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네갈에 이어 아프리카 강호로 올라선 모로코는 이번 대회에서 강력한 다크호스로 평가받는다.

지난 대회 선전하고도 조별리그 탈락의 아픔을 맛본 모로코가 36년 만에 월드컵 16강에 도전한다.

아프리카 팀 중 유일하게 무패로 본선에 오른 모로코
 
 카타르 월드컵에서 강력한 다크호스로 평가받는 모로코.

카타르 월드컵에서 강력한 다크호스로 평가받는 모로코. ⓒ 카타르 월드컵 공식 홈페이지 캡쳐

 
모로코 축구의 전성기는 1980년대 중반부터 90년대까지를 꼽을 수 있다. 1986 멕시코 월드컵에서 잉글랜드, 포르투갈, 폴란드와 한 조에 속해 무패(1승 2무)로 16강에 오르며 아프리카 역사상 최초로 조별리그를 통과한 팀으로 기록된 데 이어 1998 프랑스 월드컵까지 3차례 월드컵에 출전하는 등 북아프리카 축구의 자존심을 지켰다.

그들이 다시 세계에 알려진 것은 2010년대 중반이다. 2011-2012시즌 프랑스 리그 앙 몽펠리에 우승의 주역 유니스 벨한다를 중심으로 2012 런던 올림픽 출전 멤버들이 성장한 모로코는 단숨에 전력이 급상승하면서 아프리카의 강호로 올라서기 시작했다.

이러한 노력 끝에 20년 만에 월드컵 본선에 오른 모로코는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저력을 발휘했다. 조별리그에서 1무 2패로 예선탈락했으나 매 경기 엄청난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포르투갈, 스페인을 힘겹게 만들었다. 아쉽게도 자책골을 허용하거나 석연찮은 심판판정들이 그들의 발목을 잡았지만 모로코의 경기력은 많은 팬들에게 박수를 받았다.

이때를 기점으로 모로코는 세네갈과 함께 아프리카 강호로 자리매김했다. 물론 2019, 2021(2022년 개최) 아프리카 네이션스컵에선 모두 4강에 오르지 못했지만 대다수의 선수들이 빅리그에서 활약할정도로 개인기량이 우수한 가운데 조직력까지 강해지면서 전력이 더욱 탄탄해진 것.

그 위용은 월드컵 예선에서 빛났다. 2차예선을 6전전승으로 통과한 모로코는 콩고민주 공화국과 맞붙은 최종 플레이오프에서 1승 1무의 성적을 기록해 2회 연속 월드컵 본선진출을 확정짓는다.

이 과정에서 가장 돋보이는 부분은 무패로 본선에 진출했다는 점이다. 이는 본선에 오른 아프리카 5팀중 유일한 기록이다. 이에 더해 25득점에 3실점이라는 엄청난 기록을 선보이는 등 상당히 짜임새 있는 경기내용을 선보였다.

물론 모로코가 무패로 올라온 데에는 대진운이 좋았다는 점도 한 몫을 했다. 2차예선에선 수단, 기니비사우, 기니아 등 전력이 한참 떨어지는 팀을 상대했다. 이어 최종 플레이오프에서도 콩고민주 공화국과 맞대결을 펼치는 등 다른 4팀보다 수월한 상대를 만난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그렇지만 이변이 자주 일어나는 아프리카 예선을 무패로 통과한 것을 통해 모로코의 집중력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선수층이 좋은 모로코, 16강 진출을 위해서는?
 
 카타르 월드컵을 3개월 앞두고 감독으로 부임한 올레드 레그라귀 모로코 감독.

카타르 월드컵을 3개월 앞두고 감독으로 부임한 올레드 레그라귀 모로코 감독. ⓒ 카타르 월드컵 공식 홈페이지 캡쳐

 
2회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성공한 모로코의 가장 큰 장점은 각 포지션별로 유럽 빅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는 선수들이 중심을 잡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 바탕으로 모로코는 1986년 이후 36년 만에 월드컵 16강 진출에 도전한다.

최전방에는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세비야에서 활약하는 유세프 엔-네시리가 자리한다. 2019-2020시즌 세비야의 유로파 리그 우승멤버인 그는 월드컵 예선당시에는 기여도가 떨어졌지만 큰 키를 활용한 제공권 싸움과 한박자 빠른 슈팅은 그가 내세울 수 있는 큰 장점이다. 여기에 전방압박을 통한 수비가담도 성실히 수행해 팀 수비안정화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그와 함께 투톱으로 나설 선수는 아유브 엘 카비가 유력하다. 튀르키예 하타이스포르에서 활약하는 그는 지난 예선에서 5골로 팀내 최다득점을 기록할 정도로 모로코 팀내에서 득점력을 갖추고 있다. 이뿐 아니라 182cm의 키에도 공중볼 장악능력이 탁월하고 페널티박스에서 동료들에게 기회를 내주는 플레이에서 상당한 실력을 자랑해 지난 예선에서도 3도움을 기록하기도 했다. 여기에 소피앙 부팔, 일리아스 샤이르, 엔-네시리와 세비야에서 한솥밥을 먹고있는 무니르 엘-하다디가 측면과 중앙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중원에는 이탈리아 세리에 A 피오렌티나에서 활약하는 소피앙 암라바트가 중심을 잡아주는 가운데 지난 콩고민주 공화국과의 플레이오프에서 혜성같이 등장한 2000년생 신예 아제딘 우나히, 그리고 아민 아리트, 임란 루자, 셀림 아말라가 나머지 자리를 두고 치열한 경쟁을 펼친다.

수비에는 모로코 최고의 수비수이자 캡틴 로맹 사이스가 중심이 된다. 지난 시즌까지 6년간 잉글랜드 울버햄프턴에서 활약하며 기량을 인정받은 그는 올시즌을 앞두고 튀르키예 베식타슈로 이적했다. 사이스는 '모로코의 말디니'로 평가받는데 빠른 예측력을 바탕으로 한 컷팅 능력과 태클, 1대 1 대인마크가 상당히 우수하다.

그리고 또 한 명 빼놓을 수 없는 선수는 아시라프 하키미다. 스페인 레알 마드리드에서 데뷔한 뒤 보루시아 도르트문트, 인테르 밀란을 거쳐 현재 파리 생제르맹에서 활약하고 있는 그는 7차례나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릴 정도로 화려한 우승경력을 자랑하고 있다.

하키미는 우측뿐 아니라 좌측에서도 활약이 가능한 데 강한 체력과 빠른 스피드를 앞세워 과감한 오버래핑, 공간 침투 능력을 선보인다. 여기에 낮은 크로스로 동료들에게 기회를 만들어주고 프리킥 전문키커로 나설정도로 날카로운 킥력을 과시해 득점을 터뜨리는 능력도 갖췄다. 수비적인 측면에선 아쉬움이 남지만 공격에서 만큼은 모로코에게 반드시 필요한 옵션임에 틀림없다.

그리고 프랑스 스타드 렌에서 활약하다 올시즌 잉글랜드 웨스트햄 유나이티드로 이적한 센터백 나예프 아게르, 이탈리아 우디네세에서 활약하는 아담 마시나까지 유럽 빅리그 경험이 풍부한 선수들이 수비진에 다수 즐비해있다.

이들의 최후방에는 아프리카 최고 골키퍼 중 한 명인 야신 부누가 지킨다. 2019-2020시즌 세비야가 유로파 리그 우승할 당시 엄청난 선방능력을 선보이면서 존재감을 과시했던 그는 지난시즌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 티보 쿠르투아를 제치고 최소 실점율 1위, 클린시트 2위 기록에 힘입어 사모라상을 수상하면서 그 실력을 인정받았다.

이런 가운데 할릴호지치 감독 시절 대표팀에서 멀어졌던 '에이스' 하킴 지예흐와 수비수 누사이르 마즈라위가 복귀한 것도 큰 힘이다. 지난 9월 A매치 2연전(칠레-파라과이)에서 오랜만에 복귀해 모두 선발출전했던 이들은 오른쪽 측면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선보이면서 존재감을 과시했다. 가뜩이나 전력이 강한 모로코 현 선수단에서 이들의 합류는 천군만마라고 할 수 있다. 

이렇듯 모로코는 대다수의 선수들이 유럽무대에서 활약할 정도로 그 기량을 인정받고 있다. 여기에 개성강한 선수들이 뭉쳐 뛰어난 조직력을 발휘한다는 점도 장점이다. 

이로인해 많은 이들이 모로코를 다크호스로 평가하고 있다. 지난 대회 여러 가지 운이 따르지 않으면서 조별리그에서 탈락했으나 스페인, 포르투갈을 상대로 보여준 선전, 그리고 4년 사이 전력이 더욱 상승했다는 점에서 모로코에게 기대를 걸기에 충분하다.

모로코가 16강에 진출하기 위해선 첫 번째 감독교체 리스크를 극복해야 한다. 전임 할릴호지치 감독은 강력한 카리스마를 바탕으로 팀을 장악해 월드컵 본선에 진출시켰으나 하킴 지예흐, 누사이르 마즈라위와 지속적인 기싸움을 펼치면서 여론을 악화시켰다.

결국 이 기싸움에서 협회가 선수의 편을 들면서 결국 모로코는 지난 8월 할릴호지치 감독 경질이란 초강수를 두게 된다. 후임으로 자국출신의 왈레드 레그라귀 감독을 선임해 지난 9월 A매치 2연전(칠레-파라과이)을 1승 1무로 마치면서 어느정도 성과를 거뒀다. 다만 이 상승세가 본선까지 이어질지 여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

최전방이 약한 점도 모로코에겐 걸림돌이다. 엔-네시리는 소속팀에서 골 결정력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잦은 부상으로 컨디션 저하가 예상된다. 엘 카비역시 아프리카예선에서 5골로 팀내 최다득점자로 올랐지만 월드컵과 같은 메이저대회에서도 이와 같은 활약을 펼칠수 있을지엔 의문이 따른다.

4년 전에도 같은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당시에도 모로코는 스페인, 포르투갈을 상대로 선전하고도 1무 2패로 조별리그 탈락의 쓴잔을 마셨다. 가장 큰 원인은 심판의 석연찮은 판정, 자책골 허용 등이었지만 최전방 공격수의 파괴력이 떨어진 것도 원인이었다. 4년 전 부진을 답습하지 않기 위해 최전방의 파괴력을 더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

4년 전에 비해 팀 전력이 크게 상승한 모로코가 과연 '다크호스'의 위용을 떨칠 수 있을까. 결국 F조 16강 진출의 키는 모로코가 쥐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의 활약여부에 따라 F조 지각변동이 발생할 수 있다. 

모로코(Morocco)
FIFA 랭킹: 22위
역대 월드컵 출전 횟수: 6회(1970, 1986, 1994, 1998, 2018, 2022)
역대 월드컵 최고 성적: 16강(1986)
역대 월드컵 전적: 2승 5무 9패
감독: 왈레드 레그라귀(모로코, 1975. 09. 23)

*모로코 경기일정(한국시각)*
11월 23일 19:00 크로아티아, 알 코르 알 바이트 스타디움
11월 27일 22:00 벨기에, 도하 알 투마마 스타디움
12월 2일 00:00 캐나다, 도하 알 투마마 스타디움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카타르 월드컵 모로코 하킴 지예흐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깔끔한 기사를 제공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