 개별 의원들과의 관계도 돈독한 편이다.
  
15일 오후 서울시의회 본회의장에서 김현기 서울시의회 의장이 서울특별시 미디어재단 TBS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 폐지조례안 가결을 선포하고 있다.
 15일 오후 서울시의회 본회의장에서 김현기 서울시의회 의장이 서울특별시 미디어재단 TBS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 폐지조례안 가결을 선포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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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 평소 오세훈 시장이 내놨던 발언을 살펴보면 그는 'TBS 폐지'가 아닌 '개편'에 초점을 맞출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TBS의 폐지는 오 시장이 평소 바라던 바가 아니다.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오 시장은 이번 조례와 관련해 "현재로서는 (서울시의회와) 입장을 달리하는데 시의회와 끊임없는 소통을 통해 논의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 15일 서울시의회 출석한 자리에서도 오 시장은 "(TBS에 대한) 예산 지원을 줄여간다는 것과 완전히 안 한다는 것은 다르다. 나는 한 번도 전액 삭감을 얘기한 적 없다. 내 생각과는 차이가 있는 조례안"이라고 말했다.

과거 2006~2011년 오 시장 재임 시절 TBS는 시정 홍보와 교통방송의 기능에만 충실했다. 오 시장도 종종 TBS 프로그램에 출연해, 본인의 시정과 정책 등을 홍보하기도 했다. 그는 공적 전파를 쓰는 방송국을 영향력 아래 두는 것이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지 경험적으로 잘 알고 있다.

변수는 TBS 내부의 반발이다. 서울시가 예산을 무기로 TBS 개편을 압박할 경우 교육방송 전환 등을 거부해 왔던 노조를 중심으로 저항이 커질 수 있다. 다만 TBS의 존폐가 걸린 상황이라 충분한 투쟁 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서울시의회 국민의힘 측도 '공'은 오세훈 시장에게 넘어갔다고 본다. 시의회 국민의힘 소속의 한 재선의원은 "조례가 통과됐으니 이제 집행부(서울시)에서도 뭔가 방안을 찾지 않겠느냐"면서 "TBS 직원들이 (일자리를 잃어) 피해를 볼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TBS의 개편은 이강택 대표의 사임으로 공석이 된 TBS 대표이사 선임부터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TBS 대표이사의 선임은 서울시와 서울시의회, 이사회 추천 인사로 구성된 TBS 임원추천위원회에서 추천하며 서울시장이 임명한다.

태그:#TBS, #오세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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