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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30여명이 오후 5시 이태원역을 출발해 어둠이 내린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 도착해 대통령은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청소년 30여명이 오후 5시 이태원역을 출발해 어둠이 내린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 도착해 대통령은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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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오후 5시, 이태원역 앞에 수십 명의 청소년들이 모였다. 서울은 물론, 인천과 대구, 파주 등 지역에서 올라온 이들도 있었다. 이들의 손에는 촛불과 국화꽃, 손 피켓이 들려 있었다.

청소년들이 이 자리에 나온건 21세기 청소년공동체 희망(아래 희망)이 준비한 '이태원 참사로 희생된 중학생, 고등학생 청소년 12명의 넋을 기리는 추모행진'이 예정돼 있기 때문이었다.

당초 청소년 사망자는 11명으로 알려졌었지만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최종 발표 결과 이태원 참사 희생자 156명중 청소년 사망자는 12명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이 12명의 죽음을 추모하고 어린 청소년의 죽음을 막지 못한 책임을 묻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다. 
  
21세기 청소년공동체 희망이 주최한 청소년 추모행진에 참가한 청소년들이 행진 시작전 이태원역 1번 출구에서 희생자들을 애도했다.
 21세기 청소년공동체 희망이 주최한 청소년 추모행진에 참가한 청소년들이 행진 시작전 이태원역 1번 출구에서 희생자들을 애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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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략 35명 내외의 청소년들은 행진을 시작하기 전, 12명의 청소년을 비롯해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부상자들과 유가족들의 빠른 쾌유를 바라며 묵념했다.

청소년들은 묵념을 끝내고 1번 출구로 이동했다. 준비한 국화꽃을 내려 놓으며 눈물을 훔치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

이들은 "학교에서 친구들과 이태원 참사 이야기만 한다. 친구들은 '이번 이태원 참사가 세월호 참사와 뭐가 다르냐' 라며 몹시 회가 난 상태다"라며 최근 청소년들의 분위기를 전했다.

인천에서 왔다는 한 청소년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기사를 보고 무섭고 두려웠던 기억이 생생하다.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할로윈 축제는 성황을 이뤘는데 왜 이번에 경찰이 통제를 하지 않았는지 의문이 든다. 이번 이태원 참사로 인해 희생된 청소년들보고 '왜 그 자리에 갔냐'는 말들이 많은데 절대 그 청소년들의 잘못이 아니다" 라면서 추모 편지를 읽었다.

참사 당시 현장에서 참사 상황을 목격했다는 한 고등학교 1학년 청소년은 "어려운 마음을 이겨내고 청소년 집회에 찾아오게 됐다. 참사 현장에서 온몸에 근육 경련이 일어나고 온몸이 안 움직였다. 내 지인 중에도 피해자가 생겨서 너무 힘들었다. 이 사건을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지인이 이번 참사로 희생됐다는 대구에서 왔다는 한 청소년이 추모 글을 낭독하고 있다.
 지인이 이번 참사로 희생됐다는 대구에서 왔다는 한 청소년이 추모 글을 낭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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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서 왔다는 고등학교 2학년 한 청소년도 "참사로 희생된 분들의 명복을 빈다"는 말을 시작으로 "이태원 참사는 인재였고 막을 수 있었던 참사였다. 당시 현장에서 있었던 경찰관분들과 소방관분들의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국가에서 제대로 된 진상을 밝히지 않고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점에 대해 진실이 밝혀져야 하며, 다시는 이러한 일이 되풀이되지 않아야 한다"고 외쳤다.

"이태원에 놀러간 제 친구 탓하지 마세요, 함께 울고 싶은 청소년 모여주세요"

"이태원에 놀러간 제 친구를 탓하지 마세요. 학교에서 친구들과 이태원 이야기만 합니다. 친구들이 세월호랑 다를게 없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안전 지켜주라고 정부와 경찰이 있는건데 첫 신고에 출동조차 하지 않았어요.

준비나 대처를 잘했으면 내 친구는 안 죽었을 겁니다. 영원히 돌아오지 못할 곳으로 떠난 제 친구를 위해 저는 계속 울겠습니다. 함께 울고 싶은 청소년들, 청소년 희생자의 친구들 모여주세요."

  
추모 행진을 알리는 청소년공동체 희망 포스터.
 추모 행진을 알리는 청소년공동체 희망 포스터.
ⓒ 희망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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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모임은 청소년 추모행진을 제안하는 위 청소년 편지글로부터 시작됐다. 가슴에 검은 리본이 단 청소년들은 국화와 촛불, 손피켓을 들고 이태원역 4번 출구에서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삼각지역쪽으로 행진을 시작했다. 손 피켓에는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너의 잘못이 아니야'라는 글귀가 적혀 있었다.

이들은 행진 중간중간에 떨리지만 단호한 어조로 "너의 잘못이 아니야" "막을 수 있었습니다" "대통령은 사과하라" 는 구호를 외쳤다. 주위의 시민들은 이들의 행진을 안타까운 마음로 바라봤다.
  
청소년 30여명이 이태원역에서 용산 대통령 집무실까지 추모 행진하며 "너의 잘못이 아니다"라고 외치며 또래 친구들의 죽음을 아파했다.
 청소년 30여명이 이태원역에서 용산 대통령 집무실까지 추모 행진하며 "너의 잘못이 아니다"라고 외치며 또래 친구들의 죽음을 아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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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청소년공동체 희망 이수호 운영위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대통령이 사과를 했다고는 하지만 그것을 제대로 된 사과라고 할 수 있겠는가. 더불어서 현재 이태원 참사를 10.29 참사로 바꾸자는 분위기가 있기에 이 모든 점을 감안한 후속 일정을 조속히 수립하려 한다. 다음주 정도쯤 되지 않을까 싶다"며 향후 후속조치를 예고했다.

태그:#이태원 참사, #청소년 추모행진, #청소년공동체 희망, #촛불집회, #세월호 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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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와 대학원에서 모두 NGO정책을 전공했다. 문화일보 대학생 기자로 활동했고 시민의신문에서 기자 교육을 받았다. 이후 한겨레 전문필진과 보도통신사 뉴스와이어의 전문칼럼위원등으로 필력을 펼쳤다. 지금은 오마이뉴스와 시민사회신문, 인터넷저널을 비롯, 각종 온오프라인 언론매체에서 NGO와 청소년분야 기사 및 칼럼을 주로 써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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