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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8년 3월 네이버에 개설된 '일성콘도 회원금 환급받기' 카페 회원수는 20일 현재 1144명. 지난 9월 만난 피해자들이 관련 서류를 공유하고 있는 모습.
 지난 2018년 3월 네이버에 개설된 "일성콘도 회원금 환급받기" 카페 회원수는 20일 현재 1144명. 지난 9월 만난 피해자들이 관련 서류를 공유하고 있는 모습.
ⓒ 일성콘도 회원금 환급받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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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돈을 주고 콘도미니엄 회원권을 구매했던 사람들이 계약 만기에도 입회보증금(아래 입회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 업체 측은 소비자들이 소송에서 이겨도 모르쇠로 일관하며 코로나19로 경영이 어려워졌다는 이유를 대지만, 11년째 입회금 반환을 요구하는 사례도 있다. 문제는 정부와 관할 지자체가 이같은 사례가 얼마나 되는지 상황 파악조차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지난 2018년 3월 네이버에 개설된 '일성콘도 회원금 환급받기' 카페 회원수는 20일 현재 1144명. 이 카페를 개설한 아이디 'paperfly3'는 카페 첫 글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저와 같이 일성 회원권을 구매 후, 업체에 사정사정해서 환급금을 돌려 달라고 했지만....회사는 경영상의 이유로 환급금 지급을 차일피일 미루면서, 다른 회원권을 판매하며 계속 소비자를 우롱하고 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카페 회원들이 일성콘도를 운영하는 일성레저산업(아래 일성레저)을 상대로 소송하는 방법, 압류할 일성레저 재산 관련 정보, 전문추심회사를 통해 환급받는 방법 등을 공유하고 서로 묻고 답하면서 게시글은 400건을 넘었다. 

이광현(64)씨는 지난 여름 이 카페에 가입했다. 2002년 신문 광고를 통해 일성레저를 접한 그는 가족과 여행할 때 이용하기 위해 콘도 회원권을 계약했다. 경북 경주에 있는 콘도로, 이씨가 계약한 방의 규모는 56㎡, 입회금은 약 500만 원이었다. 그는 "지난 20년 동안 콘도 이용 횟수는 10번이 채 되지 않았다"고 했다. 

지난 14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이씨는 "회원권이 있으면 저렴하게 가족들과 이용할 수 있다는 말에 계약했다"고 계약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입회금은 반드시 돌려준다는 업체 측의 약속도 있었다. 

"고객 돈으로 건물 짓고, 입회금 달라면 '배 째라'식"
 
입회금 반환 청구 소송에서 승소했지만, 돈을 돌려받지 못한 사례도 있다. B씨가 제기한 소송에 대해 지난 2016년 1월 재판부는 일성레저에서 약 1339만 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지만, 일성레저는 현재까지 아무런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입회금 반환 청구 소송에서 승소했지만, 돈을 돌려받지 못한 사례도 있다. B씨가 제기한 소송에 대해 지난 2016년 1월 재판부는 일성레저에서 약 1339만 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지만, 일성레저는 현재까지 아무런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 조선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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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흘러 회원권 계약의 만기가 다가왔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씨는 지난 3월 일성레저에 입회금 반환을 요청했다. 하지만 일성레저는 경영상의 어려움을 이유로 반환을 차일피일 미뤘다.

기다리다 지친 이씨는 지난 8월 입회금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했고, 소송은 현재에도 진행 중이다. 이씨는 "(계약) 당시 일성레저는 작은 회사가 아니었다. 입회금을 못 받을 거란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다"며 "이제 보니 고객 돈으로 (콘도) 건물 짓고, 입회금 달라면 '배 째라'식이다. 결국 이게 사기 아닌가"라고 말했다.

피해자 중 무려 11년 동안 입회금을 받지 못한 이도 있었다. 지난 1991년 1260만 원에 일성레저 콘도 회원권을 계약한 A씨는 2011년 계약 만기 이후 현재까지 입회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입회금 반환 청구 소송에서 승소했지만, 돈을 돌려받지 못한 사례도 있다. B씨가 제기한 소송에 대해 지난 2016년 1월 재판부는 일성레저에서 약 1339만 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지만, 일성레저는 현재까지 아무런 반응이 없다. 

3760만 원이라는 거금을 들여 회원권을 구입한 뒤 올해 8월 만기 이후에도 입회금을 돌려받지 못한 C씨도 소송을 준비 중이다. 이외에도 60여명의 피해자들이 각각 약 500만~3000만 원에 달하는 입회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승소해도 돈 못 받아... 회사 측 "입회금으로 건물 지어"

회원권 구입 때 '반드시 돌려준다'는 일성레저의 약속을 믿었던 사람들. 이제 이들은 입회금을 돌려받기 위해 일성레저에 항의하는 것을 넘어 내용증명을 보내고, 소송을 하고, 승소 뒤에도 압류할 일성레저 재산을 찾아내야 하는 지난한 과정을 거치고 있다.

국민청원도 올려보고,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들에게 호소도 해봤지만, 구제를 받지 못했다. 피해자가 얼마나 많은지, 총 피해 액수는 어느 정도인지조차 파악조차 되지 않고 있다. 흩어져 있는 피해자들이 카페를 통해 소통하면서 정보를 파악하고 있는 정도다.  

업체 측은 코로나19 영향으로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어 입회금 반환이 지연되고 있으며, 20여년 전 당시 계약자들에게 받은 입회금은 콘도 건축에 쓰였다는 입장이다.

일성레저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적자 규모가 커져 직원 140명을 구조조정하고, 현재 100명만 남았다"며 "급여와 퇴직금, 세금이 밀리는 등 정상적인 운영이 안 되고 있어 입회금을 돌려줄 여력이 남아있지 않은 상태"라고 밝혔다.

코로나19 이전에도 입회금 반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 "(통상적으로도) 정상적인 매출로는 반환해줄 상황이 아니었다. 선분양이었기 때문에 입회금은 건물 짓는 데 (썼다)"고 황당한 해명을 내놨다.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19까지 겹쳐 전체 입회금 반환에는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것이라고도 했다. 이 관계자는 "일단은 기다리라는 말씀밖에 드릴 수가 없다. (영업 정상화로) 코로나19 이전처럼 매달 1~2억 원씩 지급하려 계획 중인데, 워낙 밀려 있어 시간이 걸릴 것 같다"며 "어쨌든 회사가 잘못한 것이기 때문에, 자금이 유치되는 대로 (입회금을) 돌려 드리려 한다"고 말했다.

태그:#일성콘도, #콘도, #입회금, #콘도미니엄, #일성레저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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