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영화제 이사장인 우범기 전주시장

전주영화제 이사장인 우범기 전주시장 ⓒ 전주시청

 
우범기 전주시장이 정준호 배우를 추천하면서 불거진 전주영화제 집행위원장 내정 논란이 영화계의 반발과 부정적 반응이 잇따르면서 철회 국면으로 가는 모양새다(관련기사 : 정준호 집행위원장 내정? 전주영화제 측 "확정된 것 없다").
 
전주시가 "내정은 너무 앞서 나간 보도고, 시장이 추천했을 뿐 밀어붙이는 게 아닌 데다, 결정은 영화인 중심의 이사회에서 한다"는 원칙론을 강조하면서다.
 
그러나 영화계 인사들은 "전주시장이 전주영화제를 그렇게 만만하게 생각할 줄 몰랐다"며 유감스럽다는 의견을 나타내고 있다.
 
민병록 전 전주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전주시장이 영화제를 망쳐 놓으려는 인상으로 생각될 정도였다"며 "배우로서 역할에 충실해야 할 사람을 집행위원장으로 추천해 정치적으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기웃거리는 인상을 만든 것 같다"고 비판했다.
 
민 전 위원장은 또 "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영화 프로그램 선정을 위해 국내외 흐름에 민감해야 하고 기획력 등도 중요한데, 전주시장이 영화제가 어떤 행사인지도 제대로 파악 못 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내 영화제 집행위원장을 역임하거나, 전주영화제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영화계 인사들도 대체로 부정적 반응이었다.
 
이들은 "전주시장이 대중성 확보를 위해 배우를 추천했다는데, 영화가 중심인 영화제의 특성을 간과한 것이다" "국내 전문가들이 얼마나 많은데,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을 내세우는지 모르겠다" "어처구니없는 인선이라서 놀랐다. 전주영화제의 미래가 우려된다" 등의 반응을 나타냈다.
 
또한 "평창과 강릉의 영화제가 국민의힘 소속 단체장들에 의해 사라져서 영화계 반발이 높은 상황인데 전주가 같은 모습을 보이는 게 걱정된다"거나 "20대~30대들이 영상문화에 밀접하고 민감한데, 이들 세대의 마음을 잡아야 하는 민주당 소속 단체장이 왜 반대되는 행동을 하는지 이해가 안 될 정도다"라는 의견도 나왔다.
 
국제영화제가 영화 외교의 중요한 장으로서 해외 영화계와의 긴밀한 연대가 중요하고 전문성이 요구되는 자리인데 전혀 동떨어진 인사를 추천한 것은, 영화제에 대한 전주시장의 인식을 보여주는 단면이라는 것이다.
 
"영화인들 대하는 시장 태도 신중하지 못해"
 
 지난 5월 열린 23회 전주국제영화제 시상식

지난 5월 열린 23회 전주국제영화제 시상식 ⓒ 전주영화제 제공

 
실제로 1996년 부산국제영화제 이후 20년을 훌쩍 넘긴 국내에서 개최되는 국제영화제는 업무가 전문화돼가는 추세다. 신생 영화제가 아닌 20년 이상 개최되는 영화제는 집행위원장의 역량에 따라 영화제의 성과가 도드라지거나 혼란을 겪기도 한다.
 
전주영화제가 예전 쿠바 영화를 발굴하는 등 성과를 나타내고, 민감한 독립영화가 공개되는 장으로 자리매김한 것도 집행위원장이나 프로그래머의 역량이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보수 정권 시절 < MB의 추억 >, 천안함 문제를 다룬 <천안함 프로젝트>, 국정원의 간첩 조작을고발한 <자백>, 4대강 문제를 비판하는 <삽질> 등은 외압에 굴하지 않는 전주영화제의 정체성을 상징한 대표적 상영작들이다. 180만 관객이 관람한 다큐멘터리 영화 <노무현입니다> 제작을 지원한 것은 전주영화제의 가장 큰 성과로 꼽히고 있다.
 
국내 독립예술영화의 발전에 기여한 바가 크고, 새로 건립되는 전용관도 '전주 독립영화의 집'으로 명명한 상태에서, 성격이나 정체성에 맞지 않는 배우를 집행위원장 후보를 추천한 것은 시장의 무지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영화계의 공통된 지적이다.
 
이 때문에 최근 전주영상위원회 운영위원장 사퇴 건도 다시 언급되고 있다. 전주시장이 전주영상위원회를 방문한 자리에서 운영위원장에게 반말로 예산 대비 수익이 적다는 문제를 지적했고, 시장의 태도에 참담함을 느낀 운영위원장이 바로 사퇴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전주시 측은 "임기가 끝나고 한시적으로 연임된 운영위원장이 드라마 촬영 일정이 당겨져 조금 일찍 그만둔 것이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사퇴한 운영위원장은 "시장의 반말은 공개적인 자리에서 이뤄졌고, 영상위원회가 지원기관인지 수익기관인지 판단을 못하더라"며 "그만둔 데는 여러 이유가 있겠으나, 임면권자인 시장의 뜻을 존중한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전북독립영화협회 대표를 지낸 지역 영화관계자는 "전주영화제 정체성과 안 맞는 인물을 추천하는 시장의 태도나 영화인들을 대하는 자세가 신중하지 못한 것 같다"고 우려를 전했다.
 
전주시 측은 "다소 오해가 생긴 것으로, 시장님이 영화인들의 의견을 잘 존중하고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전주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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