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나비', '이름 모를 소녀', '빗속을 둘이서', 가수로서 마지막 불꽃을 태우며 발표한 명곡 '님'에 이르기까지 1973년 가요계 데뷔해 1985년 11월 29일 서른 세 살의 꽃다운 나이에 세상을 떠난 천재 싱어송라이터, 영원한 가객 고(故) 김정호.
 
짧은 생을 살았지만 그가 남기고 간 작품들은 불후의 명곡으로 끊임없이 들려지고 노래되고 있다. 37주기를 나흘 앞둔 오는 25일 저녁, 아티스트 김정호를 기억할 수 있는 헌정 콘서트가 서울의 한 공연장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노원문화예술회관 대극장에서 열릴 <하얀 나비, 김정호를 기억하다>는 가장 한국적인 대중가요를 만들고 노래한 뮤지션 김정호의 주옥같은 명곡들이 여러 아티스트들에 의해 재해석되는 의미 있는 무대로 기대되고 있다.
 
이번 헌정 콘서트에 사회자로 함께 할 김도향은 '님'이 수록된 김정호의 마지막 정규 앨범 <라이프(Life)>의 프로듀서를 맡았던 선배 아티스트다. 처음 만났을 때 영롱한 눈망울의 김정호 얼굴을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는 김도향은 공연의 기획 단계부터 함께 하며, 곁에 없는 후배를 위한 아름다운 무대의 탄생에 큰 역할을 했다.
 
후배 아티스트 김정호와 그가 남긴 음악들을 음미하고자 하는 다양한 연령대의 관객들이 왔으면 하는 바람을 전하는 가요계의 거장 김도향을 17일 오후, 서울 마포구 공덕동에 위치한 그의 소속사 사무실에서 만났다. 아래 내용은 김도향 뮤지션과의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가요계 거장 뮤지션 김도향 김정호 추모콘서트 사회자로 무대에 서는 김도향

▲ 가요계 거장 뮤지션 김도향 김정호 추모콘서트 사회자로 무대에 서는 김도향 ⓒ 이종성

 
- 어떻게 이번 공연에 함께 하게 됐나?
"우리 가요계에 커다란 발자취를 남긴 뮤지션 김정호의 음악을 잊지 않고 세상에 더 알렸으면 하는 마음이 모아진 결과다. 오랜 기간 함께 하고 있는 음악동료 이경우(추억의 포크 듀오 하사와 병사의 멤버)와 2년 전부터 이야기를 나눴고, 이번 달 25일 마침내 그 결실을 맺게 됐다."
 
- 준비를 꽤 오랫동안 해 온 것 같다.
"알다시피 코로나시국으로 공연을 한다는 것이 쉽지 않았고, 어떤 콘셉트로 김정호가 남긴 작품들을 관객들에게 전달할지 기획부분에서 해결해야 할 것도 많았다. 우리의 공연목적을 제대로 이해해 준 노원문화재단 관계자들과 김승국 전 이사장의 도움과 지원이 컸다."
 
- 한 시대를 살다간 아티스트, 김정호를 추모하는 헌정 콘서트인가?
"당연히 그런 의미를 담고 있다. 불과 10년 남짓 앨범을 내고 활동을 했지만 자작곡한 노래를 불렀던 싱어송라이터로서 그가 남긴 작품들은 한국인의 정서 '恨(한)'을 가장 잘 녹아낸 아티스트다. '하얀 나비', '이름 모를 소녀', '빗속을 둘이서', '님' 등 김정호가 남겨 놓은 수많은 명곡들이 후배 음악인들과 대중에 의해 끊임없이 재해석되고 애청되길 바라는 마음이 크다."
 
- 한 회의 공연으로는 뭔가 아쉬움도 있겠다.
"물론 그렇다. 이번 콘서트 기획에 참여한 한 사람으로서 뮤지션 김정호를 끊임없이 음미하고 기억할 수 있는 일련의 음악경연대회가 정기적으로 열리면 어떨까란 생각을 했다. <하얀 나비 가요제>란 명칭도 정해봤다. 어쨌든 공연이 잘 돼서 다음을 기약할 수 있으면 좋겠다."
 
- 어떤 아티스트들이 참여하나?
"우선 '여자 김정호'로 불렸던 명곡 '빗물'의 주인공 채은옥이 동시대 활동했던 아티스트로 함께 한다. 정호가 무척 아꼈던 후배로 노래도 직접 가르쳤을 만큼 친한 사이였다. 이번에 정호의 곡 '영원' 등을 부르며 헌정무대를 갖는다. '논개'로 1980년대 큰 인기를 모았던 이동기 뮤지션은 이야기 손님으로서 선배가수 김정호를 떠올리며 여러 에피소드들을 전할 것이다. 원래 이번 콘서트는 정호와 함께 활동했던 선후배 동료 가수들을 중심으로 하려 했었다. 하지만 김정호란 아티스트와 그의 음악들을 잘 모르는 세대들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훨씬 의미 있고 중요하다는 의견들이 모아져, 현재 활발하게 활동 중인 뮤지션들이 대거 자리를 빛내게 됐다."
 
- 좀 더 자세히 알려 달라.
"국악인 겸 배우로 활약하고 있는 소리꾼 이봉근, 뮤지컬 배우로 여러 작품에 출연하고 있는 배다해, 싱어송라이터로서 실력을 발휘하고 있는 제이유나와 빈센트블루, 미국 입양아 출신으로 우리나라에서 꾸준히 활동 중인 루크 맥퀸 등이 <하얀 나비, 김정호를 기억하다> 콘서트 무대에 설 예정이다."
  
거장 음악인 김도향  후배 고 김정호를 위해 헌정공연기획한 선배가수 김도향

▲ 거장 음악인 김도향 후배 고 김정호를 위해 헌정공연기획한 선배가수 김도향 ⓒ 이종성

 
- 공연에 참여할 후배 뮤지션들을 직접 만났나?
"아직 그런 기회는 없었다. 내게도 친한 후배였던 김정호의 음악을 듣고 자란 세대의 가수들이 아니라 어떻게 노래들을 재해석해 가져올지 무척 궁금하다. 기획자 겸 당일 콘서트 사회자로서 현세대 가수들의 헌정 곡들을 듣고 내가 어떤 소회를 관객들에게 전할게 될지 기대가 된다."
 
- 공연을 볼 관객들은 노래 부르는 무대도 원할 것 같다.
"'하얀 나비'를 출연할 뮤지션 모두가 부를 무대가 있을 거다. 아마 그 노래를 부르는 장면에 나도 더불어 하게 될 것 같은데, 구체적 내용은 공연장에 올 분들을 위해 삼가겠다.(웃음)"
 
- 김정호의 마지막 정규 앨범에 참여했다고 들었다.
"1983년 11월 말에 나온 다섯 번째 정규 앨범 < Life >의 음악 등 총괄 프로듀서를 맡았다. 많은 사람들이 김정호 하면 떠올리게 되는 명품 가요 '님'과 타이틀 곡 '고독한 여자의 미소는 슬퍼' 등 노래가 수록된 음반이다. 녹음을 할 당시에도 정호의 몸 상태가 너무 안 좋아 중단했으면 하는 마음이었고, 안타깝기 그지없었다. '님'이란 곡이 어디선가 흘러나오면 지금도 여전히 자리를 피한다."

- 언제부터 김정호 뮤지션을 알게 됐나?
"1976~1977년 정도였던 것 같다. 나보다는 일곱 살 동생이었는데, 내가 투코리언즈(Two Koreans)란 듀오로 활동했을 때 곡을 주고 싶다고 찾아와 인연을 맺게 됐다. 처음 봤을 때 20대 청년 가수 김정호의 영롱한 눈망울이 지금도 눈에서 아른거린다."
 
- 가장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다면?
"서울 우이동의 계곡 부근에 위치한 산장에 따라간 적이 있는데, 만들어 놓은 곡도 듣고 그 자리에서 바로 쓴 멜로디도 들려줬다. 막 나온 선율을 들으면서 정호는 슬픔의 눈물을 흘렸고, 나는 그 음악의 아름다움에 빠졌다. 동시에 같은 곡을 들으면서 받아들이는 감성이 다름을 발견하면서 '김정호란 후배는 정말 특별한 아티스트다!'란 것을 몸소 알게 됐다."
 
- 후배 뮤지션 김정호의 음악을 정의한다면?
"내 음악이 즐거움이라면 김정호의 음악은 슬픔이다. 정호가 남긴 작품들이 왜 대단한지, 노래에 녹아 있는 슬픔의 깊이를 어느 정도 나이가 들어 체감하며 깨달았다."
 
- 그 분이 살아 활동했다면 가요계 어떤 역할을 했을까?
"슈퍼스타로서 장수하며 대중문화계 존경받는 선배 음악인으로 여러 분야에서 선한 영향력을 분명 끼쳤을 거다. 김정호의 노래들은 듣는 이의 가슴 깊은 곳에 자리 잡게 만드는 마력이 있다. 그래서인지 정호의 음악을 사랑하는 팬들의 마음은 한결같다고 생각한다."
 
- 앞으로 꼭 이루었으면 하는 활동이 있나?
"올해 들어 재즈를 공부하고 있다. 피아노 선율로 작곡하는 것도 익히고, 느리지만 제대로 배우는 중이다. 만 80세가 되는 3년 뒤에는 내가 직접 만든 한국적 재즈 창작 곡들을 발표하고 노래하는 목표가 있어 즐겁다. 팔순에서 구순까지 내가 가야할 그리고 하고자 하는 음악세계의 청사진이 그려지니 행복하다."
 
- 2022년 11월 현재, 아티스트 김도향에게 음악이란?
"재즈란 장르를 본격적으로 접한 후, 창작을 위한 아이디어들이 끊임없이 머리에 맴돈다. 노랫말과 가사에 내 느낌이 고스란히 담겨진 곡들을 남기고 싶다. 음악은 내게 새롭게 도전할 기회를 가져다 줬다."
김도향 김정호 헌정콘서트 하얀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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