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북한군 전술핵운용부대 등의 군사훈련을 지도하며 "적들과 대화할 내용도 없고 또 그럴 필요성도 느끼지 않는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9월 25일부터 지난 9일까지 인민군 전술핵운용부대ㆍ장거리포병부대ㆍ공군비행대의 훈련에 참석한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0일 밝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북한군 전술핵운용부대 등의 군사훈련을 지도하며 "적들과 대화할 내용도 없고 또 그럴 필요성도 느끼지 않는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9월 25일부터 지난 9일까지 인민군 전술핵운용부대ㆍ장거리포병부대ㆍ공군비행대의 훈련에 참석한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0일 밝혔다.
ⓒ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지금 이 순간에도 북한의 핵 능력은 고도화되고, 투사 범위는 확장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이전의 그 어떤 정부보다도 무기력하다. 윤석열 정부는 북한 핵 문제를 풀만 한 힘도, 능력도, 의지도 없는 듯하다. 이 글은 남북의 주민을 볼모로 핵 놀음에 빠져 있는 남과 북 위정자들에 대한 호소이자, 분노이다.

대북 제재 레짐은 무너졌다

2018년 한반도에서 대화와 교류의 해빙기가 등장한 배경에는 한반도 주변 5개국, 즉 한·미·일과 중·러가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에 동참함으로써 강력한 대북제재 레짐을 구축하고 북미 간 비핵화 협상과 남북 대화가 상호 보완적인 역할을 형성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한반도는 2018년과 정반대의 상황에 처해 있다. 점차 격화되고 있는 미중전략경쟁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다자협력의 공간을 축소시키고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대중, 대러 경제제재가 강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의 핵 도발에 공동으로 대응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북한 또한, 2019년 하노이 북미회담 결렬 이후 '정면돌파', '자력갱생'을 강조하며 남북, 북미 대화를 거부하고 있다. 결국 2018년 대북 제재 레짐을 바탕으로 북미협상이 주도했던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는 멈춰섰다. 아니 2018년의 선순환 구조가 악순환의 구조로 전환되었다.

한반도에서 대화가 실종되고 대북 제재 레짐이 무너졌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는 북한의 추가적인 핵 도발에 더욱 대응하기 어려워졌음을 의미한다. 최근 한미가 북한의 도발에 군사적 대응으로 응수하는 것은 그 외에 마땅한 대응 방안이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러한 군사행동이 반복된다면, 서해에서, 휴전선에서, 양측의 물리적 충돌 가능성 또한 높아진다는 점이다.

북한은 민족을 볼모로 한 핵 놀음을 멈춰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12일 전술핵운용부대에 배치된 장거리전략순항미사일 시험발사를 현지에서 지도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3일 보도했다. 발사된 2기의 장거리전략순항미사일은 조선 서해 상공에 설정된 타원 및 8자형 비행궤도를 따라 1만234초를 비행해 2천㎞ 계선의 표적을 명중타격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 북한, 어제 핵운용 장거리순항미사일 시험발사…김정은, 현지지도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12일 전술핵운용부대에 배치된 장거리전략순항미사일 시험발사를 현지에서 지도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3일 보도했다. 발사된 2기의 장거리전략순항미사일은 조선 서해 상공에 설정된 타원 및 8자형 비행궤도를 따라 1만234초를 비행해 2천㎞ 계선의 표적을 명중타격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북한은 핵무기로 우리 국민을 협박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 9월 8일 최고인민회의를 통해 핵무기 사용에 관한 5대 조건을 법제화하였다. 현실주의 국제정치에서도 방어적 무기로 인식되는 핵무기를 선제타격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선언은 한민족을 볼모로 한 협박에 가깝다.

핵무기 사용의 법제화는, 그 실효성은 둘째치더라도 한반도 비핵화뿐만 아니라 선제 핵 공격 불가에 대한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위원장의 약속을 무참히 짓밟은 폭거이다. 이는 김일성과 김정일의 유훈을 체제의 존엄으로 강조하는 북한 통치이데올로기의 관점에서도 스스로를 부정하는 행위이다.

김일성 주석은 1992년 한반도비핵화공동선언을 통해 비핵화를 약속했으며, 김정일 국방위원장 또한 북미 합의와 6자 합의를 통해 수차례 한반도 비핵화와 선제 핵 사용 불가를 공언한 바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선대의 비핵화 약속을 스스로 파기하고 핵 보유를 선언했으며 선제 핵 사용까지 법제화한 것이다.

북한은 체제 수호를 위해 핵무장이 정당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작금의 행태는 남과 북의 주민들을 볼모로 한반도의 평화를 스스로 위협하는 것 아니고 무엇인가?

대책 없는 윤석열 정부, 전쟁이라도 하자는 것인가?
 
지난 9월 26일 오전 부산 레이건호(CVN-76)가 한미연합해상훈련에 참가하기 위해 부산작전기지에서 출항하고 있다.
▲ 한미연합해상훈련 참가하는 레이건호 지난 9월 26일 오전 부산 레이건호(CVN-76)가 한미연합해상훈련에 참가하기 위해 부산작전기지에서 출항하고 있다.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북한의 핵 놀음에 한국 정부도 부화뇌동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한반도 비핵화 전략은 명확하지 않다. 아니 명시적으로 제시된 비핵화 전략은 없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윤석열 정부는 소위 '담대한 구상'을 제시하고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남북관계와 북한 비핵화의 선순환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명백히 '비핵화 전략'이라 할 수 없다. 비핵화에 대한 구체적인 전략 없이 남북관계와의 선순환 관계를 강조한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윤석열 정부는 최근 지속되고 있는 북한의 도발에 미사일 발사 등 군사적 대응으로 맞서고 있다. 그저 말로만 북한을 비난하던 것보다 속은 시원할 수 있다. 그러나 남북의 군사적 대응이 상호 에스컬레이팅 되는 악순환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얻고 있나? 정말 전쟁이라도 하자는 것인가?

윤석열 정부는 비핵화와 남북관계의 '선순환'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현실은 점점 격화되고 있는 안보 경쟁의 '악순환'이다. 결과적으로 윤석열 정부의 비핵화 전략은 무전략의 전략이다. 다만 북한이 우리 국민들에게 핵으로 위협하는 만큼이나 핵은 우리 정치에서 국민을 자극하고 협박하는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앞으로 4년 반을 이렇게 보낼 수 없다

윤석열 정부는 스스로 한반도 비핵화를 주도할 수 있는 공간과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중국을 제외한 한미동맹만으로 한반도 평화를 달성할 수 있는가? 필자는 한반도 평화를 위해 미국과 중국의 협력이 필수적이라 생각한다. 최소한 두 강대국이 한국의 비핵화 노력과 대화에 반대하지 않을 때, 한반도 평화는 진전되어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한반도 평화라는 명제에 미국과 중국을 묶고, 필요하다면 기존의 남북 합의를 과감하게 이행함으로써 대화의 테이블에 북한을 불러내야 한다. 미국이 북한과 합의한 관계정상화에 적극적으로 행동하고, 중국이 한반도에서 다자협상을 재건하도록 요구해야 한다.

앞으로 4년 반을, 대화 없는 살얼음판 속에 서로를 향한 미사일을 세어가며, 핵실험 날짜를 맞춰가며 보낼 수는 없다. 이성을 잃은 남북의 군사적 대결을 더 이상 지켜볼 수만은 없다. 현재의 한반도 정세의 심각성을 인식하는 전문가, 활동가, 그리고 평화를 지키려는 국민, 한사람, 한사람이, 김대중 전 대통령이 외친 것처럼, 벽에 대고 소리라도 질러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남북물류포럼 'KOLOFO 칼럼'에도 게재된 글입니다.


태그:#한반도, #비핵화, #북한, #윤석열정부, #대북제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서강대학교 사회과학연구소 정일영 연구교수입니다. 저의 관심분야는 북한 사회통제체제, 남북관계 제도화, 한반도 평화체제 등입니다. 주요 저서로는 [한반도 오디세이], [북한 사회통제체제의 기원], [평양학개론], [한반도 스케치北], [속삭이다, 평화] 등이 있습니다. E-mail: 4025102@hanmail.net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